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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7-8월
  • 2019.07.01
  • 627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특집_수상한 경찰개혁

권력의 하수인 노릇해온 경찰,
달라질 수 있을까

글.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흔히들 경찰은 범죄와 맞서는 조직으로 여긴다. 그런데 최근 더 많이 등장하는 뉴스는 범죄를 해결한 경찰보다 경찰이 저지른 범죄들인 것 같다. 한국 사회의 분노가 모인 클럽 버닝썬, 고 장자연 리스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에 각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검경은 수사권 조정이라는 현안을 둘러싸고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에 더 고심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대규모 수사단을 꾸리고,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조사기한을 연장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종료됐다.  

 

언제나 정권과 자본의 편이었던 경찰

버닝썬 카톡방에 ‘경찰총장’이라는 언급으로 주목 받았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5월, 박근혜 정권 때 불법사찰과 선거개입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신명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청장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던 이다. 강신명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철성은 누구인가. 살인 물대포로 인한 죽음을 가리기 위해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청구했던 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서 인권친화적 경찰이 요구되자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은 유족도 모르는 ‘원격 사과’를 하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기 전 이철성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밀양 송전탑 시위 당시 폭력진압의 책임자였다. 2014년 6월 토벌작전처럼 진행된 행정대집행에서 강제철거된 것은 농성장만이 아니었다. “그날 우린 사람이 아니었다”는 밀양 주민의 말은 2009년 여름 평택 공장 위에서 ‘인간사냥’을 당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와도 겹쳐진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진압을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라 꼽은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 조현오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평택 공장 위를 날라 다니던 컨테이너는 앞서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데도 쓰였다.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6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도심테러에 맞선 정당한 법 집행”이라 항변해왔고,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다시는 없길 바랐던 동료의 비통한 죽음에 작년 여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대한문 분향소를 차렸다. 5년 전 이곳은 추모와 애도를 가로막는 경찰과의 전쟁이 매일 이어졌다. ‘대한문 대통령’이라 불렸던 최성영 당시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구리경찰서장 승진을 거쳐 현재는 경찰교육기관인 경찰인재개발원에 있다. 밀양에서 고향 주민들을 짓밟았던 김수환 당시 밀양경찰서장은 청와대 경호대장에서 종로경찰서장으로 승진했고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경무과장이다. 

 

정권과 자본의 편에서 용역경비가 되고 구사대가 된 경찰은 삶터와 일터를 지키려던 사람들을 철거했다. 이러한 과정에는 물리적 폭력만 있는 게 아니었다. 2014년 5월 노조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시신탈취를 자행한 수백 명의 경찰병력 뒤에는 삼성의 대리인 노릇을 한 정보경찰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요구를 가로막고 ‘성향 분석, 외부세력과의 연계 차단을 위한 예방정보활동’이라며 피해 가족들에 대한 사찰도 서슴지 않던 정보경찰은 선거 시기에는 정부여당의 비선캠프 역할을 하면서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댓글공작을 벌였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불처벌의 역사를 끊어내야 경찰개혁이 가능하다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진압과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감시, 이렇게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에 뒤따르는 것은 처벌이 아닌 승진과 포상이었다.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얼마나 충실히 잘 하는가에 따라 경찰로서 승승장구하는 길이 열렸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고,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찰 주요 책임자들의 이름이 겹쳐지는 이유다. 

 

그랬던 경찰이 정권이 바뀌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기회가 오자 개혁 의지를 내세우며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인권 친화적 경찰이 되겠다는 선언에 앞서야 할 것은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 역사에 대한 반성,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를 보증하는 약속이어야 했다. 이를 요구하며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모였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이러한 요구 속에서 경찰개혁위원회의 첫 번째 권고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진상조사위는 故백남기 농민 사건, 쌍용차 파업, 용산참사, 故 염호석 님 사건, 밀양 송전탑, 강정 해군기지에서 경찰의 불법행위와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사과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다. 사과도, 권고 이행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의 부고가 들려왔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경찰의 손해배상가압류 철회를 촉구하며 다시 거리에 섰다. 사람이 죽었고, 다쳤고, 지금도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사과와 책임 대신 ‘정당한 법 집행’이라 항변하고, 처벌은커녕 승진과 영전을 거듭하며 경찰은 인권침해의 역사를 써왔다. 이러한 불처벌의 역사와 단절되지 않는 한 아무리 경찰개혁과 인권경찰을 스스로 부르짖어도 경찰의 변화란 불가능하다. 

 

경찰, 달라질 수 있을까

올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경찰은 1919년 임시정부 시기부터 1987년 민주화 항쟁까지 독립운동에 나서고 군부독재에 맞섰던 경찰들을 소개하며 경찰의 뿌리로 민주·인권·민생경찰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역사가 이렇게 기억되진 않는다. 일제에 부역하고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경찰로 기억된다. 시민의 편에 선 경찰 개개인이 있더라도, 경찰 조직은 언제나 정권과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고, 권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권침해를 자행해왔기 때문이다. 

 

‘인권경찰’을 내세우지만, 인권에 기초한 공권력 행사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정권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사항이 아닌 경찰의 의무다. 경찰은 달라질 수 있을까. 경찰개혁을 부르짖어도 경찰이 자행해온 인권침해의 역사와 단절하지 않고, 책임자들에 대한 불처벌이 계속되는 한 경찰은 달라질 수 없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출처 집회시위제대로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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