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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1월
  • 2018.11.01
  • 383

특집4_쓰레기와 함께 살기

우리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하는 걸까?

 

글. 조은지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지 어느덧 반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정책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 전반에 대한 논쟁과 변화를 던져주었다. 카페에서는 너도나도 머그잔과 유리잔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경할 지경이다. 왜 여태까지 단속을 시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은 엄연히 금지된 사항이었건만. 뿐만 아니라 ‘쓰레기’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어려웠던 일회용 빨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실제로 한 프랜차이즈에서는 종이빨대를 보급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이렇게 해서 쓰레기 없이 살 수 있는 걸까? 실제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줄어 든 걸까? 안타깝게도 결론은, 한참 멀었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컵과 빨대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하루 평균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5,445톤, 음식물쓰레기 1만5천 톤, 생활쓰레기 5만 톤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에 택도 없다. 물론 적은 양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어영부영 몇 가지만 바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 평화로운 친환경 세상인 것 마냥 조성된 뭔가 애매한 이 분위기이다. 여전히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견고하다. 우리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한 건지, 다시 묻고 싶다. 

 

쓰레기 대란, 이대로 끝인가요?

우선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정부다. 중국이 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듯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지만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는 지난해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한국처럼 중국으로 수많은 폐플라스틱을 수출해온 유럽의 경우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플라스틱 생산 저감 및 사용 규제 정책을 짜왔다. 때문에 수입 금지 조치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한국은 당장 집 앞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렸다. 쓰레기 대란 이후에도 여전히 아파트나 상가 등의 쓰레기와 재활용품의 처리는 민간 업체가 맡고 있는 상황이며 불안정한 폐플라스틱 및 폐지 가격은 언제든 다시 쓰레기 대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자체에서 수거한다 하더라도 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너무나 저렴하여 쓰레기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고, 재활용품의 혼입으로 제대로 된 종량제와 재활용 시스템은 무너진 지 오래이다. 쓰레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자원순환기본법은 생산-소비-폐기로 그치던 기존의 자원 사용 관점에서 벗어나, 폐기된 자원을 재사용·재활용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전환적 접근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폐기물의 처분을 최소화하고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다시 순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컵 커피’의 경우 컵과 표면을 감싼 은박지, 컵의 뚜껑, 빨대 등 여러 가지 소재가 혼재되어 있어 사실상 쓰레기로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규제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유색 페트병의 색깔도 재활용을 위해 규제한다고 하니, 다양한 제품군에 대해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쓰레기도, 소비자도 무시하는 기업

단순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애초에 덜 만들어내는 예방적 규제도 필요하다. 카페에서의 일회용 컵이 단숨에 머그잔과 유리잔으로 바뀐 풍경에서 알 수 있듯,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크다. 제품을 만들 때는 최소한 분리수거라도 할 수 있게 라벨지가 잘 떼어지도록 하거나, 단일 소재로만 만들거나, 포장지로 비닐 대신 종이 등을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을 핑계로, 실행하지 않을 뿐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리사이클링 나일론을 통해 옷을 만들고,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고, 플라스틱 용기 없이 고체의 샴푸를 만드는 등 대안적인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을 차단하는 기업이야말로 소비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 아닌지. 

 

유통업체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양분된 쓰레기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얼마 전 이뤄진 플라스틱어택(plastic attack)의 경우 대형마트의 포장쓰레기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시민들이 마트를 방문하고 구매한 후 포장을 뜯는 액션을 취했다. 

 

수박이 조각나 랩으로 감싼 후, 다시 한 번 들고 가기 편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될 지경이니 하루 동안 마트 한 곳에서 나오는 포장쓰레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다. 독일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 미국 레인보우 그로서리(Rainbow Grocery Cooperative) 등은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아주 잘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초국적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월마트도 포장쓰레기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는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잘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출처 Original Unverpackt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에도 불구하고

자, 그럼 이제 정책도 바꾸고 기업도 쪼았으니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걸까? 얼마 전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들리던 대화가 떠오른다. “확실히 머그잔에 먹으니까 안 예쁘다. 되게 별로야.” 

 

투명한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담겨 나오는 예쁜 모양새를 기대한 고객은 거리낌없이 실망스러워 했다. 9월 한 달 간 여성환경연대가 카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결과, 종사자들이 가장 힘든 건 설거지가 아니라 다회용 컵을 거부하고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손님을 설득해야하는 점이었다. 많은 이들은 쓰레기를, 플라스틱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쓰레기를 만들며 플라스틱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바쁘게 경쟁적으로 돌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에서 간편하고 저렴한 플라스틱을 매순간 거부하고 제로웨이스트(zero-waste lifestyle)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문제가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실천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결국 구조도, 제도도, 기업도 제로웨이스트를 원하는 시민을, 소비자를 무시하기란 어렵다. 그리고 그 노력은 아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청원을 올리거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당장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고 동참해보자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가방이 아주 무겁지 않다면 텀블러를 챙겨보고, 미세 플라스틱을 유발하는 일반 아크릴 수세미 대신 삼베 수세미 등을 써보고, 두툼한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써보기도 하고, 장을 볼 때면 에코백도 챙겨보면 어떨까. 대체 삼베 수세미며 대나무 칫솔은 어디서 사며, 너무 귀찮지 않느냐고? 검색만 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처음이 어렵지 사용도 금방 익숙해진다. 

 

이미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플라스틱어택, 민주주의플랫폼 빠띠를 통한 ‘쓰레기 덕질’ 모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곳곳의 카페들과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 등은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실행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1960년대 <타임>지에는 주부들에게 가사해방을 말하는 일회용품 광고가 실려 있지만 여기서의 일회용품은 ‘종이’이다. 그만큼 금방 쓰레기가 되는 일회용품이, 그리고 플라스틱이 우리의 일상에 녹아든 건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어떻게 플라스틱 없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살 수 있냐는 비아냥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 꼭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들처럼 1년간 1L의 쓰레기만 만들거나, 온 가족이 플라스틱의 대안을 찾는 화목한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삶을 꾸려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조금만 덜’ 쓰레기 없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 제로웨이스트를 갈망하는 한명 한명이 모일 때 구조는 좀 더 빠르고 쉽게 변화할 수 있으니.  

 


① 수퍼마켓 등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매장에 플라스틱 포장지와 비닐 등을 버리고 오는 퍼포먼스로, 영국에서 처음 시작해 유럽 등 세계 곳곳에 확산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일, 3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플라스틱어택을 진행했다 

② 식료품을 뜻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 즉석에서 식재료를 고른 후 바로 조리해먹을 수 있도록 해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특집. 쓰레기와 함께 살기 2018년 11월호 월간참여사회 

1. 플라스틱의 반격 

2. 그 많던 폐기물은 어디로 갔나 

3. 쓰레기가 에너지가 된다고? 

4. 우리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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