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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장수기업이 사라진다?

요즘엔 뉴스만 보면 일본과의 무역 분쟁 소식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정치적, 역사적 이유를 분석하는 뉴스부터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대안까지. 특히, 소재 부품 경쟁력을 키우려면 상속세, 특히 가업승계 시 공제를 많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내놓은 보고서가 주장의 근거가 된다. 

 

가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장수기업이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상속세로 매각한 기업은 어떻게 될까? 정확히 말하면 상속세로 매각을 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지분이다. 그런데 지배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는 사람은 그 회사의 지분을 왜 돈을 주고 취득할까? 물론 그 기업을 없애려고 취득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그 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한 것이다. 즉, 창업주가 지분을 매각했다고 장수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주식회사의 본질이다.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들이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을 고려하고 있어, 장수기업이 사라지고 있음

•2018년 중견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84.4%는 ‘기업승계계획이 없다’고 답변했고, 가장 큰 이유(69.5%)는 상속세 부담이었음 

•실제로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때문에 기업승계가 어려워진 창업주들이 회사 매각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업승계가 어려워지면서 국내알짜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

 

기업승계 문제가 선결되어야 경영 의욕도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텐데, 지금 상속세제 하에서는 기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함

•상속세가 차지하는 내국세 비중(약 1%, 2017년 기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의 재분배와 공평과세라는 취지하에 지속적으로 상속세를 강화하고 있음

•기업은 승계시 상속세 부담을 대비하기 위해 재투자보다는 기업자산 매각 또는 배당 증가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기업의 성장동력 및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임

 

결국 상속세의 중(重)과세는 조세수입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경영의 축소나 매각을 유인하여 기업의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조세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승계에 대한 상속과세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한 상황임

•상속세 중 부분적인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합리화 또는 보완이 아니라 근본적인 과세제도 개편이 필요함

•이에 본 연구는 현행 기업승계 상속과세의 검토를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과세제도 개편방향(자본이득과세제도)을 제언하고자 함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KERI Brief>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제 개편방안' 2쪽 중 일부 재인용 

 

당신이 만약 감자탕집의 투자자라면

감자탕 맛이 기가 막힌 식당이 있다. 근데 인테리어가 별로고, 가게도 좁아서 이익은 적다. 그런데 가게주인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확장을 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투자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 사장 요리 실력을 믿고 동업하기로 했다. 사장과 나는 각자 1억 원씩 출자해서 감자탕집을 확장했다.

 

감자탕집은 잘됐다. 그 사장 요리실력 덕이다. 근데 사장이 요리는 잘하지만 마케팅이나 회계 실력은 별로였다. 어엿한 주주인 나는 그 사장의 감자탕집(이 아니라 ‘우리’ 감자탕집)의 마케팅이나 회계 방침에 참견(이 아니라 투자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사장은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의 회계와 마케팅 방식이 관철될 수 있도록 주장했다. 왜? ‘우리’ 감자탕집이 더 많은 이익을 내서 더 많은 배당을 받고자.

 

근데 회계 장부를 살펴보니 문제가 있었다. 식자재를 떼 오는 곳이 바로 사장 아들이 운영하는 식자재 가게였다. 가끔 비싸게 식자재를 사거나 재고를 처리해 주기도 했다. ‘우리’ 감자탕집의 이익이 사장 아들 가게에 흘러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사장이 가끔 카운터에 있는 돈으로 개인 경비를 쓴다. 사장 차량의 기름값은 항상 감자탕집 운영 경비로 처리해 왔다. 그런데 그 차량으로 가족여행을 가면 그만큼 나의 이득은 줄어든다. 투자자인 나는 나의 권리를 지키고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랬더니 최소한 겉으로는 개선되는 것 같았다. 대놓고 카운터에서 돈을 가져가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회계서류를 형식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뒤로 빼돌리는 것 같은 심증은 계속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른 직업이 있는 나는 감자탕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사장의 감자탕 맛은 일품이니.

 

그 가업승계공제, 나는 반댈세

그런데 그 사장이 죽었다. 사장의 지분은 아들이 상속받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들이 직접 주방장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일했던 부주방장이 주방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장 아들의 음식 솜씨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장 아들이 감자탕집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주방장이 될 수 있도록 ‘가업승계공제’를 통해 꼭 상속세를 면제해 줘야 할까? 나는 사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아들에게 매년 이익 배당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방장이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만약 그 아들의 요리 실력이나 다른 경영능력이 투자자인 내 맘에 든다면,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일 것이다. 아니 사실 맘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특별히 사고만 칠 것 같지 않으면 그 아들이 경영하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차린 식당이니 주인의식과 카리스마가 더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아들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사고를 칠 것 같으면, 주방장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요는 감자탕집의 지배력은 지분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최소한 그 아들이 감자탕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감자탕집은 망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이 감자탕집 주방장보다 크게 덜한 것은 없어 보인다. 

 

최근 일본과의 경제 분쟁 속에서 노동 문제와 안전규제를 미루는 내용도 거론된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이재용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사도 나온다. 큰비가 내리면 그동안 쌓아놓았던 폐수를 배출하는 일이 있다. 일본과의 경제 분쟁이라는 큰비가 내리니 노동권, 안전규제, 자기주식 등 지배구조 관련 폐수를 배출하더니 급기야는 상속세 완화논리까지 나온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시아타임즈> “[사설] 상속세 완화로 ‘착한 부자’ 많이 만들자는 재계의 고언” 2019.08.12. 참조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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