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1월 2004-11-01   834

매매춘 법령, 제국의 군대를 보호하다

성매매는 그 기원을 고대 신전에서 여사제의 매음 행위에서 찾기도 하고,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과 유전자가 98% 가량 똑같은 보노보는 수컷이 사냥감을 나누길 거절하면 암컷이 수컷을 유혹해서 성행위를 한 다음에 사냥감을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기지촌, 집창촌, 휴게텔,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룸살롱,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매매춘은 아무래도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국주의 국가의 군대는 성의 상품화 현상의 주범이다.

일본은 조선을 개항시킨 후 일본인 거류지에 공창제도를 도입했고, 일본인 거류지의 유곽은 청일전쟁 이후 더욱 성행하였다. 한국에서 매춘녀, 창녀가 사회적으로 공식화된 것은 1904년 일본 공사관 산하의 ‘경성영사관령’ 제3호가 처음이다. 이후에도 일본은 ‘신성한 제국의 군대를 성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식민지배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법령을 공포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동안 매매춘은 일반화되었고, 조선총독이나 경무총감 같은 총독부의 고위관리들은 고급요정을 드나들면서 권력과 밀매음의 유착관계를 강화했다.

공창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1946년 5월 17일에 미 군정이 법령 제 70호 ‘부녀자의 매매 또한 그 매매계약의 금지’를 발포한 이후부터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공창을 사창으로 전업시키는 계기가 되어 매매춘을 근절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기지촌’이라는 새로운 매춘문화를 한국에 도입하였다. 기지촌은 미군을 정점으로 양공주와 혼혈아, 암달러상, ‘PX’에서 빼돌린 물품을 파는 암거래상, 포주, 세탁소, 미장원, 양복점, 기념품점, 사진관, 초상화점, 당구장, 국제결혼 중개업 사무소 등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태의 기형적인 지역사회를 양산했다.

태국의 수도 방콕이 매춘도시와 에이즈의 온상이라는 악명을 얻게 된 것도 사실은 베트남 전쟁에 투입된 미군의 섹스 휴양지로 개발된 데서 비롯되었다. 베트남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한 이후 매매춘 시설의 고객은 미군 대신에 일반 시민과 관광객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서 경찰은 윤락업소 업주나 성매매 여성뿐만 아니라 성매수 남성까지 강력하게 단속을 하고 있다. 매매춘의 역사를 살펴볼 때 가장 먼저 단속해야 될 대상은 미군과 권력자들이 아닐까?

박상표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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