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988

참여사회가 눈여겨본일-다시 시작된 한미FTA 들여다보기

다시 시작된 한미FTA 들여다보기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지난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전시작전권 환수연기와 한미FTA 조속 비준에 합의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있는 올해 11월 이후 미 의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조속 비준이 왜 지금 진행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왜 지금 다시 한미 FTA일까?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경제위기를 해결을 위한 출구를 한미 FTA에서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FTA는 미국의 고용창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지난 2월 국정연설을 통해서는 ‘국가수출구상National Export Initiative’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7월 7일 수출위원회 설치 발표에서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5가지 주요 방침을 밝혔는데 여기에는 24개국과의 무역 협상, 무역장벽 해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미 정부가 국가 안보이익과 일치하는 수출에 대한 자체 규제를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을 위한 공격적 자유무역협정 정책’이다. 이 대상으로 한국이 선정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의회보고서를 통해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에 대한 수출이 97억~109억 달러 정도 증가될 것이며 서비스상품 수출 증대를 별도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FTA를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과 미국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미국의 한미FTA 추진의 배경이다.1) 물론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위한 것이기도 하며,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도 미국의 전략이다.

  한국정부가 한미FTA의 긍정성을 선전하며 말하는 ‘대미 수출증대’가 이루어 질 수 있을까?(혹시나 해서)

  두 번째 배경은 ‘지정학적’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통상전문지인 <Inside U.S. Trade>는 7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한국 방문 때까지 한미 FTA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한미 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미국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미 통상무역대표부의 일정이 바뀌어 한미FTA를 우선 처리되게 되었다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동북아 지역에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분명히 과시하고자 하는 지정학적 고려가 감안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정학적 고려’는 여러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이는 이 지면에서 다 다룰 수 없고 필자의 능력에서도 벗어난다. 다만 미국이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당장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세계경제위기속에서 상호의존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적대적인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사실상 G2체제가 출범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년간 복잡한 경제적 연관망을 발전시켜왔다. 중국은 미국의 수입에 의존해 고속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고 미국은 중국과 아시아에서 돈을 빌려 중국제품을 수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의존성이 경제적 대립 그리고 정치적·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2)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미-중의 경제적 갈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중간의 군사적 갈등도 경제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더 깊어지고 있다. 당장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통해 하토야마 정부에 대해 압력을 가해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문제를 해결했고 미일 동맹의 강화를 얻어냈다. 또 미국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정부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한 ‘전세계의 비상사태 지역에 동원할 수 있는 군 병력의 풀 확대’를 향한 계획, 다시 말해 주한미군을 전세계적 기동타격군으로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발판을 얻었다.3) 여기에 미국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해에서 25일부터 한미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미 제7함대의 전략 핵잠수함인 미시간, 오하이오, 플로리다호가 지난 주에 아시아 지역의 주요 거점인 부산과 필리핀 수빅만, 인도양의 전초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4) 중국도 자신의 이해를 위한 군사행동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작년에 이미 대양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오키나와 남쪽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고 천안함 사건 이후 6월 30일 부터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대규모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인도양,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동중국해 등의 전략적 지역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경제적 갈등과 더불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미FTA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이해관철을 위한 ‘지정학적 고려’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미국정부의 이익관철을 위해 한미FTA를 왜 미국에게 더 내주는 쪽으로 재협상을 하는 걸까?

‘불이익과 불균형’의 퍼주기식 재협상 우려

잘 알려져 있디시피 한미FTA는 말만 ‘자유무역’ 협정이지 단지 관세를 철폐하자는 협정이 아니라 한국의 법령 100개 이상을 바꾸어야 하는, 사실상 한국의 경제체제를 변화시키는 조처다. 그런데 여기에다 미국에 무엇을 더 내주어야 한다는 말일까?

  우선 내용상 분명한 재협상이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여 협정문의 일부인 부속서한side letter 등을 고치지는 않는 형태로 즉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는 수준의 부속협정side agreement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5) 한국정부가 부인하듯이 형식상으로는 재협상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재협상이다.

  일정은 오바마가 말한대로 양국 정부는 11월, 즉 미국 중간선거전까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내려할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은 신속협상권의 적용을 받아 미 의회제출 후 90일내에 비준을 받아야만 하므로 양국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한미FTA가 결판이 난다. 그리고 그 분기점은 11월의 G20 서울 정상회의의 한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재협상의 내용도 문제다. 재협상 내용은 아마도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비준은 미 하원 세입세출위와 상원 재무위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샌더 레빈과 맥스 보커스 위원장이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준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는 이미 더 내줄 것이 없을 정도이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때 7개항을 주장한 바 있고 6개 항목은 이미 수용되었다. 한국이 협정을 위반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시정이 아니라 미국이 철폐키로 한 2.5% 관세를 원위치한다는 전대미문의 ‘스냅백’ 조항, 배기가스 기준 세제의 철폐와 자동차관련 특소세 및 자동차세 관련 기준 개정 등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해 배기가스량이 많은 자동차에 특소세를 통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세금을 철폐하는 조항이 다 수용되었다. 정부와 조중동 등의 언론은 이러한 한미FTA 내용에 대해 “포드의 머스탱 컨버터블이 220만 원 인하”된다고 소비자 혜택이 크다고 주장했다.6) 서민들과 ‘머스탱 컨버터블’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쉽게 말해 서민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더 많이 마시고 부자들이 그 대가로 비싼 외제차를 더 싸게 구입하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한국정부가 그토록 자랑한 단 한가지. 즉 ‘미국 수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즉시철폐’를 없던 것으로 하자고 한다. 한국은 미국에 연 70만 대를 파는데 미국은 한국에 5,000대 팔고 있으니 70만 대를 팔기 전까지는 관세철폐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가면 한국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미국자동차를 고속도로 순찰차나 관용차로 사실상 의무적으로 사주어야 할지도 모른다.7) 한국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이익의 균형’과 수출촉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다.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른바 쇠고기 벨트인 몬태나주 출신이다. 그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및 모든 미국산 쇠고기 부산물을 제한 없이 한국이 수입해야 한미FTA를 비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육류기구AMI나 전미육우협회NCBA 등이 쇠고기 협상이 없어도 한미FTA를 지지하겠다고 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정치인들은 막무가내다.8) 촛불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할 수 있을까? 그건 한국 사정일 뿐이다. 또 이런 사정을 계기로 더 황당한 조건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바로 이 기가 막힌 자동차와 쇠고기 더 내주기 한미FTA 재협상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 ‘한미동맹 강화’와 동북아시아 긴장 고조로 한국정부가 얻은 것이다.  

사후약방문도 불가능한 개방…필요성도 재검토해야

한미FTA는 여러 논자들이 지적한 대로 한국경제 체제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 협정이다. 몇 가지 조항만 보아도 그렇다. 서비스 상품의 포괄적 허용조항(네거티브 리스트)은 앞으로 만들어지는 미국의 모든 서비스 상품을 규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한번 개방을 하면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역진방지 조항(래칫조항, 이른바 낙장 불입조항)도 있다. 한번 정책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 투자자-국가 직접 제소제도도 있다. 미국의 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는 한국 법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고 이 소송은 제 3지역에서 제 3자가 심판을 하게된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투자자(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투자한 미국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그 외에도 앞으로 맺어지는 자유무역협정의 특혜조항이 있으면 이를 미국에 적용해야 한다는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 의약품 특허를 대폭 늘이는 조항, 공기업 상업적 운영원칙 도입, 지재권에 대한 대폭 강화 등 독소조항 몇 가지만이 문제가 아니라 협정 전체가 재앙인 협정이 바로 한미FTA다.

  다시말하면 한미FTA는 한국 국민들의 반대 때문에 밀어붙이지 못한 정책들, 즉 공기업 민영화, 의료 민영화, 유전자 조작식품 도입, 약가 적정화 방안 무력화, 금융상품 규제 철폐등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협정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한국의 대기업들과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에게는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겠지만 양국의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더욱이 지금은 세계적 경제위기의 시기다. 당장 한미FTA가 도입되면 금융서비스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할 수가 없게 되고 외환위기가 닥쳐도 외환규제를 할 수 있는 정책이 상당부분 봉쇄된다. 금융파생상품을 계기로 세계경제위기가 닥쳤다는 것이 명백한 이 시기에, 그리고 아직 세계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은 이 시기에 왜 이러한 협정을 맺어야 하는가?

  여기에 ‘지정학적 고려’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한-미-일 vs 중국-북한의 긴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대가로 이 한미FTA에 무언가를 얹어서 더 내주는 한미FTA라니. 한미FTA는 애초부터 있어서는 안될 협정이었고 또 현재의 경제위기 때문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되어야 하고 폐기되어야 한다. 하물며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쇠고기와 자동차를 내주자는 이명박식 재협상은 가당치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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