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9월 2007-09-01   1364

좋은 친구 한 명 만 있어도

중학교 1학년인 진수(가명)는 학교가 끝나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방황합니다. 언제나 눅눅하고 냄새나는 반지하 월셋방에 돌아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놀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식당 일을 하시느라 밤늦게 집에 돌아오시고, 아빠는 몇 해 전 사업에 실패하시고 빚에 쫓겨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습니다. 조용한 성격의 진수는 가끔씩 친구들에게 화를 내고 때리기도 하는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항상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갑니다.

친구처럼 스승처럼, 멘토링 운동

진수처럼 가난과 가정 해체, 그리고 청소년기의 방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의 마음과 손을 붙잡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KYC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은 지난 1999년부터 공부방 아동청소년과 보호관찰 처분 청소년, 새터민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1대1 결연을 하고 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성장을 도와 이들이 공정한 삶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멘토링 활동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전국 12개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활동에는 그동안 2,000여 명의 청소년과 청년이 참가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멘토링(Mentoring)이란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위해 떠나면서 친구인 멘토에게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부탁했고, 멘토는 최선을 다해 아버지로서 선생으로서 친구로서 텔레마코스의 성장을 도운 데서 왔습니다. 그로부터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스승을 멘토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 멘토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기업멘토링, 학습멘토링, 여성멘토링, 군대멘토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멘토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본교육 받고 1대1로 월 2회 이상 만나

KYC에서 실시하는 좋은친구만들기운동에 참여하여 아이들의 좋은 친구로 활동하는 멘토들은 대부분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6~10강 정도의 멘토기본 교육을 이수해야만 멘토 자격을 받아 아이들과 결연을 할 수 있습니다. 1대1로 관계를 맺고 최소 6개월 이상을 함께 만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멘토교육을 이수하면 공부방 아이들이나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대상을 멘토링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공부방 아이들은 생활보호대상자나 한부모,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데 초등학생들이 많은 편이고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범죄 후 재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때로는 새터민 혹은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과도 결연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결연을 한 뒤 월 2회 이상 만나고 월 1회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멘토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야유회도 하고 문화행사를 참관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정도 만나는데, 이 기간 동안 멘토는 흥미진진한 도전과 큰 경험을 하게 되고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곁에서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좋은 친구를 얻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만나는 것이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힘든 파도를 넘어서면 잔잔하고 멋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듯 즐거운 일상처럼 멘토링을 즐기게 됩니다.

남을 도우려면 나를 아끼고 가꿔야

멘토 이선영 씨는 선배의 권유로 멘토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쉽지 않은 청소년기를 거쳤고 자신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선뜻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이선영 씨의 직업은 학원 강사입니다. 아이들의 심리나 상담 전문가는 아닙니다. 이선영 씨는 멘토링 교육을 받고 멘티와 결연을 하고 보낸 지난 1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꼽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아이가 크게 변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은 아이들과 멘토가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멘토는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해야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가꿔야 합니다.

아이들과 지혜 고민 나누며 나눔 실천

진수처럼 가난과 가정해체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돌봄과 학습의 기회 대신 상처를 받고 있으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이 구조화된 사회구조로 인해 더욱 절망하고 있습니다. 빈곤 아동들은 방과 후 보호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비행 발생률이 높은 편입니다.

사회양극화는 교육, 건강, 보육환경도 양극화시키고 있으며 이 아이들의 미래를 좀먹고 있습니다.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은 어려운 환경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 구조화된 사회를 변화시키고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책임에 함께 나설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마을에 있는 빈곤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주세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친구 한 명 만 있어도 삶이 훨씬 쉬워집니다. 아이들과 지혜를 나누고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세요. 드라마 같은 인생이 펼쳐질 겁니다.

김태응 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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