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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9월
  • 2019.09.01
  • 1211

여는글

내 몸이 사회를 말해주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심하게 몸이 아프다. 늘 쾌적하지가 않고 많은 시간 잠을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가 않다. 목과 어깨 언저리는 마치 맷돌로 짓눌린 것 같이 무겁다. 눈은 늘 수시로 핏발이 서고 책을 삼십 분 이상 보면 글자가 흐릿하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별 이상이 없다. 그런데도 기력이 없고 현기증이 수시로 일어난다. 뭔가 이유가 있어 내 몸이 쟁의를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모든 현상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지인의 권유로 지압을 하는 곳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몸을 치료사에게 맡겼는데 이제 목과 어깨가 아주 가벼워졌다. 치료사는 나의 간과 신장이 몹시 상했다고 했다. 간과 신장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음식의 문제가 아닐 듯 싶다. 흔히 말하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자가 진단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어떤 복잡한 일로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이 내 마음을 건드렸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육신의 기능이 손상을 입은 셈이다. 무엇보다도 부끄러웠다.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 몸이 내게 징벌을 내린 것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의도와 감정은 숨길 수 있어도 몸은 속일 수 없지 않은가? 예로부터 동양의학에서는 몸을 두 개의 시선으로 보았다. 유부兪跗❶의 기계론적 신체관과 편작扁鵲❷의 유기체적 신체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유기체적 신체관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음양오행의 바탕에서 형성되고 운행한다. 쉽게 말하자면 몸은 단순히 유기질이 아니고, 몸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고 활동하지 않는다. 다양한 것들과의 유기적 결합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몸의 각 기능은 감정과 결합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여 간의 기능이 좋지 못한 사람은 화를 자주 낸다. 

 

또한 사회적, 심리적 요인으로 화가 내면에 쌓인 사람은 간의 기능이 나빠진다. 유기체적 신체관에서는 감정과 몸의 기능의 악순환을 이렇게 말한다. 근심이 많고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위의 기능이 상한다. 다시 상한 위의 기능을 치료하지 않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식욕부진과 함께 우울증이 겹친다. 가슴에 슬픔이 가득하면 폐에 이상이 생긴다. 늘 두려움에 짓눌리면 신장이 상한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나쁜 감정이 쌓이고 폭발하면 심장이 나쁜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인간의 감정과 몸의 기능이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세상은 인간과 자연, 사회가 유기체적 연결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기체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넘치면 자연이 오염되고, 오염된 자연 속에서 사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건강을 잃는다. 인간과 사회의 연결망 또한 그러하다. 모든 존재가 서로 은혜를 주고받는 관계망임을 모르고 헛된 욕망을 부리는 인간 구성원에 의해 사회는 집단적으로 멍들고 병이 들어가고 있다. 집단병리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질병 또한 새로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전쟁과 기아와 더불어 인간사회의 재앙이었던 전염병은 의학의 발전으로 이제 거의 해소되었다. 그러나 복잡하게 문명화된 사회, 자본의 전쟁으로 약육강식의 적대적 사회에서, 신종 질병이 탄생하고 있다. 속도와 경쟁의 레일 위에서 압박이 첩첩으로 가중되고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외와 우울, 분노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인간의 감정이 짓눌리고, 쌓이고, 폭발한다. 자본은 불안과 분노를 조장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은 병들어 가고 있다.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가 유기체적 생태계의 파괴가 질병사회를 이루고 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악순환에서 선순환의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질병사회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까? 분노를 유발하는 사회구조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내 탓이라고 해야 할까? 유기체적 세계관에서 일방적 원인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내 탓이오’라고 하거나, 아니면 ‘너 때문이야’라고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유기체적 연결망에서 우리는 ‘동시적 해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동시적 해법은 ‘나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생활의 절제와 균형을 이루어 감정을 조절하고 내 몸을 건강하게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나부터 이웃에게 미소와 따뜻한 손길을 주면서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질병사회에서 몸과 감정과 사회의 선순환을 화두로 삼아야 할 때가 왔다. 내 몸에서 감정과 사회가 보인다. 

 

중국 황제黃帝 때의 명의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발해군 출신의 명의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전 공동대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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