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7월 2005-07-01   1836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남성 심리 강연을 듣고

5월 24일 참여연대가 마련한 시민강연에서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가 나와 남성 심리에 관한 특강을 했다.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어려운 용어 하나 사용하지 않고 전달할 줄 아는 강사의 빼어난 실력 덕분에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이었다.

정 씨가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울증에 걸린 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었다. 자신이 정신과 의사인데도 아버지의 삶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 때부터 남자들의 심리에 주목했다고 한다.

남성다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사회 의식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 눈물의 가치를 아는 삶, 개별성의 존중, 참여적인 삶 속에서의 평화, 공적인 삶과 개인 삶의 균형,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면서 지혜로운 질문을 던지는 대화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기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주었다. 또 가정의학과를 찾는 환자의 70%는 우울증세가 있는 정신과 환자라는 말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자가 진단법 11가지를 가르쳐주었다.

1) 쉬 피로를 느끼는가. 2) 삶이 심드렁하게 느껴지는가. 3) 숙면을 취하지 못 하는가. 4) 두통이 있거나 머리가 멍한 상태인가. 5) 뒷목이 뻐근하거나 어깨가 무거운가. 6)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한가. 7) 소화가 잘 안 되고 불편한가. 8) 집중이 안 되는가. 9) 기억력이 현저히 감퇴되었는가. 10) 별 일 아닌 것에 짜증을 내는가. 11) 눈이 충혈되고 자주 눈물이 나는가.

이 가운데 6~7가지 이상 해당되는 사람은 우울증세가 있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직장이나 가정에서 이 정도의 증세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지적에 많은 공감이 갔다.

자살과 관련해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 예전에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을 진지하게 대해 주지 못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큰 후회로 남아 있다. 그 때 내가 어떻게 처신했어야 하는지 강연을 들으며 비로소 똑바로 알 수 있었다.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통속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설득하기보다 내가 그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자살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 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작년에 있었던 조정래 선생 강연을 계기로 참여연대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을 듣고 싶은 열망에 앞뒤 재보지 않고 30개월 된 딸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데리고 강연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 때 상근자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강연을 계속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날 이후 참여연대 회원이 되었고 요즘도 가끔 상근자들 덕에 듣고 싶은 강연을 듣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지만, 많은 소중한 만남을 가능케 해 준 참여연대와의 인연은 내 삶에 가장 큰 선물이다.

김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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