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504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마포구 유일의 자연숲 성미산을 지켜주세요”

“마포구 유일의 자연숲 성미산을 지켜주세요”



 

김언경 성미산대책위 미디어담당 팀장

 

마포구에 하나뿐인 자연숲 ‘성미산’이 영리 추구를 위한 사학재단의 과욕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 홍익학원이 성미산의 일부를 깎아 학교건물을 지어 홍익 초중고를 이전하기 때문이다.

  성미산은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고 낮은 산이다. 하지만 성미산은 북한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시에 의하면 성미산 지역 대부분이 비오톱(야생동식물의 안정된 서식지 즉 자연생태계가 기능하는 공간 biotop) 등급 중 “대상지 전체지역에 대해 자연보호가치가 있는” 1등급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성미산에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서울시가 지정·고시한 보호종인 오색딱다구리를 비롯해 박새, 꾀꼬리, 족제비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2009년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에 보존대상지로 선정되어 산림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생태적 가치뿐이 아니다. 성미산은 인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매일 수백 명의 주민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마포구 어르신들의 쉼터이고,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성미산마을공동체에 대한 문화적 가치도 크다. 성미산마을공동체는 1994년 마을 공동체가 생기기 시작한 이래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동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정월대보름에는 성미산에서 산신제를 하고 지신밟기를 하고 식목일에는 가족들 이름이 새겨진 나무를 심고, 단오에는 단오놀이를 하고, 명절에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해돋이를 보는 마을, ‘더 번듯하게, 더 크게, 더 현대화하는’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산과 집과 길을 보존하면서 인간이 겸손하게 비켜 사는 마을,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함께 삶을 즐기는 성미산마을공동체에서 성미산은 그 중심이며 상징이다. 

  또한 성미산은 대안교육의 산실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성미산 인근 주택가에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비롯해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5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다. 성미산학교와 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은 매주 산으로 ‘자연놀이’를 가고 생태를 관찰하며 그곳에서 도시락을 먹고 그림을 그린다. 이 작은 야산에서도 살아남은 다람쥐, 토끼, 딱따구리와 전나무 군락지에서 도시와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홍익초중고 학생들의 교육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활발하게 교육터전으로 이용해왔던 대안교육진영의 교육터전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기존 학생들의 안전권 역시 심각하다. 홍익초중고 건축공사 기간과 학교이전 이후에도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안전권도 심각하다. 이 도로는 동네 관통하는 3차선 도로 산을 돌아 만들어져서 굴곡이 심하고 주택가 가운데를 관통하는 옛날도로라 폭이 좁다. 마을 주민들은 도로를 넓히지 않고 교통량을 줄여 쾌적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포구청과 함께 몇 년 전부터 자전거타기운동을 적극 벌여왔다. 그래서 도로에는 자전거도로 길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길로 공사 주출입구인 도로점용허가가 날 것이며, 건축 이후에는 주차장 출입구가 될 것이다. 공사가 진행될 1년 6개월(공사회사 측 추산)간 이 도로로 덤프트럭만 6,000대가 넘게 드나들 것이라 한다. 주5일 공사를 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수십 대가 이 길을 드나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1년 6개월이 지나면 이 도로로 홍익초중고 2,300여 명 아이들의 등하교 차량(자가용, 스쿨버스)과 학원버스들이 드나들 것이다. 이전되는 홍익초등학교는 사립이어서 650여 명의 학생들 가운데 절반이 자가용 통학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동네의 3차선 도로는 주차장이 될 것이 뻔하며, 차량들은 빠른 길을 찾아 동네 골목길 여기저기로 진입을 할 것이다. 그러면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과 도로로 등하교를 하는 마을 아이들, 특히 현재 홍익학교 공사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1,000명이나 되는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은 한마디로 무방비 지대에 놓이게 되는 격이다. 

  도대체 왜 누가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한 것일까. 먼저 홍익재단은 홍대 내부의 초중고를 자연숲 성미산에 이전하려는 계획을 마포구청에 신청했다. 마포구청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 성미산 일부 사유지의 용도를 체육시설부지에서 학교부지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세훈 시장은 2009년 서울시 의회 시정 질의에서 주민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만일 협의가 여의치 않을 때는 대체부지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단 한 차례 간단한 인사성 모임을 주관한 후 이를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둔갑시켜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기습적으로 안건을 상정·심의하여 성미산의 체육시설 부지를 학교시설 부지로 용도변경 승인해주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6월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홍익초중고 건축을 허가해주었다.

  서울시에서 지켜야 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문제이며,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문제이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마포구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너무나 성급하게 일을 진행해 온 것이다.

  성미산 주민들은 5월 24일부터 성미산지키기 비상행동을 시작했고 매일 밤마다 성미산문화제를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6월 8일 홍익재단이 굴삭기로 성미산 나무 십 여 그루를 죽인 이후에는 산이 훼손된 바로 그 자리에 성미산지키기 텐트를 치고 24시간 조를 짜서 산을 지키고 있다. 성미산 주민들은 매일매일 나무가 쓰러질 수 있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으로 공사 진행 저지, 공사 차량 진입 저지, 각종 민원 제기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굴삭기와 톱으로 나무를 쓰러뜨리는 사람들을 몸으로 막으며 하루하루 긴박한 대치상태에서 보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 통학 안전권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한 건축을 중단시키고, 허가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사에서 ‘동네 뒷산 공원화 사업’을 이야기했는데, 무엇보다 먼저 성미산부터 살려야한다. 현재 홍익재단은 홍익대학교 안에 위치한 홍익초중고가 매우 비좁아서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해 이전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성미산대책위도 이 점에 대해서 공감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엄청난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 학습권 존중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홍익초중고가 이전할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고, 성미산은 서울시가 매입하여 서울시민에게 돌려주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이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권을 지키고, 학생들의 교육권까지 지킬 수 있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태환경 문제는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괜찮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생존권과 직결된 인권의 문제 즉, 권리의 문제이다. 서울 도심의 아마존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성미산을 지켜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2010년 서울의 생태환경 인식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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