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0월 2012-10-08   1630

[읽자] 동아시아를 공감하는 세 가지 방법

동아시아를 공감하는 세 가지 방법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10월의 책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한일 양국의 독도 논란, 최근 극심하게 대립하는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 분쟁 그리고 한중일이 한데 엮인 이어도 문제까지. 동아시아 곳곳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영토 분쟁의 모습이다. 신문 보도기사에서는 분쟁의 역사적 배경과 오늘의 현실을 읽어낼 순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동아시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면, 더불어 내가 동아시아를 느끼고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역사 인식의 확장, 공감의 뿌리 발견, 타자에 대한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세 가지 방법으로 동아시아를 공감해보자.

 

          동아시아근현대사 1권 입체-1 동아시아근현대사 2권 입체-1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휴마니스트 

 
‘동아시아史’로 역사 인식 넓히기
그간 동아시아 분쟁의 주인공은 역사 문제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논란 등 일제 식민지 시기에서 비롯한 여러 장면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이런 상황을 한 걸음 진전시켜보려는 역사학자들의 기획이자 실천이다. 지난 2001년 일본의 교과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만난 한중일의 역사학자들은 일국의 역사 인식을 넘어서는 한중일 공동의 역사책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고, 2005년 『미래를 여는 역사』란 첫 결과물을 펴냈다.

  작업의 두 번째 결과물인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권은 관계사에 중심을 둔 통사로, 2권은 민중의 삶에 중심을 둔 주제사로 구성되었다. 1권에서는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무너진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제국주의, 양차 대전, 냉전을 거치며 어떻게 변모했는지 동아시아 전체를 역사의 현장으로 바라보고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사로서의 역사 인식을 가능케 한다. 2권에서는 도시, 철도, 이민과 유학, 전쟁과 민중 등의 주제를 다루는데, 근대의 제도와 문물이 동아시아 민중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보여주고, 근대 이후 늘어난 민중의 교류가 서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구체적인 상황으로 알려주어, 동아시아 시민사회를 위한 상호 이해의 기반으로 삼기에 적합하다.

  이런 내용의 유효함을 넘어 이 책은 집필 과정 자체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이란 목적에 부합한다. 언어, 연구 경향, 정치 상황 등이 각기 다른 세 나라의 역사학자들이 이십여 년 동안 수십 차례 각국을 오가며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함께 마주할 가능성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동아사이사’로서의 역사 인식이 가리키는 지점은 바로 이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서승의동아시아-입체-1       완벽하지않아_커버_1020_최종.indd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서승 지음. 창비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서경식 지음
                                                                               형진의 옮김. 반비 
 

공감의 뿌리 발견과 타자에 대한 상상력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의 저자 서승과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의 저자 서경식은 재일조선인 2세 형제다. 형 서승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19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출소 후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 동생 서경식은 디아스포라의 감수성을 담은 글로 타자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고 타자와 자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서승은 오키나와, 타이완, 연변, 제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동아시아 국가 폭력의 현장을 확인하고, 이를 공통으로 묶는 역사의 뿌리와 동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밝혀낸다. 일본의 아시아 침략 과정에서 병합되었고, 전후에는 미국의 통치권에 들어간 오키나와. 청일전쟁으로 일본에 넘어가 식민통치를 겪다가 전후에는 국민당 정부의 폭정을 겪은 타이완. 일제 식민지 시기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았지만, 중국의 대외 팽창 정책과 일관성 없는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혼란스러운 연변 조선족의 삶. 현대사의 비극 4.3사건의 현장으로, 한중일의 십자로에 위치해 이제 세계 평화의 섬으로 호명되는 제주. 서승은 이곳에서 일본 지배와 침략 전쟁이라는 공통의 역사와 2차 대전 후 냉전 체제에서 비롯한 구조적 모순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한 민중의 삶을 보듬는다.

  서승이 바깥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면, 서경식은 재일 조선인이란 자기 존재를 탐구함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한다. 재일 한국인, 재일 교포, 재일 코리안, 자이니치 등 재일 조선인을 부르는 이름은 그들에 대한 오해만큼이나 다양하다. 정의하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거주하게 된 조선인과 그 자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들은 일본 패전 후 일본 신민에서 외국인으로 지위가 바뀌었고, 이어진 남북 분단으로 국적 없이 ‘조선’이라는 기호만 갖게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무국적 상태라,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을 하며 세금을 내도 참정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서경식은 국가Majority에 의해 재단된 재일 조선인Minority이란 존재를 통해 한일의 역사 문제뿐 아니라 근대 국민 국가를 넘어서는 다음 시대의 통찰을 제안한다. 이 책을 읽고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는 일본을 비난하거나, 재일 조선인을 가여운 사람이라 생각하는 데 머물지 말고, 일본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바란다는 저자의 당부에서 동아시아를 이해하고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타자에 대한 상상력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새삼 확인한다.

 

동아시아를 공감하기, 실천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 독도를 생각해보자. 독도는 꽤 멀다. 울릉도에서도 배로 한 시간 반이나 걸리고, 독도에 가더라도 콘크리트 선착장 아래 맨 땅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곳이 우리 땅임을 확인하고, 그럼으로써 민족의 역사성과 동질성을 확인하려 하는 걸까.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란 말이 아니라, 여기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그렇게 확인한 ‘우리’로 무엇을 하려는 건지 되새겨보자는 말이다. 동아시아는, 동아시아를 공감하는 일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박태근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사회과학 MD로 일합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

『참여사회』를 읽고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 중 6분을 선정하여 <읽자>에 소개된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의견 보낼 곳 acham@pspd.org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