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7월 2010-07-01   1641

참여연대는 지금-안에서 밖으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인터뷰 고혜경 박사

안에서 밖으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인터뷰, 정리 주은경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부원장

 

지난 2년 동안 세 번의 <꿈작업> 강좌를 진행했다. 처음에 참여연대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안팎의 반응은 “그게 뭐지?”, “참여연대에서 왜 그런 교육까지 해야 하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강좌는 늘 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하는 인기강좌. 2010년 봄 강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강사였던 신화학자 고혜경1)을 만났다.


사람이 꿈을 꾼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람은 누구나 하룻밤에 5-7회의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는 말은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꿈은 ‘의미의 보물창고’이다. 영혼의 상태를 거울처럼 비추어 준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패턴, 삶의 태도와 감정 상태가 드러난다. 또 수많은 아이디어,  잠재력과 창조적인 끼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흔히 말하는 ‘개꿈은 없다.’ 꿈이 황당하게 보이는 이유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흔히 모르는 외국어가 그렇듯, 의미가 없이 들릴 뿐이다. ‘나쁜 꿈도 없다.’ 꿈은 언제나 꿈꾼 사람의 성장과 건강을 돕는다. 사람들은 보통 무서운 꿈, 쫓기는 꿈은 나쁜 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꿈에는 시급한 메시지가 있다. “지금 너의 본성에 반하는 길을 가고 있어. 이 상황은 너에게 치명적이야.”라고 무의식이 SOS를 보내는 것이다.

‘꿈작업과 시민운동’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

꿈작업은 자신의 꿈을 기록하고 들여다보며 나아가 꿈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과 그 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꿈과의 대화를 시작하면 경이로운 세상 하나가 더 열린다. 깨어있는 동안 사람은 늘 밖을 향해 있어 내면을 볼 여유가 없다. 그런데 잠을 자는 동안에 감은 눈은 내면을 향해 열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실제로 꿈 일기를 쓰면서 공원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꿈을 반복해서 꾸던 분이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해답을 찾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사로잡혀 있던 어떤 사람을 꿈에 만나 대화하면서 그 집착의 관계에서 벗어났다는 분도 있다. 

  꿈작업은 세상의 변화와 개인의 내적 변화를 통합하는 사람들만이 더욱 강력한 사회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닿아 있다. 맨 처음 그룹 투사 꿈작업group projective drea
mwork을 시작한 사람은 제레미 테일러 박사이고 이 작업의 모태는 시민운동이다. 그는 1960년 초반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모임을 시작했다. 원래 그 구성원들은 인종적 편견을 철폐하고 평등이란 이상을 실현하려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모임은 시간이 갈수록 목청만 높이는 진부한 단체로 변해갔고, 지리멸렬해졌다. 이즈음 엉뚱하게도 제레미가 “꿈을 한번 다루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각자의 꿈속에 등장하는 흑인의 모습이 어떤지 성찰해보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구성원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각자 자신들이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인식하게 된 것이다. 꿈에 밤길을 걷다가 흑인을 만나자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고 서둘러 도망치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는 안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이들의 깨달음과 자기 안의 편견 철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환은 혁명적이었다. 이렇게 꿈을 통해 들여다보면 자신의 사고나 의식의 차원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무의식까지 성찰하게 된다.

  시민운동의 아름다운 가치나 비전이 개개인의 몸과 삶 전체로 살아나지 못하면, 그 운동은 힘이 없다. 그 운동의 가치가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저절로 우러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의 이념과 가치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내려오려면 정서와 감정이 움직여야 한다. 시민교육이 세상과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감동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감동이란 기쁨과 환희 같이 긍정적인 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깊은 슬픔과 아픔, 절망감과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도 포함한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에서 하는 꿈작업의 참가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꿈을 통해 나타나는 모습이 창조적이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시험시간에 쫓겨 답안지를 내야하고 시험을 망치는 꿈을 꾼다. 그런데 대안학교 학부모 한분의 꿈이 특이했다. “정답이 체크된 시험지를 받았어요. 그런데 기분이 나빠서 그 답을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써냈어요.” 이렇게 기존 틀을 거부하는, 창조적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  
   

참여연대에서 꿈작업 할 때, 특별히 목표로 하거나 이루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꿈을 영혼의 거울이라 했다. 시민단체 회원, 활동가들이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면 깊은 차원에서의 만남이 가능하다. 영혼의 깊이를 서로 공유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에게 ‘왜?’가 아니라 ‘아 그렇구나!’라는 이해와 수용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깊은 차원의 공감과 나눔이 바탕이 되어 결속력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공동체가 형성된다. 창의적이고 건강한 공동체 조직을 위해서도 시민운동에 꿈 작업을 추천하고 싶다.

‘시민교육이 앞으로 이렇게 변하면 좋겠다.’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시민운동도 ‘해야 한다should’에서 ‘하고 싶다want’의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한 단계 도약이다. 집단의 준거를 따르는 삶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 행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따라서 시민교육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현실 문제의 부정이나 도피가 아니라 더욱 확장된 의식으로 책임 있고 성숙한 시민이 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안과 밖, 머리와 가슴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름답고 건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2)

 

 

1) 고혜경 신화와 꿈연구회 대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다 신화학으로 석·박사 학위, 영성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신화와 꿈을 강의하며 다양한 ‘꿈 작업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와 역서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등이 있다.

2) 이 글은 <시민교육 2호>(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0년 6월)에 실린 <꿈 작업을 통한 성찰>(고혜경)을 토대로 별도 인터뷰를 보충해 정리한 것이다.

 


<안내>

-참여연대 느티나무 2010년 가을학기 강좌 엿보기-

사진교실 : 세상과 내가 만나다, 강사 – 임종진
표현예술로 만나는 몸 : 강사 – 이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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