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2월 2004-12-01   876

‘언론 대안’ 시민들이 찾는다

시민미디어의 개념과 현주소

지난 11월 16일 방송위원회는 마포공동체라디오방송을 포함해 전국 8개 지역의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를 선정, 발표했다. 시범사업자들은 1년 동안 소출력라디오 시범방송을 하게 되고, 이 시범방송의 결과를 바탕으로 소출력라디오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방송위원회는 밝혔다. 소출력라디오는 FM 주파수(88~108㎒) 대역에서 1와트 수준의 작은 출력을 이용하여 제한된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밀착형 동네방송으로 기존의 라디오와는 달리 비영리로 운영되는 방송이라 정의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도입된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와 함께 대표적인 시민미디어인 소출력라디오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시민의 참여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시민미디어

시민미디어는 시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당연히 시민미디어는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사안을 바라본다. 지금처럼 거대언론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그게 가능한 것일까 하고 반문하겠지만 이미 현실화 되어 있다. 시민미디어는 대안미디어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안미디어운동이란 자본주의 체제 내에 흡수되면서 급속히 보수화된 기존언론의 대안을 찾는 일이다. 기존언론에 의한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자발적 참여를 가로막으며, 지배집단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탁받은 미디어는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포장하고, 사회구성원들을 홍보와 계도의 대상, 미디어의 소비자로만 규정하면서 군림하게 되었다. 대안미디어운동은 바로 이런 일방적 미디어 구조를 깨고자 한 것이었고, 그 가운데 시민 미디어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자율성을 통해 미디어를 정상적인 구조로 재편하려고 하는 시도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대안미디어운동은 75년 자유언론수호투쟁에서 비롯되었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통제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운동은 많은 기자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이는 85년 월간 『말』, 88년 『한겨레신문』 창간을 가능하게 했다. 87년 민주화운동은 언론운동에도 영향을 미쳐 대학언론과 노동언론 등 각종 대안적인 언론이 활발히 만들어졌다. 96년엔 국민주방송설립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민미디어의 등장은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규정이 포함된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퍼블릭 액세스의 현주소

퍼블릭 액세스란 “일반시민이 미디어에 쉽게 접근해 자신들의 삶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사회의 미디어 집중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입된 지 5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퍼블릭 액세스 상황은 ‘물구나무 섰다’고 표현할 수 있다. ‘밑으로부터의’ 퍼블릭 액세스가 보편화 되어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퍼블릭 액세스는 진보적인 방송학자나 미디어운동단체의 노력으로 ‘위로부터’ 도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공중파 방송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인 KBS <열린 채널>이 가장 활발하고, 다음으로 위성방송의 시민방송(RTV)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기초가 되어야할 지역케이블의 퍼블릭 액세스는 아직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다양한 실험들만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위로부터 도입된 정책이다 보니 보이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의 퍼블릭 액세스 운동을 이끌어온 세력이 주로 미디어운동가들이란 사실과 연관된다. 물론 초기라서 전문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도 훌륭하지만 운동진영에서 대중화에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반시민들은 퍼블릭 액세스라는 단어마저도 매우 생소해 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대중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활성화에 책임이 있는 정책당국의 인식부재와 정책미비라고 할 수 있다. 퍼블릭 액세스는 이념에서부터 체계까지 기존 방송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블릭 액세스는 기존 방송을 단지 축소해놓은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심의 문제는 기존방송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해 도입해 놓고 기존의 맞지 않은 잣대로 재단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원인은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물론 미디어센터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미디어센터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 부족하다. 미디어센터운동의 대중화도 시급하다.

미디어에 대한 잘못된 신화 깨기

퍼블릭 액세스와 함께 대표적인 시민미디어는 소출력라디오이다. 소출력라디오는 공동체라디오(Community Radio)라고도 불린다. 공동체라디오는 기존 FM 라디오의 500와트에서 10킬로와트 출력보다 ‘작은 출력의 전파’를 사용하는 라디오방송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출력이 작기 때문에 약 반경 5킬로에서 20킬로 정도의 방송권역을 갖고 있다. 이렇게 방송이 도달하는 지역이 좁기 때문에 지역밀착형 방송이 가능하다. 큰 미디어가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인해 다루지 않았던 지역공동체의 작은 소식과 정보가 교환된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형성함으로 해서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다. 지자체 역시 중요한 지역현안에 대한 지역여론을 수렴할 수 있고 지자체의 각종 소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더 작게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없었던 동네의 소식이며 이웃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이로써 공동체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한다. 또한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함으로써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시민미디어는 미디어의 역할과 제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이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함으로 해서 미디어는 소수의 소유물이나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삶의 모습이나 의견들을 나누는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깰 수 있고 우리나라의 미디어구조를 좀 더 민주적이고 다양한 구조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미디어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게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해 사회를 더욱 민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퍼블릭 액세스와 공동체라디오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송덕호 미디어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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