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3월 2012-03-06   1939

위대한 시민-의료계의 인디생협, 제너럴 닥터

의료계의 인디생협, 제너럴 닥터

 

강지나 『참여사회』 시민기자

 

하얀 벽, 소독약 냄새, 채   1분을 넘기지 않는 진료… 병원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데 의사가 일상적으로 나와 소통하고, 내 생활에 대해 들어주고, 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증상을 살피고, 치료 후에도 계속 점검해 준다면? 게다가 나무와 고양이가 있는 까페에서 의사가 직접 내려주는 맛난 커피를 마시며 수다떨 듯 진료를 받는다면? 제너럴 닥터(General Doctor, 이하 제닥)는 그런 곳이다.

 

가장 인간적인, 가장 전반적인 건강 관리 Health care

제닥 김승범씨는 의대 시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신촌에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래서 나중에 신촌, 홍대, 강남과 같이 의료 공동화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까페인 척 하는’ 병원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말랑말랑하고 매력적이어서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공간, 이용자와 의사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어색한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가장 제닥의 이상에 닿아있는 표현이다.

  제닥의 두 번째 의사인 정혜진씨는 수련의 3년차에 우연히 이곳을 방문했다가 자기가 평소 해왔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제닥의 이상에 매료되어 1주일 만에 수련의를 그만두고 결합했다. 이들의 이상에 이름을 붙이자면, ‘극단적으로 인간적인 의료’다.

  “의료인과 의료 이용자가 서로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인간적인 의료라고 생각해요. 의학은 원래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학적인 뿌리에서 출발한 학문인데, 현대 의학은 질병 중심적이고 진단 중심적인 경향이 강해 초기 정신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요. 의료 시스템의 문제, 의학 교육의 문제, 관행적인 의료 행위만 접해본 사람들의 경험과 문화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요. 제닥은 이런 문제들을 넘어서기 위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1차 의료 행위를 하는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추구하고 있어요.”

 

경계 넘기, 실험과 도전


홍대에 자리를 잡고, 카페와 병원이 결합된 형태를 만들고, 웹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증상을 중심으로 30분 진료를 하고. 제닥은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했다. 그리고 이런 실험들이 결실을 맺어 제너럴 닥터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역시 기존 의료생협의 틀과는 달리 운영한다.

 
  “의료생협들이 지역구 중심으로 꾸려져 보편적 권리로서의 건강권을 얘기한다면, 우리는 현대인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넘어 문화생활, 직장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를 갖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건강 관리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인간적 의료에 동의하고 일상적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과 생협을 시작했어요. 기존 의료생협에서는 우리를 생협계의 아이돌이라고 부르시는데, 우리 생각에는 인디생협이 더 적절한 표현 같아요(웃음).”

  실험과 도전을 시작한 지 이제 5년. 제닥은 생협을 통해 의료 수가나 의사 처우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계를 또 다시 넘으려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이용한 서비스에 대해 평가를 해요. 그럼 우리는 그 평가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발전시키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비스 이용료가 적정 수준에서 결정되겠지요. 그 안에는 공공성을 위한 비용이 일부 포함되고요.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서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실천함으로써 조합원의 선택권도 보장하고 의사의 직무 만족도도 높이는 폐쇄적인 공동체를 꿈꾸고 있어요.”

 
21세기의 이웃 의사

2010년에는 포털 네이버의 본사 NHN에 제닥을 개원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곳, 직장 내에 병원을 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다양한 안 좋은 증상을 경험하지만 바빠서,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서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 그래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1차 진료가 가능하려면 사무 공간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직장의 환경은 그 직원들이 겪는 여러 증상들을 설명해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사원 만족도가 높고 성과가 나타날 수밖에. 이후 다른 회사들에서도 개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제닥생협 안에서 각종 워크숍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병원 환경에서부터 접수 방법까지 의료 행위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해보자는 취지의 디자인 워크숍을 2달 코스로 열고 있다. 여기에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 연구원, 학생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빌 공방, 디자인 등 조합원들이 좋아하는 소소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한 워크숍도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의료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함께 고민해보는 토론회와 공부 모임도 열 계획이다.

  제닥의 실험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의사 충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예상 외로 이력서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만큼 답답한 의료계의 현실 속에서 제닥의 실험이 하나의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게 아닐까.

 
  그들의 실험이 하나의 전형이 되어 제2, 제3의 제닥이 출현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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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닥생협에 참여하려면?
제닥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http://www.generaldoctor.org 에 들어가서 퀴즈를 풀어 통과하면, 1구좌 당 3만원을 내고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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