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0월 2004-09-14   978

[인터뷰] 버마민족민주연맹(NLD) 중앙위원 우 조 뜨윈

“버마의 민주주의를 도와달라”

지난 8월 30일 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는 ‘버마 국가폭력의 실상과 민중항쟁’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버마의 민주화세력을 대표하는 NLD(버마민족민주연맹 ;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의 중앙위원 겸 조직국장을 맡고 있는 우 조 뜨윈 씨가 참석했다.

우 조 뜨윈 중앙위원은 버마 군사독재 세력에 의해 1970년대부터 3번의 옥고를 치른 바 있고, 버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정치적 망명 상태로 현재 태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버마 민주화에 대한 여러 나라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버마 민주화 조치에 대한 서명을 조직했다. 지금까지 43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서명을 했다.

우 조 뜨윈 중앙위원이 말하는 버마의 상황은 여러모로 한국의 군사독재 시대와 흡사했다.

다만 우리가 6·10항쟁을 통해 점진적인 민주화의 과정을 밟아 지금에 이르렀다면, 버마는 1988년 민중항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1990년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NLD에 의한 평화적 정권이양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확신은 민주화 투사다웠지만, 미국의 역할에 대한 그의 기대는 우리의 경험에 비춰 다소 순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8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NLD 한국지부에서 우 조 뜨윈 중앙위원을 만났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8월 30일 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가 주최한 ‘버마 국가폭력의 실상과 민중항쟁’이라는 토론회에 초청받았다. 이 토론회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버마 민주화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국에 와서 정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누구를 만났고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을 만났고, 10일에는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의 요구는 버마 정부가 아웅산 수지 여사를 석방하고, NLD(버마민족민주연맹) 사무실 폐쇄를 중단하고, 버마 내 정치범들을 석방하도록 한국이 버마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달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권 의원과는 특히 한국에 체류하는 버마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버마에 인권은 없다”

-현재 태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가?

“2003년 5월 30일 데페인(Depayin)에서 버마 군사독재의 대학살이 있었다. 이 날 100여명이 죽임을 당했고, 1000여명이 부상당했다. 연설을 했던 아웅산 수지 여사, 우 띤 우 부의장 등 NLD 주도 인사들을 포함해 500여명의 NLD 지지자들이 체포됐다. 망명 생활은 5개월 정도 됐고, 버마 정부의 민주화세력 탄압으로 국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을 돌며 버마 민주화를 위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정부에 의한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정치적 수감자의 양적인 규모와 이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1970년대 한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민주화운동 인사에 대한 협박은 일상적인 일이다. 감옥은 사람이 도저히 눕기조차 힘들다. 2주에 한 번 꼴로 가족면담이 허용되는데 군사정부가 특별히 감시하는 사람은 3개월에 한 번도 가족면담을 못하게 한다.

감옥에서 주는 음식은 양과 질에서 사람이 먹고 살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가족 면담이 오랫동안 안되는 수감자들은 영양실조에 걸린다. 무엇보다 감옥에 들어갈 때부터 갖은 고문이 시작된다.

그리고 석방을 미끼로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요구한다. 지금 현재 수감된 정치범 수는 1400명에 이른다.”

-NLD은 어떤 단체이고, 현재의 정치적 입지는 어떤가?

“NLD는 총선거에서 82%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정당이지만 군사독재 세력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버마 민주화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그러나 아웅산 수지 여사를 비롯한 지도부가 감금됐고, 버마 내에서 활동을 침해받고 있다.”

-버마 내에서 정치적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가?

“언론,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일반민주주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버마 내에서 정치적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아웅산 수지를 비롯한 정치범을 석방하라”

-버마에 외교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은 버마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중국의 경우 버마가 중요한 해협으로 연결되는 육지 통로이기 때문에 버마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버마 정부에 무기를 판매하기도 한다. 버마 군부는 또한 러시아 정부와도 정치군사적 교류를 맺고 있다. 북한 역시 버마 정부에 우호적이다. 이 밖에도 동남아 각국이 버마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외교적인 여건은 별로 안 좋은 편이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버마 민주화 세력을 많이 돕는 편이다. 부시 대통령은 버마 군사정부에 대한 경제제재에 서명했다. 미국의 국회 역시 버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88년의 버마항쟁이 미대사관 앞에서 일어나 미국은 버마의 민주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 외무부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석방하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NLD는 버마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지금 NLD는 각국의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운동의 요구사항은 아웅산 수지 여사와 우 띤 우 부의장의 석방, NLD 사무실 폐쇄조치 중단, 정치범 석방이다. 그리고 우리는 버마 내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이주, 강제노동 중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서명운동 역시 감시와 협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몇 명이나 서명에 동참했는가?

“열린우리당 28명, 한나라당 5명, 민주노동당 10명 등 지금까지 43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민주주의가 버마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요청할 것이 있다면?

“NLD는 1966년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정당이다. 평화적 정권이양 노력을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한국 기업과 버마 정부 사이에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계약이 체결됐다. 우리는 대우인터내셔날이 투자를 회수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발을 위해 거주자에 대한 강제이주 조치는 안된다. 불가피하게 이주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민을 고용했을 때는 근로조건을 지켜주기 바란다.”

-버마의 경제와 민중들의 삶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버마의 민주주의가 버마 경제와 국민들의 삶을 높여줄 것이라 확신하는가?

“버마가 가난한 이유는 군사독재세력들이 친인척 일가가 버마의 주요 기업과 국부를 장악해 호위호식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좋은 집과 좋은 차, 좋은 음식을 차지하고 있다. 소수의 군사독재세력을 위해 다수의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것이다. 버마가 민주화된다면 버마의 경제와 국민들의 삶의 수준은 2배 이상 향상될 것이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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