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8월 2002-08-10   270

진보와 우익의 서로 다른 한반도 평화관

지속적인 햇볕론과 전쟁불사론


진보와 우익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일까. 서해교전 사태는 우리에게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줬다. 우리 눈으로 우발적으로라도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것도 봤다.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준비해야 할 때다. 또 다른 무력충돌 발생 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최소값과 최대값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도발이냐 우발이냐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은 6월 29일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성명을 발표, “북한은 정전협정과 정부의 포용정책을 정면으로 짓밟은 의도적인 도발행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정부에는 일면 대화, 일면 도발이라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평화정착과 남북화해를 바라는 7000만 민족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임을 엄중 지적하고, 강력 대처함으로써 전사 및 부상 장병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치해줄 것을 촉구했다.

자유시민연대는 7월 3일 국방부 앞에서 햇볕정책 폐기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자유시민연대는 이날 시위에서 △햇볕정책 폐기 △국방부 장관 파면 △햇볕의 전도사를 자처해 온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해임 △김정일이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대북지원 중단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7월 14일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민심의 명령’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라는 햇볕정책의 목적도 허구로 판명됐다”며 “이 정권은 햇볕정책에 손상이 갈까봐 갖가지 이적논리까지 불쑥불쑥 제기하며 사태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 정권이 마지못해 북한에게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코방귀 뀌며 적반하장식으로 ‘NLL 무효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금강산관광부터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제재수단을 강화해야 마땅하다”며 햇볕정책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민언련 주최로 지난 7월 11일 열린 ‘서해교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연구실 양문석 씨는 ‘6·29 서해사태’ 언론 보도태도 비교-『조선일보』 대 『한겨레』/KBS 대 MBC’를 발표했다.

양문석 씨가 분석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보도틀 비교는 이렇다. 『조선일보』는 “서해교전은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며 문책과 응징으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햇볕정책 용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으며 『한겨레』는 “우발적일 수 있다. 남북대화로 재발을 방지하자, 햇볕정책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서로 다른 입장 차가 드러났다.

또한 양씨는 “방송의 경우 신문처럼 보도틀이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KBS는 냉전적 보도틀, MBC는 평화적 보도틀을 적용하는 노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씨는 월선 조업에 대한 두 방송사의 정반대의 입장을 제시했다. 7월 2일과 5일 <9시 뉴스>에서 KBS는 “꽃게잡이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남북 교전까지 겹쳐 신음하는 어민들은 교전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일부 주장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7월 2일) “조업구역을 벗어난 우리 어선들이 이번 교전에 빌미를 줬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교전과 조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7월 5일) 등의 보도를 통해 MBC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을 폄하했다고 분석했다.

즉, ‘햇볕정책 포기’는 이른바 우익·보수 세력이 들고 나오는 대부분의 카드다.

2003년 한반도 위기설

평화네트워크는 7월 10일 국가인원위원회에서 ‘서해교전 사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논의가 서해교전을 어떻게 볼 것이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날 토론은 앞으로의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의의가 있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에 대한 사과요구에도 신중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정대연 통일연대 정책위원장은 “북측의 사과요구는 북측의 선제공격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과를 전제하면 남북관계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객관적으로 남북이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이고 평화적인 해결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2003년 위기설에 대해서 모두들 많이 걱정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 미사일 문제, 기타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북미 대화는 전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고, 야당은 전쟁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위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도, 현재에는 평화를 지키려는 의도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승국 자통협 홍보위원장은 “우리가 NLL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남북한 화해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를 둘러싼 외세의 세력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2003년 한반도 전쟁 증후군을 위해서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7월 18일 종교계·학계·시민단체 대표 300인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서해교전 사태의 해결을 위한 3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표들은 서해교전 사태가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이후 발전시켜온 화해무드에 난관을 조성한 것에 안타까워하면서 특히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일부의 감정적이고 냉전주의적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이날 대표들은 서해사태 해결을 위해 남북당국자회담과 해상경계선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전면적인 분쟁이 아니라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수역에서, 꽃게잡이라는 어민들의 생존의 문제가 얽힌 상황에서 발생한 매우 특수하고도 복잡한 분쟁”이므로 남측 정부의 화해협력정책 기조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공동어로구역 등 새로운 남북협력체제를 조심스레 제안하며, 햇볕정책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보도 우익도 평화를 이야기한다. 각자가 주장하는 평화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의 차이가 있다.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소극적 평화와 전쟁 없음은 물론이고 기아나 물리적인 폭력이 정치와 문화에 상식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는 적극적인 평화가 다르다. 우리가 북한과 이뤄야할 평화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혹은 군사적 위협 때문에 눈에 보이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으로는 남북한이 평화롭다고 말할 수 없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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