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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7-8월
  • 2019.07.01
  • 1050

특집_수상한 경찰개혁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방향

 

글.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직전의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얼룩져 있었고,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의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정부이다. 그러므로 어느 때보다도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이 중요한 정책목표라고 생각된다. 지난 2년여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와 재판은 상당히 진행되어 이전 정부의 주요인사들이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은 아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국정농단은 부정부패와 관련이 깊다. 최순실 등이 불법적으로 정책결정에 개입하였고, 이를 통해 사적인 부와 이익을 취하였다. 정책결정의 농단과 동시에 공적인 영역의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부패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성찰과 제도개혁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와 재판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제도개혁은 꽉 막혀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과 부정부패에 대한 근본적, 제도적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개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경찰을 중심으로 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를 살펴본다. 

 

사정기관 개혁, 어디까지 와 있나 

검찰, 경찰과 같은 사정기관은 그 권한이 인권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권한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법률의 개정이 요구된다. 국회가 입법을 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사정기관의 개혁은 불가능한데, 현재 국회의 구성과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률의 제·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도 이러한 난관에 봉착하여 국회의 적극적 활동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

 

실제로 법률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검찰개혁 중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상당히 진척되었다. 문제는 법률제개정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과제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하여 57.3%의 국민은 찬성하는 입장이고, 반대는 30.9%로 2배 가량의 국민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있다.❶ 

 

이처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검찰, 경찰 개혁에 대하여 국민의 지지와 열망이 큰데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과 검찰의 반대로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여당은 지난 4월 29일 일부 야당과 합의하여 관련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였다. 이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비롯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공직선거법 등은 최장 330일 후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법안의 내용이나 문구는 수정할 수 있으므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개혁 등의 관련 법률안을 처리할 국회 사개특위는 일부 야당의 반대와 불참으로 인하여 여전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국정농단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정기관의 개혁방향에 대한 소견을 밝혀보고자 한다.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 액튼 경(Lord Acton)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여러 비리와 부패에 연루되고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유착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권력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자의 선의나 근사한 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권력 자체를 분리하고 상호견제 하도록 국민 감시 하에 두어야 한다.

 

먼저,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하고 경찰에게 이양하여야 한다. 검경 수사권조정은 이미 수십 년 된 과제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은 검경 수사권조정의 당위성을 확인한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하고 결정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민주주의가 취약할 때 검찰권한이 막강했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축소되었다. 식민지 당시 막강했던 일본 검찰과 경찰의 권한, 군부독재 및 권위주의 시절의 검찰의 권한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진단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권위적 정치권력은 사정기관 위에 군림하면서 사정기관을 통하여 국민과 경제권력을 통제하려고 한다. 경제권력, 자본권력은 부패, 뇌물을 고리로 하여 정치권력과 유착되고, 정치권력을 통하여 법 위에서 정치권력과 함께 군림하고자 한다. 이러한 행태가 국정농단, 부정부패, 각종 인허가비리, 재벌의 갑질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자이면서 동시에 피통치자이므로, 권력의 독점보다는 권력의 분립과 분산,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권력기관을 통제하는 정부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수사는 경찰, 특히 행정경찰이나 정보경찰과 분리된 수사경찰이 담당하고, 검사는 이러한 수사가 적법한지 감시하고, 수사결과를 반영하여 기소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즉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이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기소다원주의 패러다임으로 대체되어야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을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하면서, 경찰에게는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차적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가지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송치 후 수사권·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였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안 제196조(검사의 수사)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하여, 검사의 제한 없는 수사권을 인정하였다. 다만, 검찰청법안 제4조에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열거하고 있는 바, 이에 해당하는 범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등’이다. 

 

이렇게 볼 때, 검사는 수사의 ‘개시’만 제한될 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는 직접수사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영장청구권, 기소권은 여전히 검사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분담하는 원칙이 관철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에 의하면 검사는 송치 이전에도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수사가 경합하는 경우 검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형소법안 제197조의4).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형소법안 제197조의2). 보완수사요구에 따르지 아니하는 때에는 권한 있는 사람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를 요구하고, 송치요구를 할 수 있다(형소법안 제197조의3). 문제되는 것은 사경이 불송치한 사건인데,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있으면 지체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여야 한다(형소법안 제245조의7).

 

이러한 개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목표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검사는 기소권의 행사를 통하여 범죄의 기소를 통제하고, 영장청구권으로 강제수사를 통제하면 족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검사의 추가적인 수사는 금지하고, 경찰의 부실수사의 문제는 경찰 내부의 통제기구를 강화하고, 재정신청의 확대,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이의심사위원회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심사를 다시 검찰에 맡기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다. 오히려 법원과 외부전문가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기소다원주의 패러다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공수처는 일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수사하고 기소함으로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와 공수처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부정부패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현장에서] 검찰 ‘적폐청산’ 선봉 섰지만, 국민 57% ‘수사권조정 찬성’” 2019. 5. 8. 

 

참고문헌 

문재인, 김인회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오월의 봄, 2011

문준영  『한국 검찰제도의 역사적 형성에 관한 연구』서울대 박사논문, 2004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 2018. 11.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 2018. 11.

탁희성, 박형민, 김대근, 김유근  『한국의 형사사법체계 및 관리에 관한 연구(3): 수사구조의 진단 및 개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8

한상훈  「외국의 검찰제도와 한국검찰 개혁에의 시사점」, 『법과 사회』37권 0호, 법과사회이론학회, 2009

______ 「형사소송의 구조와 검사, 피고인의 지위-당사자주의와 증거개시제도를 중심으로」, 『형사법연구』 21권 4호, 한국형사법학회, 2009

______ 「패러다임과 법의 변경-한국형사법의 방법론 모색」, 『저스티스』제158-1호, 한국법학원, 2017

______ 「법의 목적과 행복-즐거움과 행복에 기초한 법학을 위한 시론」, 『법과사회』57집, 법과사회이론학회, 2018

______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행복과 법의 조화를 위하여」, 『법학에 있어서 위험한 생각들』법문사, 2018

______ 「쿤(T. Kuhn)의 과학적 방법론이 법학 방법론에 주는 의미-사회변화와 법적 삼단논법의 재구성」, 『법철학연구』22권 1호, 한국법철학학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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