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5월 2020-05-01   619

[통인뉴스] 총으로 이 위기를 막겠다고?

총으로 이 위기를 막겠다고?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세금을 전쟁 준비 대신 기후위기와 재난 대응에!

 

글. 신미지 평화군축센터 간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비상 상황에 빠진 세계 각국에서 그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낯선 장면은 미국 시민들이 총기 판매점 앞에 총과 탄약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선 모습이었습니다. 마스크나 휴지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총기 사재기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지난 3월, 미국의 총기 판매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달 총기 구매에 필요한 신원 조회건수는 370만 건으로, FBI가 신원 조회 제도를 도입한 1998년 이래 월별 기준 역대 최다 건수였습니다. 비상 상황이 장기화 되고 치안이 불안해질 경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구입했다고 하지만, 과연 총이 이 엄청난 위기에서 그들을 정말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혹시 총을 사면서 안전을 샀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계에서는 사스나 메르스처럼 박쥐에서 시작해 중간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해졌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로 산불, 가뭄, 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4월 7일 우리나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도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은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정책 미비 등으로 발생한 사태라고 분석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지구 평균 기온이 1°C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늘어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우리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군사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세계 최고 석유 소비자인 미 국방부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입니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연구소가 발표한 〈전쟁 프로젝트의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 국방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900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1년 치 온실가스 배출량을 능가하는 수치입니다. 양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군사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위기를 재촉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오염원에 대한 경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당연히 군사 활동의 온실가스 관리와 감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으며, 예산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기후 관련 재정은 전 세계 군사비의 12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위기 상황에서 총으로 안전을 샀다고 착각하는 미국인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요?

 

군사비를 줄여 시민 안전에 투자해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4월 27일 발표한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는 군사비로 약 1조 9천억 달러, 한화로 약 2,300조 원의 군사비를 지출했습니다. 향후 20년 동안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1조 달러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는 군사 훈련에 매년 10억 달러 이상 지출하고 있으며, 무기 생산과 지출 역시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은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 세계 7위 무기 수입국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평균 7.5%씩 증가한 국방비는 2020년 50조를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가 ‘안보’를 이유로 군사비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았지만, 정작 지금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의 확산, 턱없이 부족 한 보건 · 의료 시설과 사회안전망이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 (통권 275호)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포스터 ©GCOMS 

 

 

전쟁과 군비 경쟁으로 세계 문제 해결할 수 없다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을 맞아 참여연대는 녹색연합,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과 함께 ‘2020 GDAMS 캠페인단’을 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인간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한국 군대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하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일에 맞춰 정부가 우리 세금을 전쟁 준비 대신 기후위기와 재난 대응에 쓸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한편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네트워크인 국제평화국IPB, International Peace Bureau은 ‘G20 국가들은 군비 대신 보건 의료에 투자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 서명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서명은 올해 9월로 예정된 유엔 총회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서명 참여하기 bit.ly/2V9FoYK)

 

전 세계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6년 지구 온난화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1930년대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스턴 보고서〉의 전망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대량실업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지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국방예산 9천억을 조정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으로 돌린 것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였으나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쟁과 군비 경쟁으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재 분명해지지 않았는가? 전쟁은 패배의 신호이며, 정치의 실패일 뿐이다. 지금 가상 우선되어야 할 목표는 인간 안보다. 식량, 물,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것이다…위기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유엔 총회를 긴급 소집할 것을 각국 정상들에게 요청한다. 이를 통해 모든 글로벌 어젠다를 수정하는 것은 물론 군사비를 10~15% 삭감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지금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문명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다.” 

 

지난 4월 1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금은 군사 안보가 아닌, 시민의 안전에 투자할 때입니다. ‘총’이라는 가짜 안전이 아니라 진짜 안전에 모든 자원을 써야 할 때입니다.

 

>> [목차] 참여사회 2020년 5월호 (통권 275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