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 2020-10-05   1944

[특집] 정부의 ‘농업패싱’ 이대로 괜찮은가?

정부의 ‘농업패싱’
이대로 괜찮은가?

글.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

 

농지

 

국내 농업의 내외부적 여건 변화

농업의 사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러나 농업의 내외부적 여건 변화로 농업의 사명을 지속시키는 일이 녹록지 않다. 우리 농업의 여건을 변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농산물시장의 완전 개방과 기후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같은 세계적인 감염병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농가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고 농산물가격의 변동은 극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가뭄, 홍수, 냉해, 폭설, 폭염 등이 자주 발생되고 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태풍, 가뭄, 호우 등 커다란 자연재난만 열 번 이상이나 있었다. 생산의 불안정이 일상화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인력이동이 제한되어, 고령화되어 있는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로 세계무역량이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아시아무역센터ATC는 각 나라가 식량 재고와 식량안보를 우려해 수출을 중단하거나 식량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각 나라의 경제는 침체국면에 들었고, 내수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식량안보에 적색 신호

2007∼2008년과 2010∼2011년에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이상기후에 의한 곡물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등으로 식량안보가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식량안보는 식량자급률로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00년 29.7%에서 2018년에는 21.4%로 계속 하락해왔다. 한국은 식량의 78.6%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은 100% 자급하고 있다. 농축산물의 수입은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급격히 증가해 왔다. 2005년 수입액 119억 달러에서 2019년 343억 달러로 무려 224억 달러나 증가했다.

 

식량의 생산기반인 농지는 2000년 189만ha에서 2018년 160만ha로 감소했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씩, 서울시 면적의 4분의 1씩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농지의 절반 정도는 비농민의 손에 들어가 있다. 농업인구는 2000년 230만 명에서 2018년 130만 명으로 줄었고, 농촌인구의 고령화율은 44.7%로서 전체인구 고령화율 14.3%의 3배가 넘는다. 60세 이상의 농가 인구 비율은 58.3%로서, 농업을 담당할 후계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힘든 농업노동에 비해 열악한 농가소득, 불안정한 농산물가격, 농촌의 사회문화적 및 복지의 소외와 생활의 불편성 등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2019년 평균 농가소득은 4,118만 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소득 6,616만 원의 62.2%에 불과했다. 농산물가격은 품목을 옮겨가며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의 불안정은 소득의 불안정을 가져오고, 농민의 품목 선택의 폭을 제약한다. 농산물가격의 불안정은 소비자의 가계도 불안정하게 한다.

 

정부의 농업패싱?

이런 농업 여건의 악화는 농정철학의 부재와 농정방향의 오류에 기인한다. 현 농정의 흐름과 추진체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 농정개혁은 요원하다. 농민과 농업보다는 자본을 배려하고, 민관협치의 거버넌스 체계보다는 관료주의에 중심을 두고 있다. 민관협치기구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농민들의 단식농성 끝에 2년이 지나서야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농가 경제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대규모 첨단시설 설치 농정, 개발주의 농정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팜 밸리의 추진, 산지와 농지에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비농업 부문의 대기업에게 일감을 제공해 주는 정책으로 농가경제의 안정에 효과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농업 인력이 고령화되고 농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 위주의 개발 농정은 농민의 소득증대보다는 설치산업 자본의 이윤을 창출해 주는데 기여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 중심의 농정이라는 대통령의 공약도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공익형 직불제의 취지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런데 공익형 직불제의 예산을 2조 4천억 원 수준으로 향후 5년간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를 기본으로 하여 공익형 선택직불제를 추가해야 하는 길이 막힌 것이다.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도 국가 예산 대비 2.9%로 떨어졌다. 농가소득의 안정과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벽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 부족, 대통령의 농정공약 실천을 위한 정부 의지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 (통권 279호)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정방향

사람 중심 농정을 위해서는 농업 주체를 바로 봐야 한다. 농가 호당 평균 경지면적이 1.56ha로서 대부분이 경영규모가 적은 중소 가족농이다. 경지규모 2ha 미만의 중소농이 87%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1ha 미만의 소농은 70%나 된다. 규모화와 기업농 육성, 스마트팜 밸리 등 대규모 첨단시설 설치농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마트 기술 도입도 중소농 수준에 맞춰야 한다. 중소 가족농은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고 생산성도 높다. 식량자급률의 향상과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중소 가족농을 농정의 중심에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식량생산기반인 농지를 유지 보전하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농지이용 종합계획 수립,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과 이행,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전용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또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방지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에 부합되게 농지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비농민의 편법적인 농지 소유와 이용, 농지 방치 등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공익형 직불제의 예산을 정부 초기에 논의했던 5조 원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활성화와 농촌사회의 유지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 세 가지 유형 즉, 식량안보를 위한 식량자급률 제고와 후계인력의 육성, 자연환경과 농촌경관의 보전 관리 및 농업생태계의 유지와 지역경관의 보전, 활력 있는 농촌지역의 조성 유지 및 지역균형발전 및 농촌의 삶의 질 향상 등을 포함해야 한다.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 농업소득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격안정 제도를 생산자단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협치하여 수립 추진해야 한다. 생산자조직과 가공업체 및 농업법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 가공, 판매 및 체험 등을 연계한 계약재배방식을 통해 가격과 물량 계약을 체결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민은 안정적으로 식량생산에 매진할 수 있다. 

 

 

 

[특집] 식량전쟁

1. 곡물값 폭등 이후 10년, 새로운 식량위기 송원규

2. 기후변화가 농산물에 끼치는 영향 김명현

3. 코로나19와 싱크홀의 농촌 세계 정은정

4. 정부의 ‘농업패싱’ 이대로 괜찮은가?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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