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1월 2002-01-01   881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작지만 훈훈한 잔치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해외 노동자는 대략 50만 명. 그 중 20만 명 정도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 남동 국가산업단지에도 474개 업체에 2700여 명의 외국인 산업연수생이 일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로 짐작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처럼 큰 숫자로 늘어나면서 인권유린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회나 지역단체에서 겨우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 절박한 문제를 상담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9일 인천 연수구청 대강당에서 세화종합사회복지관 주최로 열린 제2회 외국인 문화경연대회에 200여 명의 이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석해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복지관측이 각국 대사관에서 협찬받은 전통의상을 이주노동자들이 차려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사물놀이와 은율 탈춤 공연이 펼쳐지자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노래자랑 대회에는 12명이 참가해 화려한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누이’ ‘아빠의 청춘’ ‘사랑의 트위스트’ ‘남행 열차’등 한국 가요를 열창했다. 노래 자랑이 계속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동료들이 풍선, 피켓 등으로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노래자랑 대회의 대상은 ‘포에버’를 부른 필리핀의 나닌콘(24세) 씨에게 돌아갔다. 나닌콘 씨는 “힘든 이주노동자의 삶이지만, 노래를 부를 때만은 모든 근심을 잊고 행복한 마음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오늘의 우승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세화종합사회복지관 정창대 복지사는 “지난해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글수업, 컴퓨터교육, 예절교육, 스포츠댄스, 문화유적지 탐방, 생일 잔치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며 “컨테이너나 회사 지하실 등에서 잠자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복지사는 “관련 기관에서 지원을 꺼려 복지관 예산만으로 경연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년 행사를 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경연대회장을 찾은 몽골의 오양가 씨(29세·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웃고 즐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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