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6월 2007-06-01   727

多多益善 아니라 올바르게 벌어야

-프랑스 사회보고에서 선진기업의식을 배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객, 주주, 노동자, 경쟁자, 지역사회, 환경, 정부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으로 정의된다. 각국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각종 법률을 제정하여 기업을 강제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제반 법규정과 자발적 기준을 준수하는지 이해관계자가 확인하고 검증하고 평가하기 위해 사회보고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노동영역에 대한 사회보고서로서는 프랑스의 사회보고(Bilan Social)가 있으며, 환경영역에 대한 환경보고서가 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 전체를 포괄하는 보고서로는 GRI(지속가능성 보고서 가이드라인 입안 연구센터)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가이드라인이 2000년 제정되어 2002년 G2, 2006년 G3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집중적 논의의 결과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에서 경제정의지수를 탄생시켰으나 그 이후 논의는 답보상태에 있었고 97년 IMF 이후 수면 밑으로 잠수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인권, 노동, 환경 등 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가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이 문제가 또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사회책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발전된 노동법체계에 상응하는 노동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하도록 법제화한 프랑스의 사회보고를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사회보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사회보고서의 확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프랑스와 한국, 20년 차로 비슷한 상황

프랑스가 노동영역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보고제도를 법제화한 70년대의 시대상황은 미국, 유럽, 일본 모두 68년 학생운동의 물결이 지나간 이후, 대부분의 학생운동 참여자들이 사회개혁을 위하여 현실사회에 참여를 했던 시절이다.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68년 학생운동에도 불구하고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재선되었으나 69년 지방분권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부결로 사임한 뒤 우파 퐁피두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74년 퐁피두 대통령 사망 후 우파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이 취임하였고, 81년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취임하여 제5공화국 최초의 좌파정권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좌파정권 집권 14년 만인 95년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취임하여 우파정권이 집권하였으며,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우파정권이 계속되고 있다. 77년의 프랑스 사회보고 법제화는 우파 지스카르 데스텡 대통령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사회보고의 법제화는 이념적 논쟁보다는 매우 기능적 측면에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프랑스의 사회적 맥락을 한국사회에 비추어 보면, 87년 6·29선언 이후 대부분의 학생운동 참여자들이 많은 사회적 과제를 품고서 현실 참여를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중적 시민운동이 폭발적으로 발아하였다. 그 결과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를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을 체계화한 경제정의지수를 만들게 되었으나, 93년 출범한 김영삼 대통령 정권에서 경영자, 학계, 노동조합이 함께 이러한 체계를 좀 더 발전시켜서 사회보고 법제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98년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 정권에서도, 2003년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 정권에서도 사회보고 법제화에 대한 간헐적 주장이 묻혀버리는 사회적 진보의 지체를 겪었다. 2008년 출범 예정인 새 정권의 과제로 사회보고 법제화가 수용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프랑스와 한국의 경제수준을 비교하면, 프랑스는 70년대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을 지향하는 시대였으며, 한국도 90년대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을 지향하는 시대로서 비록 97년에 IMF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2007년 2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수준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20년의 격차를 두고 유사한 사회적 상황을 창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실험과 사회적 협의 거쳐 탄생한 사회보고

프랑스에서는 77년 사회보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많은 실험들이 선행되었다. 초기 실험들은 68년 학생운동에 의한 가치 전환 이후 표명된 새로운 관심사들을 고려했다. 기업 내에서 사회적 정보들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여긴 경영자, 경영자단체, 인사 중역 혹은 대학교수들에 의해 초기 실험이 주도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제적 정보와 사회적 정보들을 이용하여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특히 노동자들에게 회계연도 내에 실현된 그들의 성과와 발전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제시할 수 있기를 원했다.

68년 제정된 생산노동자협동조합의 사회보고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이익 분배에 대해 조합원들이 부여하는 중요성을 참작한 간단한 보고서 형식으로 제시되었다. 생산노동자협동조합의 사회보고서는 좀 더 전통적인 종목들과 관련된 지표들(인구통계, 승진, 재교육, 정보, 환경, 사회 예산)과 함께 ‘자본 구조와 자본의 증가 및 감소 비율’이 첨가되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실험들은 경영자단체들에 의한 것들이다. 제련업과 광산업 협회는 75년부터 사회보고서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이외에도 수많은 발상, 연구, 기술적 실험들이 있었다.

프랑스 사회보고서는 77년 7월 12일자로 법률로 공포되었지만 그 기원은 P. 쉬드로의 책임아래 75년 출판된 기업 개혁을 위한 연구 위원회의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재정·경제 관리는 정밀하고 수치화된 정보에 근거한다. 만약 사회 관리를 회사의 전략적인 사안들 안에 포함시키려고 한다면, 비록 사회 분야는 수치화가 어렵고 그 발전은 무엇보다도 질적인 질서와 관련되지만, 상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수치화된 기본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로 하여금 기업이 사회 분야에 기울인 노력을 평가하고 목표를 보다 더 잘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각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상황과 근로 조건들을 반영하는 지표들을 이용하여 매년 사회보고서를 작성한다.”

76년 초 정부는 사회보고서 관련 법안을 준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는 노사간의 협의를 돕고 본질적인 사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중의 의도를 발표했다. 이 법안은 76년 경제와 사회 위원회에 의해 검토되었다. 당시 투표자 157명 중 63명(노동총동맹, 프랑스 민주노동조합, 노동-노동력 총동맹수공업, 민간기업, 각종 사업, 자유직업 그리고 중산층 대표자들 포함)이 기권했으며, 8명(민간기업 그룹 내의 중소기업 대표자들)은 반대했고, 86명(프랑스 기독교 노동자 동맹, 간부 총동맹, 농업, 공기업, 프랑스 해외 도와 영토 등)은 찬성했다.

기업주 그룹은 강제적인 법 적용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법률 제정에 적대적이었다. 노동총동맹은 법 문안을 볼 때 실질적인 이득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민주노동조합은 법안이 고용주의 권력이나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며 외면했다.

77년 1월 내각이 법안을 검토했다. 법률은 7월 12일 발표되었고, 시행령과 시행 규칙은 12월에 마련되었다. 의회에서 토의된 주요 사안들 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쟁점화되고 해결되었다.

1. 적용 범위

→ 민간기업, 공기업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관, 직무수행조건이 기업과 유사한 정부행정 부서. (국립병원에 한해서만 1988년 10월부터 적용)

2. 기준

– 노조는 근로자 50명 이상으 기업들이 적용받기를 원함.

– 경영자들은 시행 비용을 내세워 근로자 2000명 이상의 기업들이 적용받기를 원함. (프랑스의 400개 기업이 이 기준에 해당)

→ 정부는 초안에서 근로자 300명 선으로 기준을 정하였음.

(이 기준은 법안에서 750명으로 변경되었으나, 의회에 의해 다시 300명으로 되돌려짐)

3. 자료 감독

→ 회계보고서의 경우, 회계감사에 의한 서류 증명이 자료의 정확성과 진실성을 보장. (이런 맥락에서 일부는 사회감사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당시 실현되지는 않음)

4. 필수적인 유연성

→ 다섯 가지 분야(제조업과 농업, 상업과 서비스, 건축업과 공공사업, 육상 교통과 항공업, 해운업)에 따라 지표들(indicateurs)을 차별화

→ 회사 안에서 두 가지 사회보고서가 적용되는데 하나는 기업, 다른 하나는 근로자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함.

프랑스 사회보고의 지표체계

프랑스 사회보고의 지표는 고용(인원, 외부근로자, 채용, 이직, 휴업, 장애인, 결근율), 임금(임금총액, 임금계층, 임금계산방식, 제수당), 산업안전보건(근무와 출장 시 사고, 사고의 요인별 분류, 직업병,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관련 지출), 기타 근로조건(근무시간의 기간과 조정, 근로조직과 내용, 근로의 물리적 조건, 근무조직의 변형, 근무조건개선비용, 노동의, 부적격근로자) 교육훈련(평생교육훈련, 개인교육훈련휴직, 실습), 노사관계(종업원대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절차), 기타기업 관련조건(사회사업)으로 구분되어 있다.

결국 임노동이 본질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며, 임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므로 우선적으로 노동자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사회보고를 법제화한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책임 항목을 분야별로 구분하여 지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표의 수는 사회보고가 작성되는 수준과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조업과 농업 분야를 예로 들면,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과 사업장에 따라서 그리고 300명, 750명, 2,000명의 규모에 따라서 작성하여야 할 지표가 80개에서 171개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사회보고는 또 기업에게 제공된 정보지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내실화를 기하여 왔다. 현재 사용되는 사회보고 지표들은 거의 30년 동안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에 관한 법과 정책, 그리고 실행에 영향을 끼친 변화와 혁신을 반영하고 있다.

발전하려면 한국도 더 늦출 수 없다

프랑스의 사회보고제도는 법제화한지 30년이 흐르고 있다. 제정 당시에도 이념적 갈등보다는 노동관계법과 연관된 사회적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시키려는 기능적 차원에서 접근하였으며, 이러한 전통이 지속되어 300인 이상 기업은 당연히 사회보고서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2007년 대한민국의 노동관계법 수준은 30년 전 프랑스 노동관계법 수준을 넘고 있다. 한국사회도 당연히 노동관계법과 연관된 사회적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시킨 정보를 공유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가 사회보고제도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한국사회가 사회보고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하나는 노동 분야에 한정하여 프랑스 사회보고서에 준하는 대한민국 사회보고제도를 도입하여 법제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동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를 포괄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프랑스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현명한 방법, 사회보고를 기억하자.

최정철 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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