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0월 2002-10-24   714

샘골을 원자력의 메카로?

지난 9월 17일 오전 11시, 13만8000여 평 규모의 첨단방사선이용연구센터(이하 방사선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정읍시 과교동 금구마을 산자락엔 정읍농민회 회원 등 100여 명의 공사저지 부대가 모여들었다.

‘방사선센터 백지화’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구호를 외치며 토목공사 현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창 벌목과 중장비 운전에 열중하던 현장 관리자들과 인부들은 아연 긴장하며 경고용 바리케이드를 앞세우고 진입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주민들과 농민회원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약간의 물리적 충돌 후 벌목으로 벌겋게 뒤집어진 산자락은 주민들에 의해 점거되어 불도저 앞에 현수막이 걸리고 현장 한켠에 천막이 세워졌다.

동학농민혁명과 내장산 단풍으로 널리 알려진 정읍에 방사선센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해 초 언론에 의해 방사선센터의 유치효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부터이다.

원자력연구소 측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방사선센터의 주요시설은 방사선조사시설(물체에 방사능을 쬐는 시설)과 농산물 시험포장, 동물실험장 등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논쟁의 중심이었던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산업용 원자로’이다.

이 점은 언론에 의해 처음 보도된 1300여억 원의 사업예산 중 1000억 원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시설인데다,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센터 추진단장인 국일현 씨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2005년까지는 계획이 없으나 장차 산업용 원자로의 건설을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대량 생산해 전국의 수요처에 이를 공급하고, 일본 등지에 수출을 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원자력산업의 메카’ 따위의 말이나 수조원의 경제적 파생효과라는 것도 이 시설이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과 공급, 회수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읍시가, 궁극적 목적이 핵폐기물 처리로 알려진 ‘양성자 가속기’의 유치를 신청해 핵벨트화의 가능성을 염려하던 정읍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과 농민들이 방사선센터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식품 등에 방사선을 쬐어 신선도를 유치하거나 씨앗의 발아를 억제하는 것은 GMO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어떤 치명적인 해를 미칠지 예측할 수 없으며 이는 자연의 질서에 거스르는 반생명적 행위라는 점 때문이다.

17일 현재 토목공사 개시 현장점거를 계기로 주민들은 공사저지를 위한 장기농성 체제에 들어갔다. 또한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에게 방사선센터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원자력연구소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다양한 활용, 양성자 가속기 설치 등 이른바 원자력산업 비발전분야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집요하게 원자력 확대정책을 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확대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지도 모를 방사선센터의 건설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정읍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의 투쟁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요섭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