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1월 2004-11-01   795

시민합의회의를 마치고… 이견과 갈등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

합의회의 시민패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주저없이 신청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과연 ‘합의’에 이르는 것이 가능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이라는 주제도 마침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7월에 열린 첫 예비모임, 참석한 시민패널 면면이 다양했다. 정년 퇴직한 어르신에서부터 대학생까지, 나중에 알고보니 패널의 나이만이 아니라 지역 또한 전국을 망라했다. 첫 모임은 어디서나 그렇듯 뜨거웠다. 발표자에겐 질문을, 진행자에겐 자료 주문을 쏟아내는 그 열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그 열기는 매번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력정책의 쟁점과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찬,반의 입장을 들었던 1,2차 예비모임을 거치며 어려웠던 점은 양측이 자기 주장의 논거로 제시하는 자료가 서로 다른 것이었다. 당연히 객관적으로 같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사실들, 예를 들면 우라늄 매장량과 사용 가능 기간, 체르노빌 사건의 피해 등. 과학이라고 하는 영역도 이렇게 주장이 다른지 새삼 깨달았다.

양 측 주장의 근거와 해석이 다르다보니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주최측에 많은 자료를 요구하며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학습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른바 ‘전문가적 식견’을 갖춰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두차례에 걸친 예비모임과 본회의를 거치면서 ‘전문가적 식견’은 합의회의가 경계해야 할 오류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책은 당시 상황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지 항상 옳은 ‘불변하는 최선’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원자력발전 중단을 결정하거나 재개하는 사례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시민패널을 신청하면서 기대했던, ‘이견’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이견과 갈등 해소’과정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시민 패널 대부분이 가정용 전력 소비자라는 점이 ‘이견과 갈등’을 첨예화하기 어려웠다는 생각을 한다. 전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부분에 미칠 영향을 계량화할 능력이 없는 탓에-시민 패널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고서도 가슴에 돌을 얹은 것같은 부담이 있었다. 아마도 이 부분은 합의회의 과정에 관계기관이나 종사자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참여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면 ‘반환경론자’, 반대하면 ‘무책임한 이상론자’가 되는 듯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원자력발전이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이른바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된 에너지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비중을 늘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가 고공행진’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이런 ‘무책임한 이상주의자’의 결론에 이른 것은, ‘현재와 같은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이어나가는 한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만한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시민패널 보고서의 한 구절이 그 배경을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선혜 시민패널,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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