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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10월
  •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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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의 남북관계 청사진을 설계하고, 한반도평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기본방향 합의에 집중됐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좀 더 세부적인 사안들의 합의가 나올 것이다.

북미관계 청신호로 남북정상회담 기대도 상승

노무현 대통령은 7년 전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다소 편안한 상태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달 사이에 외부상황이 대단히 호전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7일 북미정상회담에서 조시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핵 폐기→한국전 종전 선언→평화조약 체결→북미수교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이에 앞서 북한과 미국은 9월 1일과 2일 제네바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 회의를 갖고 연내에 북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미국은 그에 대한 정치·경제적 상응조치를 취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6자회담이 순항하고 부시 미 대통령이 ‘평화조약’을 언급함으로써 노대통령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의제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제적 조건이 호전되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명실상부하게 민족공동 번영과 조국통일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국제적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동시 진전은 전통적인 ‘친미와 반미’, ‘연북과 반북’의 구도와 대립을 뒤흔들고, 60년 넘게 지속되어온 ‘분단체제’를 허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한반도에서 걷어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안에 평화구역 설정 성사될지 관심

논란이 되고 있는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통일의 방향과 새로운 남북대화 기구 설치, 경제협력과 인도적 문제 등이 상정될 전망이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중심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경제인단의 면면을 볼 때, 단천 지하자원 특구 지정, 북상업은행 설립 지원, 동해안 조선산업기지 건설 협의, 철도·전력 기간망 구축 등이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의 대북투자를 이끄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선투자와 유무상통(有無相通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함)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 모델 창출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9월 11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경제계 인사 17명을 포함한 47명의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실질적 남북협력이 가능하도록 대북사업을 하고 있거나 대북사업에 기여할 기업 위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9월 3일 이장관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경협 논의와 관련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측의 선(先) 투자가 북측의 경제발전을 이끌고, 결국에는 남측 경제발전의 신(新)동력으로 이어지는 남북상생의 구조를 창출하도록 생산적인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며 “남북경협을 현재보다 경제원칙에 입각한 상호보완적인 지속적 투자와 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남북경협 방안은 자칫 남남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더욱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여서 또다시 ‘퍼주기’논란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울 ‘빅 카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이 이해찬 전 총리가 밝힌 비무장지대와 서해안 일대에 산업단지와 관광단지를 포함하는 이른바 ‘평화구역’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남북이 함께 한강과 임진강을 잇는 운하를 파고, 이 벨트를 중심으로 공단은 물론 물류산업단지와 관광단지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파주 일대 민통선 구역에는 개성공단 규모의 공업단지를 조성해 북측 근로자들이 남녘땅으로 출퇴근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은 이미 공개된 경협 사업인 한강-임진강 준설 작업을 통해 연간 1조원 씩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 또는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그동안 남북 긴장을 조성해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 한나라당도 쉽게 반대하기 어려운 획기적 방안이다.

북측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반대할 이유는 없는 듯하다. 남북 정상이 ‘평화 구역 설정안’에 합의할 경우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협 논의는 기존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폭발력’을 가질 것이고, 남북 군축논의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의 열쇠는 통일방안

북측은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된 남측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그동안 남북장관급회담,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서해 해상경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비롯해 한미 군사훈련 중지, 참관지 제한 철폐,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근본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 2항 합의보다 진전된 통일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어느 일방의 주장만 담긴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 귀결되든 남북 간에 통일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은 분명하다. 이재정 통일부장관도 “두 정상이 협의해서 하나 만들어내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그는 “제1차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던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남측의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다’는 합의가 일정 정도 통일의 기초를 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기초 위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는 통일방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장관도 “(통일방안 합의가)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통일방안 합의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난제다. 남북 정상 간에 치열한 논쟁도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2·13합의의 1단계 조치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북핵의 연내 불능화’가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이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동원 전 대통령 특보도 이와 관련, “국가연합으로 가는 협력기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구체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며 “1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으로 통일을 하는데 있어 남북이 힘을 합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합의했는데 그걸 발전시켜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남북대화를 논의하는 새로운 상설기구 설치에 남북 정상이 합의할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화해와 협력단계에 진입하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남북교류 활력 얻고, 남남갈등 해소되고

국내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6·15공동선언의 생명력을 되찾고,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년째를 맞으면서 한계를 드러낸 당국 간, 민간 차원의 대화와 교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남북 당국자 사이의 최고 협의 기구’로 역할을 해온 남북장관급회담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합의하는데 한계에 봉착해 있고, 6·15와 8·15에 열리는 남북민족공동행사도 의례적인 행사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은 당국과 민간 모두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특히 2차 남북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남남갈등은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설득해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남남갈등은 북미가 화해를 하고, 당사자들이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즉, 남남갈등의 국제화와 국제적 합의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될 수 있을까’에서 ‘이번에는 되겠구나’로

이번 정상회담은 북측이 대외개방 조치를 확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디딤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은 9월 말 6자회담과 10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국가’로 전환하고, 남북관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의 성공은 국제적으로 6자회담, 6자외무장관회담, 4개국 종전선언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북미관계정상화에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7월초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에 일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그동안 ‘종전선언’이나 4자 정상회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다자간 평화협정도 될 수 있겠구나’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 만나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나라들이 할 것인가 구체화되고,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는 단계로 전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관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진전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동북아평화안보체제와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냉전체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정세 속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틀에만 갇힌 ‘우물 안 사고’와 아전인수식의 ‘정파적 이해’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틀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인식의 대전환이다. ‘과연 될 수 있을까’란 회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되겠구나!’라는 낙관적 인식을 가지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관계 정상화 흐름을 주시하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정창현 민족21 편집주간,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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