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2026

[특집] 이해충돌방지, 왜 쉽지 않나?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해충돌! 피감기관 수백억대 공사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을 비롯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직자 및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제도로써 원천적 방지는 가능한가? 복잡하고 논쟁적인 성격을 가진 이해충돌의 개념과 제도화 역사,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을 짚어보고 지난 6월, 21대 국회에 제출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정부안 vs 참여연대안의 핵심 내용을 비교 분석한다

 

이해충돌방지
왜 쉽지 않나?

글. 윤태범 한국방송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다시 시작된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 논쟁

최근 이해충돌방지의 제도화에 대한 입법화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의 방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출하였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소위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지 5년 만이다. 7년 전 정부가 제출하였던 법률의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으로서, 이 법안은 부정한 청탁의 금지와 이해충돌의 방지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법률안의 핵심은 이해충돌의 방지인데, 당시 논란 끝에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은 빠진 채 부정한 청탁의 금지를 담는 법률로 축소된 채 입법화되었다. 이해충돌의 방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시 통과된 법률은 반쪽짜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늦었지만 다시 이해충돌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안이 제출되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박덕흠

수백억대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 등 잇따른 공직자 이해충돌 논란은 이해충돌방지 제도화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소방방재청

 

이해충돌의 방지와 민주주의

이해충돌은 이익(혹은 손해)간의 충돌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충돌은 공적인 이익과 사적인 이익이 양립하지 못하는, 즉 충돌하는 상황이다. 대개 이러한 충돌의 상황은 특정한 직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에게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공직자나 혹은 변호사나 의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발생될 수 있다. 로펌의 변호사가 변론을 함에 있어서 쟁송 중인 양 당사자를 대리하는 것도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이해충돌을 공직사회에 한정하면, 공직자가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공적인 직무(및 공적인 직무의 수행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공적인 이익)와 사인으로서 취하게 되는 사적인 이익이 양립할 수 없는 경우이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게 되면, 그 결과는 공적인 이익의 침해이다. 

 

공공부문의 관료가 사회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경우에는 이해충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관료의 사적 이익이 바로 공익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관료의 사적 이익 추구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고, 제기할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관료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고, 시민의 권리가 신장됨에 따라서 공적인 이익과 사적인 이익의 구분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이해충돌의 의의와 중요성은 민주주의의 신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강조되면 될수록 이해충돌의 제도화가 필요해진다. 

 

이해충돌의 다양한 측면

이해충돌은 특히 ‘시간’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즉 이해충돌을 확인 혹은 회피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미래에의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으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해충돌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해충돌이 갖는 시간의 속성으로 인하여 이해충돌에 대한 이해나 적용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첫째, 실질적 이해충돌actual conflict of interest로서, 현재 발생하고 있고, 과거에도 발생한 이해충돌을 의미한다. 이미 드러난 경우로서 특정한 결정이나 행동이 이해충돌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다. 

 

둘째, 외견상 이해충돌apparent conflict of interest로서, 예를 들어서 공무원의 사적인 이익이 부적절하게 공적 의무의 수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서, 부정적 영향으로 현재화된 것은 아닌 상태이다. 누가 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문제로는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셋째, 잠재적 이해충돌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로서, 예를 들어서 공무원이 미래에 공적 책임에 관련되는(갈등 야기하는) 일에 연루되는 경우이다. 다른 경우와 비교하여 이해충돌의 외관이 가장 미약한 경우이다. 

 

이해충돌 방지의 핵심은 ‘회피’이다. 이해충돌의 ‘회피’는 충돌하고 있는 공익과 사익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회피는 이해충돌의 단계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예를 들어서 앞서 언급한 이해충돌의 유형 중 잠재적 이해충돌의 단계에서 회피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이해충돌의 단계는 아직 이해충돌이 형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제로서의 인식은 약할 수밖에 없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이해충돌은 공적인 이익과 사적인 이익이 양립하지 못하는, 즉 충돌하는 상황이다. 대개 이러한 충돌의 상황은 특정한 직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에게서 발생한다 ⒸUnsplash  

 

 

이해충돌방지의 제도화, 왜 어렵나?

우리나라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되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주장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논쟁 중이다. 왜 그런가? 왜 이렇게 이해충돌방지의 제도화가 어려운가? 

 

먼저 개념의 생소성을 들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해충돌’이라는 용어를 간혹 사용하였지만 이것의 제도화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정도 된다. 이해충돌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생소함이 존재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1990년대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화 논의가 있을 때,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에 대한 개념적 생경함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이해충돌은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해소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예방 지향적이다.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에는 사후약방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충돌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보는 입장에 따라서 상이하고, 특히 당사자들은 대부분 이해충돌의 상황을 부정하기 때문에 수용과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셋째, 이해충돌은 그 사회의 문화적 풍토와 긴밀하게 관련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해충돌에 대한 문제 인식은 민주주의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아직 충분한 민주주의적 시민의식이 확립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이해충돌 자체에 대해서 수용성이 높지 않다. 대표적으로 2015년 김영란법이 제정될 당시, 경조사비를 제한하거나 청탁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와 같은 문화적 풍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이해충돌의 제도화에 있어서 일반화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은 명확하고 혼란이 없어야 하는데, 이해충돌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이나 다의성과는 별개로, 이해충돌의 상황이 너무도 다양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해충돌의 다양성을 특정한 법률에 일반화, 구체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섯째, 이해충돌의 문제는 특정한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문제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종사자인 공직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은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공직자 스스로 관련 입법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이미 지난 수년간 이해충돌 방지의 중요성 및 의미와 수단 등을 둘러싼 많은 논쟁들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많은 쟁점들도 정리가 되었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해충돌의 입법화를 통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도모할 때이다.  

 

 

 

[특집] 이해충돌의 이해

1. 이해충돌방지 왜 쉽지 않나? 윤태범

2. 국회의원과 직업공무원의 이해충돌이 다른 이유 서복경

3.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의 흐름과 역사 이은미

4.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한 걸음 더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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