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6월 2007-06-01   897

냉전적 잣대로 어디까지 후퇴할 것인가

이시우 사진작가,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민통선 평화기행」의 저자 이시우 사진작가가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이시우 씨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비무장지대와 미군기지, 한미연합훈련 현장 등을 사진에 담았고 이를 통일뉴스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발표해왔다.

지난 1월 27일 아침, ▶미군무기와 기지시설 등을 사진으로 촬영해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 ▶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사와 기고문을 통해 주한미군의 화학무기 배치 현황 등 군사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켰다는 의혹 ▶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해외인사, 민간통일단체 간부 등과 접촉하면서 관련 자료를 공유해 왔다는 의혹 등으로 서울경찰청 보안2과 소속 경찰들이 강화군 소재 이시우 사진작가의 자택과 작업실, 인근 지인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여 132건의 자료와 필름 원본 2000여 점을 압수해갔다.

이에 이시우 사진작가는 수사 자체가 부당하고 학문과 예술, 표현의 자유 침해 또한 부당하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였지만 4월 19일 검거되어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되었고, 지금까지 목숨을 건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 학문과 예술,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명문으로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법률로도 그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불출석 사유서. 2007.3.20> –

평화활동가 이시우

전쟁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진작가 이시우 씨가 비무장지대 곳곳을 누비며 쓴 기행서「민통선 평화기행」(창비, 2003년)은 분단의 현실을 드러내는 책으로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으로 선정되어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전시되고 독일어, 영어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이시우 씨는 다년간 비무장지대 곳곳을 누비면서 자연스럽게 대인지뢰 피해 현실을 목격하고는 대인지뢰 금지 운동을 벌여왔다.「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인간사랑, 1999),「끝나지 않은 전쟁 대인지뢰」(한국교회여성연합회, 1999)를 발간했으며 수차례의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정전체제를 관리하기 위해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아직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유엔사의 존재가 평화협정이 논의되는 현재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유엔사 해체를 주장해왔다. 그의 주장은 늘 사진과 유엔사 해체를 위한 3,000리 도보행진,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 띄우기 등 평화로운 캠페인을 통해 드러났다. 철저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창작 행위들이 공안적 시각에 의해 순식간에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 탐지’가 되고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회합통신’ 위반이 된 것이다.

‘학문.예술의 자유’ 보장한 헌법의 가치 유린하는

국가보안법

최근 들어 국가보안법을 내세운 ‘표현의 자유’ 탄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전교조 통일위원회 두 교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의 선군정치와 관련한 자료를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며, 전북 임실의 관촌중학교 한 교사도 집과 학교를 압수수색 당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이적표현물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서점 주인이 구속되었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사례도 있다.

일련의 구속 사건들은 모두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반에 해당된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이다.

유엔 자유권 조약 제19조 2항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와 같은 자유권 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세 번에 걸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사에서 매번 지적을 받아왔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제21조, 학문.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제22조에 의해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의 사례를 보면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헌법의 가치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지난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이시우 작가의 옥중 편지

“‘얀’이란 세계적 사진가가 있습니다. ‘하늘에서 본 지구’란 사진집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하늘에서 찍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전협정 상으로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군사기밀 보호법 때문에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엔사군정위 비서장인 ‘캐빈 매튼’ 대령은 그를 헬기에 태워 한국의 사진가들에겐 한 번도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에 대한 고공촬영을 허락했고 그 사진들은 발표되었습니다. 아마 그는 한국의 DMZ를 대표하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비무장지대를 대상으로 10년 넘게 사진작업을 해 온 저의 사진은 군사기밀보호법의 혐의가 씌워진 채 어쩌면 ‘모내기’ 그림을 국가보안법으 피해를 당하셨던 ‘신학철 화백’의 그림처럼 철창에 갇혀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될 운명에 있습니다. FTA를 반대하는 예술가들에게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지라’ 하는데 소수 공안세력들은 창작의 자유 대신 기밀의 족쇄를 채워 손발을 묶고 있습니다. 실로 안타깝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평화 사진작가 이시우 석방 대책위원회’ 라는 연대 기구를 구성하여 이시우 씨에 대한 부당한 구속수사 중단하고 그를 즉각 석방할 것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해 나가고 있다. 검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국가보안법 철폐와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 촉구 촛불문화제를 매일 저녁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이시우 작가 사진전을 개최하고, 석방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그 밖에도 보석 신청 이후 재판부에 분야별 탄원서와 일괄적인 탄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씨 석방을 위한 모든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헌법도 무시한 국가보안법과 낡은 기준의 군사기밀보호법을 내세워 이시우 씨의 예술 활동과 언론보도 기사를 문제 삼고, 그를 구속한 것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고정호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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