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9월 2004-08-06   2102

[인터뷰] 패러디 작가 하얀쪽배 신상민 씨

“패러디, 유죄 선례를 남길 수 없다!”

실제 이름보다는 ‘하얀쪽배’라는 아이디로 잘 알려진 신상민 씨. 그는 서울중앙지법으로 부터 선거법 위반혐의로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신 씨가 만든 패러디가 선거법 255조, 즉, 선거일로부터 180일 전부터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사진, 문서를 배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신 씨는 즉각 항소에 들어갔다. 네티즌들은 하얀쪽배 무죄운동을 위한 기금을 모았고, 패러디작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패러디사법처리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하얀쪽배 무죄운동이 단순히 하얀쪽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유는? 힘들지만 외롭지 않은 투쟁을 전개하는 하얀쪽배를 만나보자.

‘저건 아닌데’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패러디

– 하얀쪽배라는 아이디는 어떻게 가지게 됐나?

“처음에는 ‘푸른하늘’이라는 아이디를 썼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쓰는 아이디었다. 독특한 것을 가지고 싶었다. 순간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라는 노랫말이 떠올라 ‘하얀쪽배’로 아이디를 만들었다. 원래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인데…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혹시 빨갱이라고 오해받는 것 아닌가?”(웃음)

– 패러디 작품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내가 미술 쪽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품은 손도 못 댄다.(웃음) 패러디는 있는 그림들의 부합이니까 아이디어가 좋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올 2월이 처음이다. 인터넷 에 있던 어느 패러디작품을 보다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순간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된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 어떤 작품이었나?

“원작품은 노무현 대통령이 건물에 스파이더맨 모양을 하고 오르는 거였다. 그 작품의 의도는 노무현 정권이 친일청산법안을 반대하는 것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노 대통령 대신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넣었다.”

패러디 작업을 시작한 것이 올해 2월. 그는 ‘작품활동’ 두 달만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신문만평은 무죄, 인터넷 패러디는 유죄?

– 인터넷에 올린 패러디가 선거법에 저촉되어 벌금형을 받았다. 일종의 유죄판결인 셈인데.

“그렇다. 1만5천원을 받든 15억을 받든 유죄라고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용납할 수 없다. ‘돈을 안 내도 되지만 넌 유죄다’했으면 난 끝까지 항소했을 것이다. 선례를 유죄로 남기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혀 들어가겠나. 내가 좀 더 법에 대에서 논리적으로 공부하고 부지런히 대응하면 많은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내가 이 싸움에서 지면 오히려 동료 패러디 작가들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뛰고 있다.”

– 패러디 작품의 사법판결에 대해 네티즌의 반발도 상당하다. 뜻을 같이 하는 네티즌들이 어떤 지원을 해 주고 있나?

“네티즌들이 많은 성원을 해주고 있다. 소송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뺏지, 핸드폰고리, 스티커 등 판매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 패러디 작가연대도 만들었다.”

▲ ⓒ 하얀쪽배

-아마추어 패러디 작가연대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패러디도 개인이 만들었으면 유독 엄격하게 처벌을 받는 것 같다. 신문 만평은 선거법 위반에 걸리지 않지 않나. 법의 잣대에 일관성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고, 작가들이 수사를 받게 되면 이들을 보호하는 단체가 필요하다. 아마추어 페러디 작가연대는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

패러디는 고효율의 뉴스 서비스, 판단은 네티즌의 몫

– 패러디의 묘미가 무엇인가?

“뉴스를 보고 판단은 결국 자기가 내려야 한다. 그러나 밥 하루 세끼도 챙겨먹기 힘들게 바쁜 현실 생활 속에서 그 많은 기사들을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뉴스의 메시지를 어떻게하면 독자들에게 빨리 전달해 줄까’라는 고민을 자연히 하지 않을까? 패러디는 가벼운 한 컷의 그림이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쉽게 전달한다. 두 페이지의 글로된 기사보다 훨씬 압축적으로 표현해내는, 한 마디로 고효율 뉴스인 셈이다.”

– 뉴스도 오보나 오도가 있다. 당연히 잘못된 패러디도 있을 수 있지 않겠나. 패러디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을 수는 없는데…

“물론이다.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보자. 뉴스나 방송도 오보가 있는데 유독 패러디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패러디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고 있는 패러디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고 이는 시작부터 ‘나가 죽으라’는 공격이다.”

– 일반인들이 시청자 위원회와 같은 단체를 꾸려 패러디를 감시한다면 받아들이겠나?

“그렇다. 가치판단은 독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구시대적 발상 아닌가. 선거법만 해도 온라인과 패러디 문화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웃긴 법이다. “

– 최근 박근혜 패러디(아이디 ‘첫비’ 작품)가 여성 비하라는 논쟁에 휘말렸다. 대상을 ‘여성화’하면서 비하하는 것, 패러디 작품에 많이 쓰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작품의 원래 의도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의인화 시켜 한나라당과의 유착관계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본다. 물론 악어와 악어새를 이용해 공생관계를 표현할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침대에 있는 남녀만큼 은밀한 관계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있겠는가.”

“패러디도 문화다. 영화나 광고 산업에도 일어나는 성적 노출이 패러디에도 있는 것은 당연한 거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었다고 다른 매체도 같은 강도로 비난하는가. 이것도 패러디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 물론 문화 전반에 퍼져 있는 성상품화에 대한 문제는 나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 총선을 거치면서 패러디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이 논란이다. 형사입건된 패러디 작가들이 많은데…

“총선을 거치면서 1170명이 입건이 됐는데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법률을 위반한 것인가.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기준은 우리 국민 모두를 선거사범으로 만들고 있다.”

패러디의 한 축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패러디에 대한 해석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패러디를 두고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부산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는 등 기관마다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패러디 논란이 유난히 많았던 17대 총선. 아직 3건의 패러디가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 계류중이다.

며칠 후 이글거리는 여름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인시위를 벌이는 신 씨를 국회앞에서 다시 만났다. “벌금이 적다고 검찰도 항소를 했다네요”하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8대 총선에서는 좀 더 자유로워야지요. 벌금 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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