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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12월
  • 200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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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憲法)’이라는 단어는 『한성순보』 10호(1884.1.30)와 『국한회어(國漢會語)』(1895)라는 사전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헌법’이라는 번역어는 오랫동안 우리의 언어 ‘관습’ 속으로 쉽사리 들어오지 못했다.

1884년 2월 7일자 『한성순보』에서는 헌법을 ‘장정(章程)’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언어 표현은 영국의 대헌장(大憲章)이나 권리장전(權利章典)이라는 말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1894년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여 갑오개혁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듬해 1월에는 고종이 홍범14조(洪範十四條)를 발표했다. 홍범은 『서경』의 한 편으로 유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말한 정치철학서다.

1897년 8월에 고종은 전제 군주국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를 만들어서 종묘에서 서약하고 내외에 공포했다. 대한국국제 제 2호에는 “대한국의 정치는 만세불변의 전제정치이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전제정치는 ‘관습’이나 ‘만세불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국권만 상실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임시정부는 임시헌장(臨時憲章)을 선포했다. 임시헌장의 제 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했으나 ‘헌법’이라는 말은 없었다. 물론 일제가 식민통치를 하던 조선에서도 ‘헌법’은 없었다. 식민지 조선은 일본의 헌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일본의 법을 변형시킨 조선민사령과 조선형사령으로 조선 총독이 직접 통치를 했다. 해방 이후 194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헌법’이 우리의 언어 ‘관습’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분단이 되는 바람에 남과 북은 서로 다른 헌법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재판(裁判)’이라는 단어도 ‘헌법’ 못지 않게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1894년에 갑오농민전쟁으로 수많은 농민군이 붙잡혀오자 법무아문의 업무가 폭주함에 따라 일본의 주도 아래 ‘법무아문권설재판소’를 설치하였다. 법률이라는 탈을 쓴 일제와 봉건권력자들이 백성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지배할 목적으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재판소’라는 명칭과 기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헌법과 재판은 기구한 운명에서 조금씩 벗어나 정의의 여신처럼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저울질이 많이 서툴러 옛날의 나쁜 ‘관습’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민의’를 제대로 배워서 유스티치아 여신처럼 ‘정의’라는 평형을 잡을 수 있으리라.
박상표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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