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2월 2004-12-01   1300

“전 세계 여러분, 미안합니다”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힘내세요”

미 ‘부시 재선 사과운동’ 캠페인

지난 11월 2일 미 대통령 선거 이후 한동안 많이 우울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었습니다. 부시가 이길까, 케리가 이길까 주위에서 사람들이 서로 내기를 걸 때 너무나도 간절히 케리의 승리를 바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부시에게 만원을 걸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설마 했습니다. 기적을 믿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시 대통령이 너무도 자랑스러운 얼굴로 승리를 선언했을 때, 또 곧바로 벌어진 미국의 이라크 팔루자 대공세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 자체가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www. sorryeverybody.com. 부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49%의 미국인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런 그들에게 ‘여러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요. 힘내요’라고 전 세계가 답하는 곳. 그러한 메시지를 담은 자신들 사진을 올려놓은 곳.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날 문을 연 이래 11월 17일 밤 현재 5천 장이 넘는 사진들이 그곳에 올라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그곳에 알알이 그렇게 모여 있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던가 봐요. 정말 정말 미안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도 고맙고 가슴 한켠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2008년에 다시 싸울 겁니다. 우리를 믿어주세요.” 축 처져 있던 팔과 다리에 희망이, 작지만 따듯한 희망이 살금살금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곳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조금 시간을 내서 그곳에 들러보세요. 마음이 따듯해질 거예요. 게다가 너무도 신선한 아이디어들에 한바탕 웃는 즐거움도 부록으로 선사한답니다. 그리고 마음이 더 움직이면 우리도 한번 해봐요.

“여러분이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우리도 말해주자구요.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www.sorryeverybody.com의 시작은 미국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날 한 대학생이 “미안합니다, 세계여(우리도 노력했습니다)-미국인의 반(Sorry world [we tried]-half of America)”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부터입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제임스 제틀렌(James Zetlen).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제틀렌이 부시 재선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학교 서버를 이용해 사과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올렸을 때만 해도 그 자신도 이 사이트가 그렇게 많은 호응을 얻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3천만 명을 넘어섰고 보름만에 5천 여장의 메시지들이 모였습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폭주하는 바람에 학교 서버의 82% 이상을 차지하게 되자 학교측에서 서버 사용 중단을 요구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그의 사진과 함께 이러한 글이 뜹니다.

“우리들 중 일부는(대부분이기를 희망하지만) 이번 선거가 전 세계의 나머지 시민 여러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위 지도자들이 당신들을 압박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제발 기억해 주십시오. 우리들 중 일부는(대부분이기를 희망하지만) 진심으로,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말할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심지어 미안해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해서라도.”

그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52%의 사람들이 무모하고,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부를 자랑스럽게 다시 뽑았습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우리들은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라고 실망했습니다”라고. 그리고 호소합니다. “전 세계가 미국에도 미국 정부가 하고 있는 짓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라고. 그것이 그가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입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죠. “왜 미국이 사과해야만 하죠?” 그는 답합니다. “(물론)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어떤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요구하는 규범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사과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과는 자발적인 것입니다. 사과가 해결책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과를 하는 것이 해가 되리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곧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작은 약속 혹은 다짐이기도 하니까요. 제틀렌 뿐만 아니라 그에게 격려 이메일을 보내고 자신들의 사진을, 메시지를 올려놓은 이들도 다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말합니다.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정신병자가 정신병자 수용소를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발 우리들 절반을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세계에게 정말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시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던 우리 5천5백9십만2001명의 미국인 중 한 사람인 저는 부시를 지지했던 5천9백4십2만2689명의 멍청이들을 대신해 사과합니다.”, “그가 당신네 나라를 침략해도 우리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답니다. 미안합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도저히 부시를 재선시킨 나라에서 살 수 없다고 망명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여러분의 나라로 옮기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나라들 중 한 곳에 망명을 요청해도 될까요? 신의 축복이 있기를….”

그런 그들을 전 세계는 또 한 마음으로 받아주었습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 칠레, 브라질,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신해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스테판”, “호주를 대신해서 여러분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다음 번에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때까지 사랑합니다.”, “미국인들이여!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독일로 오세요, 공간이 많답니다!”, “이봐요, 미국, 괜찮아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우리도 50년 전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답니다…독일에서 크리스.”

그래서 희망은, 있는 건가봐요. 함께 마음을 나누고 꿈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49%의 미국인들은 약속할 수 있는 걸 거예요. “2008년에 우리가 바로 잡을 겁니다. 우리를 믿어주세요”라고. 그래서 한번 더 믿어보고 싶어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요. “꿈은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모두 함께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잖아요.

강은지 (민족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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