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1월 2004-11-01   935

17대 첫 국정감사, 간신히 낙제점 면하는 수준

2004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17대 첫 국정감사였던 만큼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 참여연대는 반부패, 사법, 경제, 조세, 평화, 사회복지 등 6대 분야에 걸쳐 28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17대 첫 국정감사가 정책국감과 민생국감이 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생산적인 국정감사가 되겠다는 다짐과 선언은 늘 폭로와 정쟁, 부실한 국감운영, 욕설과 비방, 국회의원들의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결국 파행과 구태로 귀결됐다. 이번에도 다를 바 없었다. 17대 국회가 보여준 첫 국정감사는 함량미달이었으며 간신히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언제나 ‘말’뿐인 국감 주문사항

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입안과 정책집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야 정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 좌절된 원인과 배경을 따져 묻고 실업대책 해소와 경제 회생 등 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이 국민들의 바람이고 요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감 초반부터 여야 정당의 선언과 다짐,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물거품이 되었다. 국방위와 통외통위의 국가기밀 논란, 교육위의 친북 교과서 논쟁, 행자위의 행정수도 이전 관제 데모 공방 등 국감 초반의 주요 의제는 이런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정쟁유발형 의제였다. 이것이 과연 양당이 공히 내세운 정책과 민생국감, 고품격 국감, AS(After Service) 국감이었는지는 의문만 들 뿐이었다.

언론 역시 국감을 시작하면서 각 정당에게 정책국감을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폭로와 정쟁만을 쫓아다니며 이를 과도하게 부풀려 정쟁 국감을 방조하였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자신들의 주문조차 잊어버린 언론 또한 정쟁국감에 부역을 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정책국감의 노력 가려버린 정쟁과 부실국감

부실한 국정감사도 여전했다. 국정감사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속기록에 발언을 남기기 위해 중복질의로 아까운 국감시간을 보냈다. 자료 준비 부족으로 인한 수준 이하의 질의와 언론보도를 의식한 자료 부풀기, 정부의 무성의한 자료제출과 자료제출 거부, 허위 자료 제출 등도 부실 국감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감 시작 전부터 재벌 관련 인사들의 증인채택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나마 카드대란과 국민은행 분식회계 등 경제 분야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었던 인사들조차 대거 출석하지 않아, 증인채택 문제도 부실국감의 한 요인이 됐다. 국감 종반은 여당의 4대 개혁법안 제출로 인해 여야간 힘 겨루기로 국정감사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정쟁국감과 부실국감의 와중에서도 각 정당의 비례대표, 여성, 초선의원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국감에 있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장탐방을 통한 자료제시, 다른 상임위 의원들과 연관된 정책들을 공유하며 공동 정책자료집 발간, 국감 질의 과정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피감기관의 잘못된 정책 지적 등 모범적 국감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정쟁국감과 부실 국감의 그늘아래 묻혀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

매년 국정감사가 끝날 때면 국감 무용론이 불거져 나온다. 부실 감사 등 국정감사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하고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상임위가 20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지나치게 과다한 대상기관을 선정해 감사를 하다보니 졸속 감사, 부실 감사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따라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합하여 정기국회에 한정하지 않고 연중 상시국감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책과제별로 몇 개의 소관부처와 피감기관을 순차적으로 정해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연중 순회 국감도 검토해 볼 만 하다.

둘째, 행정 공백과 자원 낭비도 해결돼야 한다. 정부에 대한 과다한 서류 제출 요구로 인한 행정공백과 자료복사 등 인쇄비 낭비, 국감 준비에 따른 피감기관의 예산 낭비와 행정 공백의 문제도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행정부의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막대한 인쇄비로 인한 예산 낭비, 과도한 자료요청으로 행정부의 업무마비 등 과도한 자료제출로 인해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의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이다.

셋째, 국정감사가 일과성, 일회성 감사가 되지 않도록 사후 검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국감기간동안 한 건만 올리면 된다는 식이었고 피감기관들도 국정감사 기간동안만 어떻게 해서든 넘기면 된다는 태도가 만연했다.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에 지적된 정책오류, 집행상의 과오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반드시 확인과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17대 국회는 자승자박했다. 앞으로 4년 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눈이 그리 곱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 달라진 국정감사, A학점의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국정감사를 언제나 볼 수 있을까.

말·말·말 2004 국정감사 최악의 발언

·“야, 너희들 이래도 돼?” 김용갑 의원(한) 산자위 가스공사 국감에서 마이크가 고장을 일으켜 스피커에서 굉음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가스공사 직원들에게 “야 너희들 이래도 돼?”라며 막말.

·“국군 단독작전시 보름만에 서울 함락” 박진 의원(한)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국방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적의 장사정포가 일제히 발사될 경우 시간당 2만5천여발의 포탄이 쏟아져 한시간만에 서울의 3분의 1을 파괴하고, 한미동맹이 심각한 상태에 빠져 한국군 단독으로 적의 침략을 막아야 할 경우 수도 서울에 대한 방어선이 보름여 만에 무너진다”며 2급 군사비밀 폭로.

·“얼마나 능력이 되느냐, 월급이 얼마냐” 이재오 의원(한) 문광위 관광공사 국감에서 임직원들을 3분여 동안 기립시키고, “얼마나 능력이 되느냐, 월급이 얼마냐, 국감에 나와서 제대로 자신있게 답변하는게 하나도 없다”는 등 권위적 태도.

“미혼남자 성관계 기회차단,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김충환 의원(한) 행자위 경북경찰청 국감에서 경찰의 성매매 단속과 관련해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을 전후한 결혼적령 시기까지 성인 남성들이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고 주장하여 여성모욕, 성매매 옹호.

·“감기약 회수관련, 어떤 약이나 효과가 있는 반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 김선미 의원(우)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국감에서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페닐프로 판올아민(PPA)함유 감기약에 대한 회수조치에 대해 “어떤 약이나 효과가 있는 반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라며 “미국에서 금지됐다고 해서 무턱대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여 약사출신으로 제약회사 이해 대변.

·“스파이와 국감 못해” 안영근 의원(우) 국방위 국방조달본부 국정감사에서 “박진 의원 언론플레이(보름만에 서울 함락) 자체가 대한민국 안보에 큰 위협을 주고 있는데 그것이 스파이지 뭐가 스파이냐, 같이 못하겠다”고 발언하여 12시간 동안 국방위 국감 공전.

·“부정선거 감시단은 전문성이 결여된 주부나 아르바이트생 수준” 권오을 의원(한) 국회 행정자치위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감에서 선관위의 불법선거운동 단속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설전 중 “선거법은 더욱 엄격해지는데 반해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부정선거 감시단은 전문성이 결여된 주부나 아르바이트생 수준”이라고 비판.

·“색깔론 뒤에 몸을 숨기려는 비겁한 태도이며 역색깔론” 남경필 의원(한) 여야가 `친북 교과서 발언과 국가기밀 유출 논란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한 6일 여당의 공세에 대해 “여당은 안보 불안에 대한 적절한 문제 제기를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여당은) 전가의 보도처럼 재래식 무기인 색깔론을 꺼내고 있는데 색깔론 뒤에 몸을 숨기려는 비겁한 태도이며 역색깔론”이라고 응수.

“국보법 폐지 강행땐 상생정치 끝” 박근혜 의원(한) “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하면 정상적인 정치활동은 힘들 것이며, 상생과 대화, 타협의 정치도 끝날 것” 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나 열린우리당이 삼성전자의 경영권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는지 모르겠다” 유승민 의원 (한)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개정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참여연대나 열린우리당이 삼성전자의 경영권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는지 모르겠다. 그런 고민 없이 우리의 폐지론을 ‘차떼기당의 결초보은’이라고 몰아붙이는데, 그런 말은 가당치도 않다.”며 주장.

※ 말*말*말 http://watch.peoplepower21.org/contents/talk.html

홍석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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