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1월 2018-11-01   1901

[특집] 쓰레기가 에너지가 된다고?

특집3_쓰레기와 함께 살기

쓰레기가
에너지가 된다고? 

 

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폐기물은 인간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불필요한 물질을 말한다. 쓸모없는 물질 또는 오염물질이기 때문에 쓰레기는 적절히 수거한 후 처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폐기물은 다시 자원으로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폐기물이 발생하더라도 무작정 버리지 말고 자원으로 용도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이 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하고 자원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이중의 이익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지속가능한 폐기물관리’ 혹은 ‘자원순환’, ‘순환경제’ 등의 개념을 사용한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대개는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과 연료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구분한다. 재생원료로 다시 가공하여 재생제품을 만들어서 순환하는 방법을 물질재활용(material recycling) 혹은 재생이용이라고 한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가공하는 방법은 파쇄하거나 녹이는 등의 물리적·기계적 방법을 사용하지만, 열분해 등의 화학적 공정을 통해 원료물질을 회수하는 열·화학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연료로 이용하는 방법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가연성 폐기물을 태워서 직접 에너지로 이용하거나 열분해 혹은 혐기성 분해 등의 공정을 통해 생성된 가스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열적 재활용(thermal recycling) 또는 폐기물에너지회수(Waste to Energy, Energy recovery)라고 한다. 

 

폐기물 중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만을 별도로 선별하여 잘 탈 수 있도록 가공한 것은 폐기물고형연료(SRF, solid recovered fuel)라고 하는데, 최근 폐기물고형연료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전국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폐기물에너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폐기물에너지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먼저 긍정적 시각으로 폐기물을 연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물질재활용보다는 에너지회수가 바람직한 폐기물 관리방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질적으로 물질재활용을 할 수 있는 폐기물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질의 재생원료를 만들기보다는 가연성폐기물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이 오히려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폐기물에너지는 폐기물을 태워서 처리하는 소각과 다를 바 없으며,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소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쓰레기 제로를 주장하는 근본주의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쓰레기를 태우는 일체의 처리방법을 거부하고, 쓰레기를 줄이거나 물질재활용하는 방법이 쓰레기 관리의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두 가지 시각을 절충하는 입장은 단기적으로 폐기물에너지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인정한 후 장기적으로 폐기물에너지를 대체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매일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 감량과 물질재활용이라는 원칙적인 접근만 고집할 경우 폐기물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일 53,772t의 폐기물이 가정이나 산업현장 등에서 발생하고 있고, 60%가 재활용된다. 매립되는 폐기물의 양은 15%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의 매립량만으로도 현재 국내 생활폐기물 매립장의 남은 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단일 매립지로 세계 최대 규모인 수도권 매립지를 제외하면 20년에 불과하다. 현재 매립되고 있는 폐기물은 물질재활용을 할 수 있는 가치가 떨어지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매립되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폐기물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폐기물을 태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폐기물을 원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폐기물에너지를 둘러싼 쟁점과 오해

한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폐기물에너지, 특히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에너지 관점에서 협소한 시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친환경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는 에너지 생산의 목적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시설의 기능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에서 태우지 못하는 폐기물은 소각시설에서 태워야 하기 때문에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 건설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어디에선가는 태워야 하고 그러면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폐기물에너지 시설이 환경오염 시설이기 때문에 결코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와 같은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러한 논리로 결사반대한다. 물론 폐기물을 태우면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그러나 발생한 오염물질은 오염방지 시설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매우 낮다. 오염방지시설을 거쳐 배출된 오염물질이 환경오염 및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까? 국내에서 수십 년 동안 가동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인해 주변 환경오염과 주민들 건강피해에 대해 확인된 바는 현재까지 없다. 서울시에서 십 년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소각시설 주변 모니터링에서도 이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폐기물을 태우는 시설로 인해 급성 환경오염과 인체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좀 더 장기적인 모니터링 결과가 축적되어야 이론의 여지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폐기물 시설이 입지할 경우를 입지하지 않을 경우와 비교하면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 등을 함께 고려하여 주변 지역 주민들과 지역에 대한 지원이 환경정의의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폐기물에너지가 친환경에너지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다. 폐기물에너지가 단순소각이나 매립 대비 상대적으로 우월할 수는 있지만 친환경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폐기물에너지는 이미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차악을 채택한 것이기 때문에 폐기물 감량과 재사용, 물질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운영하는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특집. 쓰레기와 함께 살기 2018년 11월호 월간참여사회 

1. 플라스틱의 반격 

2. 그 많던 폐기물은 어디로 갔나 

3. 쓰레기가 에너지가 된다고? 

4. 우리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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