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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4월
  •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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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재난이 머무른 자리에서

'혜택'과 '희생' 사이
국가 재난관리의 최적점

글. 양홍석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통권274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메르스 유행을 겪기는 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세계적인 감염병의 확산을 직접 겪었던 경험이 없었던 세대로서는 현재의 확산세가 익숙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31번’ 환자 이후 신천지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확진자 급증과 그에 따른 마스크대란, 신천지교회의 교인명단 제출 문제,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에 따른 사생활침해 문제 등 사회적 논란도 코로나19처럼 우리에게는 생경하다.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위험’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전염성이 있는 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는 전염의 방법, 정도 및 치료법의 유효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후천성면역결핍증의 경우, 체액이나 혈액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고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서는 검진, 치료 등을 일정하게 강제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자가격리가 불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치료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 중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입원을 강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가명을 사용하여 검진하는 ‘익명검진’도 가능하고, 관할 보건소에서도 감염인의 정보를 익명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감염인의 정보를 누설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사람은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죽음이나 오염에 대한 본능적인 회피는 감염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그에 따른 차별과 배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차별과 배척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감염되었을 경우 감내해야 할 불이익, 불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증폭되고 이로 인해 감염사실이나 감염자와의 접촉사실을 은폐하거나 침묵하게 만든다. 결국 이것은 감염의 확산으로 이어져서 효과적인 방역을 저해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사회적 낙인이나 차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익명검진’과 감염인 정보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설계된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노출될 수 있는 두 가지 ‘위험’

감염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누구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는 그 범위나 정도가 과하더라도 폭넓게 수용될 수 있다. 그 조치로 인한 ‘위험’의 제거나 감소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소위 ‘공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위험을 피하지 못한다. 그 위험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나 내 가족, 지인, 회사, 공동체가 겪어야 할 ‘불이익’은 대부분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갈 ‘혜택’과 상관관계가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누군가에는 ‘불이익’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불이익’이 나에게 돌아올 또 다른 위험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위험’과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불이익’을 강요받을지도 모를 ‘또 다른 위험’. 바로 이 두 가지 ‘위험’을 모두 통제하고 적절하게 다룰 만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위험’(감염병의 확산) 그 자체를 강조한다. 다수의 안전을 고려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러나 ‘또 다른 위험’(감염으로 인한 불이익)을 강요하기도 한다. 다수의 안전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이미 공동체 구성원으로 감내할 것을 예정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불필요한, 과도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희생 없이 다수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최적점을 찾기보다는 위험의 제거에 치중한 것이다. 그나마 효과가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감염병 확산 초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감염병이 이미 어느 정도 확산된 이후에는 낙인과 차별을 피하기 위한 은폐, 침묵을 조장할 수도 있어 최적점을 포기할 정도의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신천지교회의 폐쇄성, 이단성에 대한 각자의 평가는 다를 수 있으나, 사회적 비호감이 존재하는 일정한 집단 내에서 감염병이 확산되는 경우 다른 집단이나 사회 일반으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천지교회 교인’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소위 ‘31번 환자’ 이후 신천지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막지 못한 것은 아닐지 고민해 봐야 한다. ‘31번 환자’의 동선이 공개되었을 때 왜 입원 중에 다른 곳을 돌아다녔는지, 호텔 식당에는 왜 갔는지 따위의 비난이 쇄도했고 결정적으로 일정한 사회적 비호감이 축적된 ‘신천지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정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와 비난이 집중되었다. 이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을까. 

 

‘확진자별 동선공개’ 어떻게 볼 것인가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교훈으로 투명한 정보의 적시適時공개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를 신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제34조의2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주어진 의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을 확진자별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확진자의 성명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인적사항(국적, 나이), 감염경로, 확진일자, 입원여부, 입원기관, 확진자의 시간대별 이동경로 등을 공개하면서 확진자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에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그 시간, 장소에서 있을 수 있는 접촉자들에게 접촉가능성을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스스로 검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그 시간, 장소와 무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게 될 공포를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확진자별 동선공개보다 확진자들과 접촉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일시, 장소를 한꺼번에 공개하고 이를 장소별로 혹은 일시별로 분류해서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확진자별 동선공개방식은 시간대별, 장소별 접촉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든 확진자의 동선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이런 불편함으로 인해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동선공개를 통한 접촉가능성 판단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2020년 3월 14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별 동선공개로 인한 사생활침해 지적을 수용해 일부 공개방식을 바꾸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확진자별 동선공개라는 큰 틀을 유지함으로써 결국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조치”에 열광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과 확산저지를 위한 노력에 감사와 찬사를 보내지만, 과연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위험’이라고 해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 과하다고 할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한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수인할 수 있는 정도는 최소한 필요한 정도에 그치는 ‘최적점’까지다. 상황은 바뀌고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가 바로 그 ‘최적점’에 있는지를 늘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왜냐면 다수가 누리는 그 혜택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그 희생은 언제든지 나의 차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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