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2월 2016-11-30   823

[특집]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두 유라의 이야기

특집_굿바이, 박근혜의 나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두 유라의 이야기

 

 

글. 민선영 20대

 

 

개명하기 전 내 이름은 ‘민유라’였다. 어느 철학원인지 작명원인지 점집인지 모르는 곳에서 ‘유라’는 팔자가 센 이름이니 이름을 개명하라 해 지금의 ‘선영’이 되었다. 이따금 다시 내 옛 이름을 생각한다. 우연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팔자 센 인생을 살고 있는 정유라가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껏해야 한 살 차이 나는 유라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유라는 성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 선생님의 부당한 처우에 분노를 삭여본 적이 있을까. 객관식 정답과 달리 답 없는 주관식 미래가 불안하진 않았을까. 나는 그랬다. 내 친구도 그랬고 내 동생도 그랬다. 하지만 유라는 그렇지 않았다. 공부하지 않아도 갈 대학이 있었고, 선생님에게 이례적 대우를 받고, 객관식이건 주관식이건 그가 적는 것이 답이 되었을 테니까.

바야흐로 ‘순실의 시대’이며 ‘상실의 시대’이다. 비교적 공정하다고 믿었던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사회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유라를 입학시키기 위해 수십 명을 임의로 탈락시켰고, 준공기업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황00을 입학시키기 위해 수백에서 천이 넘는 사람을 임의로 탈락시켰다. 절차의 반복된 상실에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 꾸역꾸역 실패와 탈락의 이유를 나 자신에게서만 찾았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그 이유를 청와대에 물어본다. 지금의 내 처지가 노력의 부족과 운 없음 때문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20만 명, 100만 명, 그리고 175만 명을 바라보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일상적인 무력감, 좌절감, 패배감에 익숙했던 2030세대의 얼굴이 유독 많이 보인다. 플랜 B, 플랜 C도 아닌 플랜 Z의 마지노선 삶을 살고 있는 이들과 함께 나 또한 6,030원을 벌 수 있는 한 시간을 수십 번 버려가며 광화문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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