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2월 2004-12-01   1672

빛고을 광주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뭉치다

‘빛고을 광주에서 만나요! 참여연대’ 기다리던 참여연대 광주·전남 행사. 드디어 그 날이다. 을씨년스럽게 조금씩 내리는 빗길을 달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마당이 열리는 장소인 전일빌딩 6층에 도착했다. 1980년 5월 18일 한국의 역사를 바로 세운 그 현장의 중심부인 광주 도청 앞 금남로 전일빌딩은 장소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24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그 곳에서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에 참석한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버스를 타고 가다 창문너머로 보았던 오욕의 금남로. 지금 이 순간 가슴 속에서 과거와 현실이 교차한다. 18세 학생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 날의 그 장소. 탱크와 총을 앞에 두고 태극기를 들고 맨손으로 저항하는 형·누나들, 최루가스로 숨쉬기조차 힘든 공포의 거리 금남로. 동명동 자취방까지 찾아온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남대 4학년 누나와 도청을 지나 금남로를 따라 시골로 피신 가던 암울했던 그때 그 거리. 며칠 전 영원히 내 곁을 떠나가신 아버지 생각에 오늘 따라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회원한마당에 참석한 회원들도 나와 같은 것일까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다. 이를 바꾸어보려고 간사들이 애를 쓰는 해프닝이 연출된다. 참여연대가 걸어온 10년의 발자취가 영상으로 펼쳐지고 박영선 사무처장을 비롯한 상근자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부패 국회의원 낙선운동,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입법운동, 삼성의 불법증여 소송 등 권력감시운동, 사회경제 개혁운동, 평화화해의 시민운동, 국제적 참여와 연대의 틀, 아시아 연대 등 그 동안 해왔던 운동들이 사례중심으로 소개될 때마다 사회를 바꿔온 중심에 있는 참여연대. 그 참여연대의 회원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우쭐해진다.

이어서 장하성 교수의 ‘한국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의 주제 강연이 시작된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위기는 경제구조의 결함인 고비용, 저효율의 낙후된 구조를 고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강연을 시작한다. 경제환경·경제구조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변화하여 기술(지식)집약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사회가 우수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효율성은 저급하다고 지적한다. 곧 돈이 시장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고효율을 창출하는 경제력 강화가 오히려 현실감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업의 부채 비율이 300%에서 150%대로 낮아지고 있으며 노동비용이 감소해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그 효과는 극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즉 효율성이 문제이지 비용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한 장 교수는 IMF 당시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의 부채를 해결한 것이 고통의 과정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업의 건전성을 높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예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덧붙인다. 이점이 오늘날에 있어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하는 측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잊지 않는다.

장 교수는 우리사회가 기업지배 구조의 후진성으로 인한 가치손실, 지배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용증대, 모험적 신규 투자보다는 지배권에의 출자,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장악으로 사회적 비용증대와 같은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노조와 중소기업노조,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의 불안정성도 냉철히 제고해 봐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한국경제의 미래를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으로 분석하며 차분히 정리했다. 한국사회가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조선으로 대표되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미래를 준비하는 높은 교육열, 기업 감시를 철저히 하는 시민운동단체가 있는 점 등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해 볼 수 있는 희망적 요소라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에 정치지도자와 경제지도자의 부재, 정경유착의 고질적인 병폐는 공정한 경쟁체제를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최대 재벌인 빌게이츠의 사례를 들며, 그가 전체 자산 70조 중에서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돈이 50조 규모이며, 그의 아버지는 ‘유산 안 물려주기, 세금 많이 내기’를 주장하며 사회에 환원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한다. 장 교수는 그들이 이윤추구라는 기업운영의 제 1의 원리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한국의 기업인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할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공정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도 생존할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일부정치인과 재벌들이 “분배는 사회주의 좌파논리”라고 강변하지만 세계초일류 기업일수록 분배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는 장 교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한국사회 지도층과 재벌이 깊이 새겨야할 경제 철학인 것이다. 권력감시와 사회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기업의 분배구조의 개선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회원인 학자의 열띤 강의를 들으면서, 시대를 앞서가며 사회를 분석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또 한번 참여연대 회원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회원한마당 행사를 마치고 저녁식사와 함께 뒤풀이가 이어졌다. 그 곳에선 행사장에서의 진지하고 숙연한 분위기와는 달리 밝고 정겨운 분위기가 넘쳐났다.

일흔을 넘기신 노인회원에서부터 산재를 당한 노동자, 수염 덥수룩한 시간강사, 사회복지사 부부, 목포의 눈물을 강조하던 까불이 아저씨 등 40여명의 회원은 안진걸 간사의 재치있는 건배 제의가 거듭되면서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참여연대 동지로 가까워졌다. 이러한 연대의 모임이 굳건히 될 때 한국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본다. 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짓궂은 늦가을 비를 뚫고 나주로 내려오는 길은 잊지 못할 내 인생의 한 여정으로 깊이 간직되리라.

김범웅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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