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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10월
  • 2007.10.01
  • 1200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2000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여전히 하나의 ‘사건’이다. 남북정상회담 그 자체가 찬반 논란의 대상이다. 시기, 장소, 의제도 쟁점이다. 남북관계의 진로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세력들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금 소용돌이의 정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쟁점별로 다양한 목소리들을 정리해 본다.

정상회담 필요한가

한국정부는 “만남 자체가 성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란 표현은 없지만, 한국정부는 10월의 만남이 정상회담의 정례화 및 제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정부도 <남북합의서>에 나타난 것처럼, 정상회담의 “중대한 의의”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남쪽의 정치·시민사회의 의견은 다양하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정상회담에 대해 사실상의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핵 완전폐기’를 논의할 수 없다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은,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지만, 평화와 경제와 통일이라는 3대 의제에 대해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의견에 대한 북한정부의 비판이다. 북한은 정상회담 합의 이후 북한내각의 기관지인 「민주조선」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북핵 폐기 주장과 대미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노선을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이라는 “통일잔치”에 재를 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반한나라당 통일전선’이 형성된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해석은 현 정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상회담 그 자체에 대해 80% 이상의 지지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의 여정에서 정상회담과 같은 높은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북한의 한나라당 비판과 같은 내정간섭에 대해서는 남쪽의 정치·시민사회가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기와 장소는 적절한가

정상회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약 50% 정도가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00년 정상회담의 약속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북한의 선거개입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남한의 대북정책이나 북한의 대남정책 모두 이론적으로 본다면 두 국가의 국내정치의 연장이다. 국내정치적 고려 없이 정상회담에 합의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시기와 장소의 부절적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차원에서 국내정치적 정당성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하여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둘째, 정상회담의 결과가 공공이익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은, 공공이익의 실현을 전제할 때,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우리가 합의해야 할 공공이익은, 한반도 평화다.

의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의제다. 추상적이지만, 의제설정은 이미 된 상태다. <남북합의서>에 따르면 예정된 의제는, ‘한반도의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이다. 인도적 문제도 의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회담에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의전형 정상회담이나 문제해결형 정상회담과 달리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남과 북의 정치체제의 차이도 의제설정의 투명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추상적 의제의 구체화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의제의 우선순위도 쟁점이다. 남쪽이 평화, 경제, 통일의 순으로, 북쪽은 통일, 경제, 평화의 순으로 의제설정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쪽은 통일을 평화의 하위범주로, 북쪽은 평화를 통일의 하위범주로 설정하려 하면서 회담장에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의제를 순서대로 짚어보자.

신자유적 경제협력은 평화 걸림돌 될 것

첫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제설정이 가장 절실한 과제다.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교류와 같은 기능적 협력, 남북관계의 제도화와 더불어 이제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의 길이 제시되어야 한다. 남북 모두 이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합의되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국면에서 남북이 평화 의제를 비켜갈 수는 없다.

문제는 출발점이다. 남쪽의 국내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핵을 논의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나중에 강한 후폭풍을 만날 수 있다. 북핵이 6자회담의 의제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북쪽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원칙적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북핵을 ‘남북의 의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이 군비통제와 군축의 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북쪽의 핵개발이 부분적으로는 남북 사이의 비대칭적 군사력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군사적 신뢰구축의 ‘상징’이 되어버린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직접 의제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평화선언의 수준에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포함된 한반도 평화선언은 북핵 폐기 이후에야 평화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쪽의 보수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제협력의 진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견을 달지 않는다. 경제협력이 평화를 촉진하고 더불어 남쪽의 일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도 북핵만 폐기되면 북한경제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라는 대의가 남한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수출의 부정적 효과를 덮을 수는 없다. 물론 북한도 남한 경제체제의 이식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쪽의 개발지원에도, 북쪽의 발전전략에도 사회적, 환경적 고려는 담겨 있지 않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반도 민중의 정치경제적 삶의 질이 향상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질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경제협력은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할 수 있다. 북한과 관련하여 진보세력이 가지고 있는 이율배반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셋째, 통일은 북한의 국내정치적 고려 때문에라도 불가피하게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문헌에는 정상회담을 “조국통일과 민족 공동번영의 전환적 국면”으로 삼아야 한다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북쪽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실 북쪽이 실현가능한 통일정책을 제안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제도화된 통일기구보다는 통일의 전단계로 설정되어 있는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의 개최를 제안할 수도 있다. 마침 2008년은 ‘연석회의’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제안을 수용하게 되면, 남쪽 내부에서는 격렬한 이념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 연석회의를 통해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국내정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남한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일 것이다. 남쪽의 대안 논리로는 평화의 제도화가 불가피하다. 연락사무소나 상주대표부의 설치, 남북대화를 위한 기구의 상설화 등의 제안을 통해 북쪽의 ‘통일공세’를 우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상의 쟁점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의 요소를 담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될 것이다. 다루어진 의제와 의제의 우선순위는 향후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군사적 신뢰구축이 빠져 있는 6·15시대에 대한 남북의 성찰이 10월 정상회담을 통해 표현될 것이다. 그리고 북핵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지난할 수밖에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의 맹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제시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비중이 큰 사건이다. 또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들을 선사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정치·사회세력은 남북이 주도하는 ‘통일지향적 평화’의 길을 여는 계기로 10월 정상회담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칫 이 담론은, 친미 한미동맹인가, 아니면 친북 남북연합인가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남쪽의 보수세력과 북쪽의 집권세력은 그 동안 이 이분법적 구도를 생산해왔다. 남쪽의 진보세력이 이 담론에 동참하게 되면, 진보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21세기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 동맹이냐 자주냐의 논쟁은 적절하지 않다. 동북아질서의 지각변동의 와중에서 19세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사 속에서 한반도의 변화를 읽는 보편의 언어와 한반도만의 특수의 언어 모두가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구갑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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