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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9월
  • 2019.09.01
  • 1269

시빌 아시아를 향한
발걸음이 중요한 때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전 산업자원부 장관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작년 10월, 일제 강제동원 청구권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촉발된 한일갈등은 지난 8월 7일,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국에서 배제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에 한국의 시민들은 대규모 일본 불매운동을 일으켰고, ‘제2의 독립운동’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한일갈등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있어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 그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는 일찍이 ‘65년체제’의 맹점을 지적하며 한말의 제조약의 불법·무효화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원로경제학자이자 한일시민사회 전문가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일 시민연대의 길을 터온 그를 8월 16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참여사회」와 만남이 있기 바로 전까지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 참석차 내한한 일본 시민사회 대표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이번 일본의 조처를 가리켜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대해 보상은커녕 경제적 처벌을 한 것은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한일관계의 해법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시민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 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발언도 있었는데, 어떻게 지켜보셨습니까.

 

어젯밤 나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일본 시민운동의 지도자 다카다 겐 씨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스피치를 들으면서 한일 시민연대가 싹이 돋는 맹아기를 지나 조금씩 태동기로 접어드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한일 시민연대가 잘 이뤄진다면 아시아의 새로운 희망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상당히 고민하고 또 염려하면서 지켜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그런 ‘희망’을 엿보셨는지요.

 

얼마 전 서울시 중구청이 ‘노재팬(No Japan)’이라는 플랜카드를 중구의 거리 곳곳에 내걸었는데 우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요청과 움직임에 의해 내려진 것이 내게는 일종의 어떤 시그널로 다가왔어요. 아베 정권과 일본 시민을 분리하여 유연하게 가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지요. 그래서 어쩌면 한일위기의 제1라운드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보았습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면서도 구체적인 제재사항은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과 한국 시민사회가 자연스럽게 ‘노재팬’과 ‘노아베’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동시에 포착되면서 한일관계가 강대강에서 갈등관리 형태로 접어드는 듯한 지점에서 한일시민사회 플랫폼이 서서히 구축되어 가는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한일지식인회의 공동대표를 맡으시는 등 그동안 한일 시민사회의 가교역할을 해오셨는데요, 말씀하신 ‘한일시민사회 플랫폼’의 구상과 필요성은 언제 처음 느끼셨나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내가 일본 동경대 교수로 있었어요.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동경에서 한일 평가전이 열렸는데 한국이 이겼어요. 이긴 선수들과 한국 응원단 한 2천 명이 동경의 긴자 거리를 “이겼다!”고 외치면서 달리는데 그걸 지켜보던 동경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어요. 그로부터 한 달 후 서울에서 또 한일 경기가 열렸는데 그때는 일본 팀이 이겼고 명동 거리를 달리는 일본 응원단과 선수단을 향해 이번엔 서울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어요. 그걸 보면서 한일 시민사회가 참 성숙했구나, ‘시민적 한일관계’가 수립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때 한일 시민들의 성숙도를 목격한 이후로 나는 “65년 체제를 2002년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당시 ‘2002년 체제’라는 말이 회자됐고, 일본 NHK 방송사에서는 “1965년 체제에서 2002년체제로의 이행” 이라는 테마로 특집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65년 체제에서 2002년 체제로 전환의 핵심은 ‘시민 없는 한일관계’에서 ‘시민 중심 한일관계’로의 전환을 뜻합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 한일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서로를 성숙시키는 관계로 발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던 듯해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 2002년이 끝나고 난 후에 한일 시민사회의 교류와 연대는 굴곡을 겪었죠. 

 

교수님께서는 일찍이 2010년 강제병합 100년 즈음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주도하셨고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일시민사회공동평화선언>도 이끌어내셨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지금 한일문제의 핵심은 65년체제에 있고, 65년체제의 핵심은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나는 2010년 강제병합 100년 즈음해서 을사보호조약과 한일병합조약 등 한말 제조약의 불법·무효화 투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본 와다 하루키 교수와 중심이 되어 한일지식인 1천 명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어요. 당시 내가 안중근에 대한 논문을 쓰고 나서 안중근의 인품과 사상에 감동을 받아 일본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어요.

 

“한말 제조약이 전부 엉터리들인데, 그것 무효 공동성명을 냅시다.” 그렇게 일본 측의 호응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500명, 일본에서 500명 서명을 받았죠. 한국에서 500명이 서명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500명 이상 서명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500명이 넘어섰을 때는 그야말로 눈물을 흘렸지요. 그렇게 어렵게 만든 성명서를 가지고 당시 일본의 중진 국회의원들 사무실을 찾아다녔고 그로부터 얼마 후에 ‘간 나오토 총리 담화’가 나올 수 있었죠.  

 

올해는 광화문에서 3.1독립운동 100주년 한일시민사회공동평화선언을 했어요. 일본 강제징용 문제에서 가장 앞장서고 있는 우치다 마사도시 변호사를 모셨는데 안타깝게도 한국 시민사회에서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그리고 지난 6월 7일과 8일에는 동경에서 1,500명의 동경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자, 아베는 반성하라, 일본은 가해자임을 잊지 말자” 등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한국 언론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한일 시민연대가 아직 먼 얘긴가 하고 실망했는데, 금년 후반기에 와서야 한일 시민연대가 태동하는구나 하는 걸 느껴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지난 3월 1일, 광화문에서 열린 3.1운동100주년 범국민대회에서 한일시민대표는 <한일시민사회 공동평화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선언문의 핵심 내용은 ‘시빌아시아를 위한 한일시민단체 간의 플랫폼 구축’이다 ©3.1운동100년범국민대회

 

한국 시민사회가 조금 더 일찍 고민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방금 언급하신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비롯해 그동안 한일 협력에 있어 일본 정부의 노력이 아예 전무했던 것은 아닌 듯 한데요, 역대 일본 수상 담화들은 어떤 내용들이었고 그 의미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제일 먼저, 수상은 아니었지만 고노 담화(1993), 무라야마 담화(1995), 김대중-오부치게이조 공동선언(1998), 그 다음 고이즈미-김정일 평양선언(2002), 고이즈미 담화(2005) 그리고 간 나오토 담화(2010)로 이어지죠. 물론 이것은 일본국회 결의가 통과 안됐다는 점에 한계가 있어요. 미국이 하와이 강제점령에 대해서 사과한 것은 미국 상하국회의원에서 만장일치로 사죄결의문을 통과시킨 거였죠. 일본도 그렇게 한번 제대로 사과하면 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죠. 수상 담화만 발표했을 뿐 법적 뒷받침은 하나도 없는 거였죠.

 

그렇다 해도 지난 다섯 번의 수상 담화의 연속적 의미를 짚어본다면, 65년 체제로는 한일관계가 아물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되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었죠. 그런데 역대 수상 담화의 연속성을 이어가지 않고 오히려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이번 아베 정부 조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그렇다지만, 일본 국민들조차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최근 있었던 참의원 선거 결과나 아베 정권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이를 뒷받침해주는데,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평화헌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조사를 보면 약 64%가 평화헌법을 지키자고 답을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대체로 반反아베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번 아베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은 거의 80%거든요. 그건 왜 그러느냐, 투표로 뽑힌 민주정부는 얼마든지 민의를 조작할 수가 있지요. 제일 일반적인 방법이 외부에 적을 만드는 것이지요. 지금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센카쿠尖閣 열도 분쟁이 있습니다. 중국이 일본에 쳐들어온다, 그래서 일본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하면서 영토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키는 거죠. 애국심을 내세우면서 일본 국민들 단결시키려는 거죠. 적을 만드는 것으로 내셔널리즘을 고취해서 자기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그 방법을 아베 정부가 썼어요. ‘적 만들기’야말로 포퓰리즘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죠. 

 

아베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사회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내한한 일본 시민사회 대표와는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 현재 일본 시민사회 전반의 분위기나 역량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네,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어제 집회에서 발언했던 다카다 겐 한일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해 현재 동경에서 가장 유력한 일본 시민사회 인사들과 만나서 잠시 대화를 나눴어요. 그분들 말씀이 일본은 한국만큼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일본에는 헌법 9조 지키기 운동을 하는 ‘9조의회九条の会’라는 단체가 있어요. 그 단체의 정신적 지주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오에 겐자부로입니다. 그리고 이 ‘9조의회’를 따르는 각 지역 9조의회가 약 7천 개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시민사회 중에서도 아베한테 저항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이 9조의회인 거죠. 

 

나는 이 9조의회나 ‘전쟁을 반대하고 헌법 제9조를 수호하는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 분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아베의 헌법 9조 개정시도를 여러분들이 저지한다면 그것은 일본에 있어서의 최초의 시민혁명이 될 것이고, 그 시민혁명 세력과 한국의 촛불혁명 세력이 손을 잡고 아시아 전체를 ‘시빌 아시아Civil Asia’로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입니다. 일본의 반아베 세력, 헌법 개정 저지 세력을 돕는 것은 아시아 시민 혁명의 일환이고 한국 촛불혁명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저지를 돕는 것이 한국 촛불혁명의 사명이라는 말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한국의 촛불혁명이 의회민주주의의 배반에 대해 시민들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의회민주주의는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고 대표를 선거로 뽑는 거죠.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시민의 대표인 정부를 구성해서 그 정부가 시민의 뜻을 따라서 평화적인 외교를 함으로서 국제적으로 영구평화를 가져온다는 시스템입니다. 정부주도형이지요. 반대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선거로 대표를 뽑지 않고, 시민이 직접 동양평화회의를 만들어요. 칸트가 시민 간접평화론이라면, 안중근은 시민 직접평화론을 말한 겁니다. 

 

3.1운동 역시 시민이 대표를 뽑아서 일어난 게 아니고 시민들의 직접 행동으로 일어났지요. 4.19혁명도, 촛불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를 뽑아서 맡겨놓고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지요. 시민직접행동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견제하고 균형을 취하여 지속가능 민주주의를 살려나가는 것입니다. 

 

과거 동독과 서독이 통일하기로 했다가 동독정부가 다시 통일을 번복했을 때 동독 주민들이 무슨 소리냐, “Wir sind das Volk(우리가 바로 그 국민이다)” 하고 외치면서 동독 정부의 견제를 뿌리치고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넘어왔던 것이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주인의 행동이 지금 일본과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역사의 언덕에서 이성의 두더지가 천천히 흙속을 기어가지만 그 이성의 두더지 외에는 믿을 게 없는 것이죠. 한국의 시민이 ‘이성의 두더지’가 되어 일본의 ‘이성의 두더지’와 연대하여 두더지 연대로 동북아 역사의 언덕을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민주도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이나 구호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개인 청구권 문제는 국가가 어떤 경우에도 시민을 대신할 수 없고, 개개인의 국가에 대한 상대적인 자율성은 어느 경우에도 상존하며 누구도 깨지 못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것이 앞서 말한 ‘시빌 아시아’의 출발점이고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그걸 소중하게 지키고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의제 국가가 파시즘으로 흐르는 첩경이 ‘적 만들기’라고 한다면, 한일 시민사회는 ‘친구 만들기’, 그래서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소통의 공동체 소통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침 지금은 SNS라는 있으니까 무기를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을 100% 활용했으면 해요. 

 

단언컨대, 나는 한일 시민연대가 꽃피지 않으면 아시아의 희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아시아에는 14억의 스마트 피플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시민사회’로의 전환이 잘 안 되고 있어요. 이들을 시민사회로 전환시키고 ‘시빌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성숙한 시민사회가 그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시아 시민사회, 즉 ‘시빌 아시아’가 성립한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평화와 민주주의로 리드해나가는, 대통령 말대로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될 거라고 봅니다.

 

지난 12일, 한국 정부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2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될 예정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왜냐면 우선 실효가 그리 없어요. 대부분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일본 국내에서 대체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실효 없는 그것을 하느니 차라리 ‘한국은 자유무역의 수호국가’이고 일본이 그렇게 해도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민주주의, 자유무역, 평화의 대변자로서 위상과 가치를 앞세우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한국의 시민사회가 나서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일본 시민사회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옛날에 허균이라는 사람이 호민론豪民論을 썼어요. 백성이 힘이 세고 발언권이 세고 똑똑하면 관리나 임금이 마음대로 못한다고 해서 그걸 호민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이 한국과 일본과 아시아의 신 호민이 등장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곧 깨어있는 시민이죠. ‘내가 주인이다’, ‘Wir sind das Volk’라고 외칠 수 있는 시민들이 나와서 동아시아를 지켜야 하고 거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게 시민단체일 것입니다. 

 

얼마 전 하버마스 교수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열린 90세 기념 강연에서 역사의 언덕에 있는 ‘이성의 두더지’ 애기를 했어요. 역사의 언덕에서 이성의 두더지가 천천히 흙속을 기어가지만 그 이성의 두더지 외에는 믿을 게 없다는 것이죠. 한국의 시민이 ‘이성의 두더지’가 되어 일본의 ‘이성의 두더지’와 연대하여 두더지 연대로 동북아 역사의 언덕을 넘어가야지요. 이것을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김도연 참여사회 편집위원, <미디어오늘> 기자 

녹취 및 정리. 이한나 미디어홍보팀 간사 

사진. 박영록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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