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2월 2002-11-29   1245

용인-지역주민 님비에 표류하는 복지시설

“좋은 일 하려고 시설을 만드는데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있는 여성알코올회복센터(원장 곽명자 목사)에서 일하는 박흥선 씨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정 많은 사람들이 사는 따뜻한 나라로 여겨온 조국. 하지만 박씨는 막상 여성알코올회복센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보며 자신의 기대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절감하고 있다.

용인에 국내 처음으로 여성알코올중독환자를 위한 시설 건립이 추진된 것은 올 여름이었다. 회복센터는 지난해 주택으로 지은 건물을 회복센터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지난 8월 용인시에 용도변경 신청을 냈다. 하지만 알코올중독환자를 위한 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일기 시작했고 시는 지금까지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이 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겨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평온한 농촌 마을 한복판에 알코올환자 수용시설이 들어서는 게 말이 되느냐” “만약 환자들이 시설을 벗어나 마을에서 사고라도 일으키면 어떻게 하느냐” “살기 좋은 마을의 이미지가 알코올환자들로 인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죽능리 주민 오모 씨는 “알코올환자들은 정상인이 아니지 않느냐”며 “사고 위험은 물론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리자인 박씨는 “회복센터는 병원에서 알코올중독증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회복을 도와주는 곳”이라며 “중환자들이 아니어서 주민들의 우려와 달리 사고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중환자 수용시설이 아니라 회복환자들의 쉼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알코올중독증 환자는 혐오하거나 외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듬고 감싸줘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며 “주민들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곳을 소외 환자를 도와주는 복지시설로 인정하도록 꾸준히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센터는 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기 위해 최근 이틀동안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죽능리 주민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한때 ‘알코올환자시설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붙여놓고, 용인시에 용도변경신청 반려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펴기도 했다. 시 관계자 역시 “주민의 반대 민원 때문에 주택에서 복지시설로 용도 변경을 허가해 주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여성 음주가 일반화되고 여성 알코올중독환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여성 알코올중독환자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성알코올회복센터의 활동에 대한 전국의 관련 기관과 단체의 기대도 크다. 여성알코올회복센터는 예정대로라면 12월부터 환자를 받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오해가 해소되지 않는 지금으로선 회복센터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기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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