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7월 2003-07-01   1043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을 위하여!

수다방을 열 때, 반드시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그건 서로 잘 아는 사람을 모시지 않는 거다. 아는 사람끼리 나와서 수다떨면 이상하잖아? ㅎㅎㅎ 그러나 이번 수다방에는 그런 불문율이 깨졌다. 원래 나오기로 했던 분이 ‘빵꾸’를 내면서 대타로 나온 분이 친구사이였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화는 술술 풀렸다. 이번 호 수다방엔 대한민국 민중의 지팡이, 경찰을 모셨다. 김영미(30세) 마포경찰서 정보2계 경위, 이은애(29세) 서대문경찰서 조사계 경위, 배성(35세) 종로경찰서 정보2계 경장이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질문. 그들은 왜 『참여사회』를 보게 됐을까.

▶ 김영미 :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 80년대 학원가를 돌며 대자보를 스크린하고 유치장 신세를 지면 설렁탕을 사주던 학원담당 정보과 형사들과 완전 딴판 아닌가.

▶ 이은애 : 주변 활동가의 압력이라고나 할까. 언니가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해서 알게 됐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책 받아보면서 시민운동에는 관심을 갖고 있죠.

▶ 배성 : 전 업무연관성 때문에 봅니다. (모두 웃음. “진짜 솔직하다! 경찰이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거야?”)

그러나 경찰이 집회에 참석할 때 집회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리 편한 마음은 아닐 것 같다. 그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을 물었다.

▶ 이은애 : 여성단체 회원들이 경찰청 앞으로 몰려와 ‘구로서 알몸수색’에 항의할 때였어요. 피켓도 없고, 화염병 쇠파이프도 물론 없었죠. 2개 중대가 와서 그들을 막았는데, 선두에 여경들이 서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진압경찰이 우릴 앞으로 밀었죠. 물론 직무명령이고, 법적 하자는 없지만, 그분들과 딱 붙어 대치할 때 좀 씁쓸했어요. 노동조합 집회할 때 노동자들이 우리한테 욕하고, 윙크할 때 신체를 들먹이며 비하발언을 할 때, 성희롱이나 성추행 할 때, 저 사람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지요.

▶ 김영미 : 전 소신이나 명분을 갖고 싸우는 사람을 조사할 때 가장 곤혹스러워요. 무엇보다 그 명분에 제가 동의할 때, 참 힘들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철거민 여성이 집회 중에 제 손을 꽉 물었어요. 그때 참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았어요. 동료들이 저한테 공무집행방해로 엮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안했어요. 그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기 때문이죠.

경찰은 권력기관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시민운동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 배성 : 학교 다닐 때부터 사회운동에 관심 많았어요. 직업상 접촉이 많아 그런지 더 애정이 있죠. 그러나 전 기존 경찰이 했던 방식대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상부에 보고하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다만, 참여연대는 그 명성을 일순간 망가트리는 사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만일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 쪽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돕고 싶긴 해요.

▶ 김영미 : 권력기관을 비판하는 기능이 참 맘에 듭니다.

▶ 이은애 : 시민단체가 비판과 제안을 하는 건 좋은데 사후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정책실행 이후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뒷심은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긴장되는 질문이다. 특히 이 대목에선 편집장이 떨게 된다. 『참여사회』에 대한 평가 한 마디.

▶ 배성 : 전 외근이 많기 때문에 주로 밖에서 많이 읽는데요. 대안제시형 기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시사주간지는 문제제기를 많이 하니까 『참여사회』는 대안중심으로 했으면 합니다.

▶ 이은애 : 색깔이 좀 모호한 느낌이 들어요. 『한겨레21』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강도영 씨 만화는 너무 재밌구요. 지난 대선 때 ‘정책 보고 찍자’ 그 기획 진짜 맘에 들었어요.

▶ 김영미 : 아…, 제가 『참여사회』를 매월 꼼꼼히 읽지는 못해요. 바쁘기도 하고… 또…. 아, 음…. 앞으로 열심히 읽을게요. (모두 웃음) 아참, 버리지는 않아요. 꼭 모아둔답니다.

편집장의 가슴엔 돌덩이가 하나 턱, 떨어지는 느낌이다.

장윤선(참여사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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