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0월 2002-10-24   1010

전기요금 개편은 빈부격차 부채질

정부는 막대한 5조5000억 원이란 구조개편 비용과 외국의 실패사례가 들려오고 있음에도 민영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외국의 사례를 충분히 분석하고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국민적인 반대를 기우라며 일축했으나 전력분야는 조금의 위험가능성도 허용될 수 없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과 민영화라고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도 이미 민간사업자에게도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벌써 포스코, 대구전력, 현대에너지 등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매각) 또는 연기했다. 이처럼 전력산업은 민간부문이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80∼90년대 구조개편을 끝낸 외국의 경우 전기요금의 인상여부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정전사태를 겪는 등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사태,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정전 및 제한송전사태에서 보듯 민영화 이후 상당한 후유증을 치렀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사태 이후 미네소타주가 전력시장 개방계획을 백지화하고 네바다주는 구조개편 시행을 4년 뒤로 연기하는 등 대부분의 주정부에서 구조개편 일정을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정부는 공영체제로의 회귀를 밝힌 상태다.

특히 올해 8월 26일에는 영국 전력생산설비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회사인 `브리티시에너지’가 파산위기에 처해 정부가 재국유화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한국정부가 민영화의 모델로 지목해온 나라이기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나마 영국은 당시 12개의 배전국으로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최근 10년 동안 전력수요 증가율이 1% 내외로 안정된 상태. 반면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인 98년을 제외하곤 10년 동안 평균 10% 내외로 증가하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어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구조개편과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는 국가는 유례가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초국적 자본의 요구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에 따른 IMF체제에 놓이면서 국제(금융)기구들은 에너지산업의 개방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 98년 `한·미투자협정’ 체결 협상은 에너지시장개방 요구 수용이 결정적 계기였다.

미국과 영국이 공통적으로 시장원리와 배치되는 규제장치를 두고있다는 것은 전력민영화를 완전히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는 반증이다. 민영화 이후 기업들의 시장조작과 담합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등현상을 막기 위한 부득이 독립적 규제기관을 운영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구조개편은 경쟁에 따른 효율성, 전력공급의 안정성, 전력구조개편 시점에 대한 적정성 여부는 이견이 많은 부분이다. 97년 초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기관의 민영화 일정은 최소한 수요공급이 안정되는 2010년 이후에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요금인하 효과는 경쟁보다는 규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상무부는 94년 4월 실질전력가격이 10년 전보다 10% 인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송·배전사업자연맹(UNIPEDE)에 따르면 90년 1월∼93년 1월 사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전기요금이 대규모 산업용이 14.3%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효과가 아닌 인위적 조치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93년 4월 전년대비 30% 이상 인상되자 규제담당기관의 독과점에 제소하겠다는 압박을 가해 얻어낸 결과였다. 우리의 경우도 안양·부천열병합발전소를 인수한 LG파워 역시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경쟁보다 규제가 효과적

또 민영화의 필수 전제조건인 안정적 전력공급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김방림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구조개편 이후 지난 8월 발표한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각 발전회사의 발전소 건설 계획은 71기 3274만kWh로 구조개편 이전인 2000년 제5차장기전력수급계획(82기 3768만kWh)에 비해 불과 발전분할 1년 만에 11기 500만kWh의 건설계획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사업자들의 건설수요를 조사한 결과여서 정부의 정책집행력이 먹히는 공기업 체제에서조차 상황이 이러한 대 매각 이후에는 어떻겠느냐 우려다.

발전원별 구성도 불안스럽다. 종전 계획과 비교할 때 석탄 10만kWh, 중유 500만kWh, 수력 54만kWh가 감소한 반면 LNG는 70만kWh 증가했다. 한계가격이 낮은 석탄, 중유발전소가 공사기간이 길고 투자자금 소요가 많다는 이유로 기피되고 건설이 용이하고 발전비용이 높은 소규모 LNG발전소 건설을 선호하고 있어 요금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단기 이윤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이 투자회수기간이 길고 위험부담이 있는 발전소 건설에 나서기보다는 가동률 제고를 통한 이윤극대화를 꾀하려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민영화 이후 투자기피, 시장조작을 위한 담합 등으로 초래될 인한 피해는 그 어떤 것으로 치유될 수 없다.

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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