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4월 2020-04-02   1026

[만남] 참여연대 회원이라는 잠재력 – 현분희 회원

‘참여연대 회원’이라는 잠재력

현분희 회원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서서히 봄이 주변을 물들여와도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했을까. 참여연대 카페통인으로 들어서는 현분희 회원 손에 노란 프리지아와 보로니아 화분이 들려있었다. “꽃을 준비하느라 늦었다”는 그녀의 웃음에 순간 주변이 화사해졌다. 움트는 새싹처럼 밝고 반짝이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녀. 그녀는 그 에너지로 대구 선별진료소 후원에 앞장섰고, ‘21대 국회 의석수계산기’의 애플리캐이션application(이하 ‘앱’) 제작을 주선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다. 참여연대의 든든한 새 피, 현분희 회원을 3월 12일, 카페통인에서 만났다.

책으로 처음 만난 참여연대 

그녀는 사실 박근혜 정부 이전만 해도 사회 참여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사촌 오빠와 큰오빠가 학창 시절 열심히 데모를 하는 ‘운동권’이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오빠들이 데모하는 걸 보며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서 사회를 바꾸지 왜 저럴까’ 싶었단다. 그랬던 그녀가 어떤 계기로 참여연대 회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걸까.

“참여연대, 사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몰랐어요.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 『천년의 질문』을 보면서 참여연대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됐어요. 『천년의 질문』에 시민단체가 그동안 해온 일들이 등장하는데요. 마치 정수기 필터처럼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을 잘 보여줬어요. 실은 낙선운동도 그 책에서 처음 봤어요. ‘와,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랐죠. 스웨덴에서는 네 명 중 한 명이 시민단체에 가입했다는데 저도 그 네 명 중 한 명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믿을 수 있는 참여연대를 후원해야겠다 싶어서 작년 10월에 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녀를 바꿔놓은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책이었다. 이후 그녀의 삶은 소설책보다 더 극적으로 바뀌어 갔다.

“사실 그전까지는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처음으로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나’ 싶었어요. 그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즐겨들으며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하게 됐고, ‘내가 지금 누리는 권리와 혜택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가능했던 거구나’ 깨달았어요. 그동안 무관심했던 게 부끄럽고 앞에 나선 사람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는 저도 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했어요. 이번에 『천년의 질문』책을 읽고 나서 보니 참여연대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국민의 생각을 이끄는 역할을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그래서 회원모임에도 열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참여연대 회원의 이름으로 대구를 응원하다

“작년 10월 중순 참여연대에 가입했는데, 당시엔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명문대라도 입학한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나 참여연대 회원이다’ 자랑하고, 가는 모임마다 ‘시민단체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 하고 묻기도 하고요. 가입한 지 얼마 안 돼서 참여연대에서 신입회원모임을 연다고 해서 엄청 설렜죠. 모임 있기 며칠 전부터 “남편한테 이날 모임 있는 거 알지?” 그날 어디 가면 안 돼!’ 확인도 재차 하고요. 하지만 그날 주차할 곳이 없어 30분 넘게 주변을 헤매다 그냥 돌아왔어요. 너무 아쉬웠죠. 그래서 며칠 후에 참여연대 강서양천회원소모임(이하 ‘강서양천모임’)을 한다고 해서 중요한 약속도 취소하고 모임에 갔어요. 하지만 막상 가보니 다들 서먹해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 열정이 있지만 그걸 편하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쉬웠어요.”

공통의 관심사만으로 초면의 어색함을 덜어내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강서양천회원 이름으로 대구 선별진료소를 지원할 마음을 냈을까.

“2월 말부터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졌잖아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대구를 어떻게든 돕고 싶었어요. 처음엔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 차원에서 선별진료소에 간식을 보낼까 했죠. 그러다가 ‘참여연대 회원들이랑 같이 후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강서양천회원소모임 단체카톡방(이하 ‘단톡방’)에 제안했더니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당장 계좌를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총 11명이 참여해 40만 원 정도 모였어요. 대구 선별진료소가 총 15개인데요. 2월 28일, 저희 회사 이름으로 여섯 군데, 강서양천회원 이름으로 아홉 군데에 두유와 시리얼 100명분을 보냈어요. 각자 응원의 한 마디를 모아서 박스에 넣어 같이 포장했고요. 박스 겉에 응원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도 만들어서 붙이고.

사실 제가 앞장서서 뭘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녜요. 회원모임 같은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본 것도 참여연대가 처음이고요. 지금도 아직 부끄럽고 낯설지만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저 혼자 보내는 것보다 같이 모아서 보내면 더 큰 의미가 더 생길 테니까요.”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그녀가 난생 처음 용기를 낸 셈이다.

“단톡방에 계신 한 회원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그분께 제가 ‘신입회원이라 (단톡방에) 글 올리기가 조심스러웠고 많이 걱정했다’고 말씀드렸더니, ‘무슨 소리냐, 먼저 제안해줘서 다들 얼마나 고마워 했는데.’ 하시더라고요. 실은 모두들 같은 마음인데 너무 서먹하니까 얘길 못하는 것뿐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이번에 직접 후원을 진행하면서 강서양천회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알게 됐고, 그래서 이제는 제가 일부러 단톡방에 계속 한마디씩 흘려요. ‘우리방 담당 간사님이 바뀌었으니 언제 한 번 모이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요. 그러면 많이들 관심 보여주시더라고요. 앞으로는 회원들과 함께 모여서 정책이나 역사 공부도 해보려고 합니다.”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서울 강서양천 지역 회원들의 대구지역 응원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

내친김에 의석수계산기 앱도 만듭시다

지난 2월 17일, 참여연대가 선보인 ‘21대 국회 의석수계산기’ 사이트가 공개되자 장안의 화제였다. 이틀 후, 현분희 회원은 참여연대로 긴급 제안을 했다. 의석수계산기를 앱으로 출시해보면 어떻겠냐고.

“사실 저희 남편(최영호 씨)은 사회 참여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의석수계산기 사이트가 공개된 다음 날, 참여연대 간사님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걸 남편이 듣고 저한테 와서 ‘그거 앱으로 한번 만들어볼까?’ 하고 묻더라고요. 저희 남편은 프로그래머거든요. 자기한테는 앱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제가 바로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님께 전화를 드렸죠. 이후 제 남편이 직접 미팅도 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이제 앱 제작은 거의 끝나서, 곧 출시될 거예요. 남편이 원래 자바Java❶ 프로그래머여서 안드로이드용 앱만 만들 수 있었는데, 이번에 아이폰용 언어까지 직접 공부해서 두 가지 종류 앱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어요. 제가 봐도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역시 열혈회원의 남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남편과 자주 사회 참여에 대한 이야기나 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이 달라서 정치 얘기는 아예 하지 않는 부부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지향이 같아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죠. 촛불집회도 항상 온 가족이 함께 다녔어요. 세 아이도 함께 데려갔죠. 그나마 초등학생인 막내는 관심이 있는데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치킨 먹으러 가자’고 거짓말로 데려간 적도 있어요. 그러면 아들은 “엄마 여기 치킨이 어딨어?” 하고 저는 “(집회) 끝나고 먹을 거야.”(웃음)

비록 애들이 집회 와서 게임만 한다고 해도, ‘내가 역사의 현장에 참여했었지’ 하는 그런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저는 젊었을 때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사건들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이들만큼은 그런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아요.”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현분희 회원의 남편, 최영호 개발자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의석수계산기 앱 안드로이드 버전. 4월 1일부터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앱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참여의 의지가 가져온 삶의 변화 

그 경험이 나중에 아이들을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 그녀의 생업은 조명 쇼핑몰 ‘리뉴하우스’ 대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탓에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고 싶어서였다.

“원래 시부모님께서 전기자재매장을 운영하셨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남편이 대신 운영하기로 했죠. 남편은 원래 프로그래머였는데 막상 사업을 해보니 본인과 안 맞았나 봐요. 혼자 IT회사를 차려서 나가고 대신 저를 여기에 심었습니다(웃음). 엉겁결에 제가 조명 쇼핑몰과 매장을 맡게 된 거죠. 그게 벌써 8년 전이네요. 처음엔 참 힘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치 않았어도, 본인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다. 그런 사람이다’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가오는 봄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될 2020년, 참여연대 회원 1년차 그녀가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일까.

“총선이 잘 끝나서 제대로 일을 하는 국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투표를 많이 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요새 남편한테도 ‘우리가 뭐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얘기도 하고, 회원소모임 단체카톡방에도 ‘선거가 잘 끝날 수 있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말들을 자주 올려요. 우리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돼서 국민들이 세금 내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국회의원들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일 터. 마지막으로 그녀가 생각하는 ‘참여’란 무엇인지 물었다.

“참여는 ‘후원을 넘어선 적극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회원들에게 참여연대는 동경의 대상이거든요. ‘정말 대단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라만 보는. 사실 참여연대 회원이 너무 적어서 놀랐어요. ‘왜 이렇게 회원이 적을까. 회원들의 잠재력을 모르시나?’ 싶었어요. 우리는 참여연대가 부탁하면 움직일 사람들인데. 물론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바꾸는 데 중점적으로 힘을 쏟으셔야죠.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시면 우리 회원들 스스로가 뭉쳐야죠. 회원들이 나서서 참여연대에 더 많은 후원금이 향할 수 있게 더 많은 사람에게 참여연대를 소개하고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참여연대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요.”

참여연대로 시작해 참여연대로 끝난 그녀의 인터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찬 그녀에게서 오랜만에 우리 사회의 희망을 느꼈다. 그녀 안의 불꽃이 만들어낼 변화가 기대된다.

❶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개발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

● 참여연대 회원소모임 코로나19 대구 지원 사례 

강서양천 회원소모임

강서양천 회원소모임에서는 선별진료소에서 연일 수고 하는 의사 및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에게 응원 물품을 보내자는 제안이 있었고 단체카톡방을 통해 회원들이 호응해주신 덕분에 한나절 만에 40만 원의 돈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소중한 금액으로 선별 진료소 한 곳 당 두유와 에너지바 100인분, 총 9곳에 보낼 분량을 구매하여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와 함께 발송했습니다.

성남용인광주 회원소모임

성남용인광주 회원소모임에서는 한 회원의 제안으로 하루 만에 70만 원가량의 돈이 모였습니다. 대구 지역 시민단체에 자문을 구한 끝에 귀한 성금을 대구시사회서비스원에 손소독제를 보내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은 어린이집, 요양 시설 등 대구지역의 돌봄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손소독제는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었습니다.

은평서대문 회원소모임

은평서대문 회원소모임은 41만 원의 성금을 모아 대구지역의 취약주민들을 위한 긴급지원 모금에 동참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4.16연대가 함께하는 대구 취약주민들에게 보낼 방역물품을 긴급 지원 후원에 동참했고, 4.16연대에서 모금에 참여해 준 참여연대 회원들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글. 금민지 시민객원기자

다큐멘터리, 상담, 명상, 자연 치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 주한독일문화원 온라인매거진에서 도서관 이용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사는 길을 찾아 글이나 강의, 다른 어떤 형식으로든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꿈이다.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사진.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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