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1월 2001-11-29   766

SOS보내는 400만 난민들

지난 2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모든 인구의 삶과 생계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 자연재해와 인재를 당했다. 상황의 심각성은 계속되는 군사적 갈등, 극심한 가난과 사회시설의 결핍의 결과로 아프간 사회에 널리 퍼진 사회·경제적인 파괴에 기인한다. 게다가 국가제도의 붕괴는 아프간 사회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데에 공헌했다.

아프간 전체 인구의 85%는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전에도 기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버텨낼 수 없었다. 아주 잠깐 동안이야 공동체 내에서 서로 자원을 나눠 해결해 볼 수 있지만 장기간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기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기근은 눈속임돼왔다. 그러나 서부의 많은 지역에서는 눈속임할만한 자원마저 바닥났다.

미국의 공격 이전에도 수십만 명이 자신들의 동네를 떠나 음식물이 있다는 주요 도시 외곽에 있는 캠프로 떠났다. 100만 명 이상이 강제 퇴거하였으며 400만 명 이상이 갈 곳을 잃고 있다고 추정된다. 4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물, 쉴 곳과 위생이 충분치 않은 누추한 이 캠프에서 산다.

탈레반과 반대세력 싸움으로 구호단체 접근 곤란

지난 8월, 메데신 산 프론티어(Medecins Sans Frontiers)는 이미 매일 20∼40명이 죽어간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어떤 보고들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 캠프를 떠나기 시작했고 더 나은 보급품이 있길 바라면서 이란 쪽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마자 아이 샤리프(Mazar-I-Sharif)라는 북부 도시 가까이에는 20만 명쯤이 도시 외곽 캠프에 살고 있다고 추산된다. 그러나 탈레반과 그 반대세력 간의 싸움 때문에 구호단체들의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많은 수의 구호단체가 이웃 국가와 맞닿은 국경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유엔세계식량프로그램은 11월이면 550만 명 정도가 식량원조에 의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9월 11일 사건으로 그 숫자는 750만 명으로 상향 재조정됐다. 100만 명이라는 많은 수의 아프간 사람들이 미국의 군사적 보복이 두려워 이주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현재 이주하는 지역은 주로 남쪽과 동쪽이며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산간지역의 고향이나 파키스탄의 친척에게 향하고 있다. 국경이 닫혀 있음에도 1만5000명 정도가 파키스탄으로 건넜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몸을 지탱할 식량이나 물도 없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의료원조도 없이, 황무지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유엔의 피난민기구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과 함께 150만 명의 새로운 피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위험은 아프간을 떠나지 못하고 동네에 그대로 방치되어 식량이 떨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아프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음해에 경작하기 위해 따로 두었던 곡식까지 이미 먹었다. 그들 중 많은 수는 외부의 원조를 앉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겨울동안 눈으로 완전히 두절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동네에 그들이 그대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 사람들은 겨울을 날 수 있는 식량이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만 그대로 머물 것이다. 그대로 머물지 않으면 캠프로의 대이동이 있을 것이고 인도주의적인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캠프로 이주한다면 다시 동네로 돌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일이 되어버린다. 그들의 집은 망가졌거나 부서져버렸을 것이고 밭에는 아무 곡식도 심어져 있지 않을 것이며,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식량이 거의 없을 것이다. 캠프로의 이주는 기근의 여파를 더욱 오래 지속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네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공중폭격과 공중원조는 NGO의 인도주의 훼손

무엇보다 현재 ACT International 은 미국의 ‘인도주의적 공중원조’와 ‘군사행동 연결’을 경고한다. 두 가지를 연결짓는 일에 대해 ACT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ACT 조정국장 토르 아레 프로이스(Thor-Arne Prois)는 공중원조가 그 지역에서 인도주의적 구호의 신용성을 위태롭게 하며 아프간 사람들의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수단도 아니라고 말했다.

ACT소속 노르웨이교회 원조의 대표로 아프가니스탄에서 4년 동안 일했던 프로이스는 “위험한 일이다. 미국이 아프간에 하는 공중투하는 인도주의적 원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구호품은 가장 필요로 하는 이에게 줘야한다”고 말했다.

ACT 소속 네트워크는 “공중폭격과 공중투하를 동시에 하는 일은 인도주의적 행동과 군사적 행동을 완전히 헷갈리게 하고, 그럼으로써 인도주의적 행동이 중립성을 갖는다는 기본개념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CT는 “공중폭격과 공중투하를 동시에 하는 일이 긴박하고 위태로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앞으로 구호물품 운항과 다른 인도주의적 행동을 지체시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프로이스는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란 개념이 깨져버린 다음에 어떻게 아프간 권력자들과 주민들이 유엔이나 NGO들의 ‘진짜 구호활동’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프로이스는 공중투하한 음식물이 반드시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지적한다.

“무기를 가졌거나 조직된 단체 안에 있는 강한 자들만을 도와주는 위험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싸움이나 폭동을 일으켜 음식물이 결국 시장에서 팔리게 될 위험도 크다.”

아프가니스탄은 앙골라 다음으로 국가 안에 대인지뢰가 많이 매설되어 있는 나라이다. 만일 음식이 필요한 지역에서, 터지지 않은 지뢰에 음식이 떨어지면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심각한 부상과 죽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ACT international은 또한 아프간 피난민들이 전쟁과 기근으로부터 피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것을 주장한다. 미국의 폭격으로부터 위협받아 어쩔 수 없이 이주하는 이들은 사실 그들이 원래 살고있는 곳에서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고 프로이스는 전한다. 그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위협받는다면 국제법에 의해 피난을 원하는 이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경을 닫으려거든 안전지역을 만들라

국경이 열릴 수 없다면 적어도 인도주의적 원칙에 근거해 ‘안전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이스에 따르면, 현 아프가니스탄 국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수 년 동안 내전과 심한 기근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에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9.11 비극의 황폐한 결과가 결국 아프간 사람들에게는 더욱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다.”

박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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