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9월 2001-09-01   859

부족한 복지인력 대체복무로 충원

타이완 군 대체복무제 산파역 치엔 시치에 입법위원 인터뷰

“타이완의 젊은이들 사이에 ‘나도 무언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작년 7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체복무제(이하 체대역) 도입을 성사시킨 노동운동가 출신의 치엔 시치에(簡錫 ) 타이완 입법위원은 1년 동안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타이완 학생 10여 명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 모순을 이해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 8월 3일 내한했다.

현재 타이완에서는 대학생들의 졸업시기에 맞춰 1년에 두 번, 3월과 8월에 각각 5000명을 체대역으로 선발하고 있다. 경찰이나 교정(矯正) 업무를 주로 하는 이들 간에 계급 등 위계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체대역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만 하기 때문에 작은 기관에서는 출퇴근이 가능하고 큰 곳에서는 기숙사 생활 등을 할 수 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자기 계발에 힘쓸 수도 있다. 아직까지 구타 등 인권 유린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의무경찰이나 경비교도대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타이완의 체대역은 꿈 같은 일인 것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입대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도 옥살이 대신 체대역 복무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체대역으로 인해 정부가 사회복지나 환경 같은 분야의 고용을 축소하는 건 아닌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치엔 위원은 “노인복지 등 사회복지 분야에 워낙 인력이 부족했다”며 “예산이 확보돼 있어도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체대역 제도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체대역 복무자는 속된 말로 군대에서 썩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타이완에서 체대역이 시행되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체대역의 과반수가 경찰, 교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어 당초 체대역을 평화운동의 하나로 추진했던 치엔 의원 입장에서는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는 이런 분야를 줄이고 환경, 교육, 복지, 의료 등의 분야로 체대역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함께 군 복무기간 단축과 병력 감축도 추진하고 있다.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체대역 기간은 1년 2개월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일반 체대역보다 복무기간이 7개월 길지만, 이들도 다른 체대역 신청자들처럼 1년 2개월로 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군 병력도 25만 명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타이완의 여당인 민진당은 모병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모병제가 궁극적인 대안이라는 데는 그도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양안(兩岸)문제를 비롯해 타이완 국민의 정서상 군 복무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체복무의 성공적인 정착 등으로 한걸음씩 차근차근 내딛다보면 언젠가는 평화운동이 큰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치엔 위원은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체대역의 문이 활짝 열리도록 노력할 것이며 공익적 기여와 평화존중의 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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