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0월 2012-10-08   1853

[특집] 완전고용 사회는 가능하다

완전고용 사회는 가능하다
어떻게?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 도입으로!

권문석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

 

일자리는 가장 좋은 복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 세력이 일자리를 말한다. 일자리 만들기는 그만큼 어렵다. 이 글의 결론은 완전고용사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개별성, 보편성, 충분성이며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본소득은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적인 소득을 말한다.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일자리를 만들거나 나누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새로운 조건을 만드는 싸움
일자리 만들기는 경제 성장과 기업의 고용 확대 등 생산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생산 확대는 불가능하며 생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 확대의 원동력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만, 그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인간의 노동력의 필요를 줄인다. 그리고 생산을 확대한들 소비할 길이 없다. ‘고용 없는 성장’과 ‘성장 없는 거품’의 시대다. 그래서 생산 확대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당장 소득이 줄어든다. 주5일 노동을 법제화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OECD 최장시간 노동과 실업이 공존하는 나라다. 일자리 만들기가 불가능할 때, 우리 사회가 대안으로 취할 방법은 노동시간 단축뿐이다. 이건 또 어떻게 가능할까?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노동 유연화’를 통해 노동자와 노동자운동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았다. 고용 또는 임금노동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안정적 일자리와 적당한 노동시간을 갖는 것이 목표라면 새로운 조건을 만드는 싸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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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상한제 → 기본소득 도입 → 일자리 나누기 
우선, 하루 7시간, 일주일에 35시간 식으로 노동시간 상한제를 둔다. 초과노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현실화한다. 최저임금은 평균소득에 근거한 기준 마련, 물가인상률과의 자동적 연동 등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불가피한 소득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도입한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감소한 노동시간만큼 의무적 일자리 만들기를 법제화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충분히 쉬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강제적일 수밖에 없다. 복지 체험이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실제로 가능해지려면 기본소득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는 감소한 노동시간만큼의 사회적 평균 임금 액수를 만회해주는 형태로, 예컨대 그 액수가 40만 원이라면 모든 국민이 매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는 것이다. 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물량 확보(장시간 노동)를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실업을 내버려두는 악순환을 끝내려면,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

 

재원은 금융 과세와 토지세, 생태세, 부자 증세로
노동과 임금을 분리하고, 임금과 생존을 분리해서 생각해보자. 일단, 모든 노동은 임금노동이 아니며, 자본은 모든 시공간을 초월하여 배제와 통합을 통해 노동을 분할한다. 노동력 상품으로 인정받는 임금노동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오래된 말은 임금노동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말은 자본가에 대한 적절한 공격도 아니며, 오히려 임금노동의 굴레에 노동자 자신을 가두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금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자본주의가 만든 신화에 불과하다. 자본주의는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으니 이 철옹성의 신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

  기본소득 재원은 투기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등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이것은 급진적 노동시간 단축 정치의 길이기도 하다. 

  주요 재원은 고율의 금융 과세와 토지세, 생태(환경)세, 부자 증세 등이다. 토지세는 보유세 형태로 단일화하고 5%까지 올려서 점진적인 토지 사회화(국유화)를 목표로 한다. 금융 과세는 금융거래세, 자본이득세 등의 거래세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보유세를 도입한다. 국영카드회사 설립(수수료 0%), 은행과 기업의 사회적 소유 확대 등 수탈 구조를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이런 방식의 기본소득 재원 정치는, 현재의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금융수탈 체제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너무 먼 이야기 같은가? 이미 다양한 형태로, 때로는 다소 제한적이나마 브라질, 나미비아,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율 저하 → 금융 팽창 → 금융 위기 → 재정 위기 → 복지 축소와 임금 삭감 → 이윤율 저하’라는 현재의 이 악순환 구조를 어디에서 끊을 것인가?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상은 가까이 있으며 우리 앞에 해결책이 있다. 

 


권문석
대학교 시절 좌파 학생운동을 했으며 사회당 기본소득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는 진보신당 정책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비정규 불안정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소득 도입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2009년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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