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2월 2010-12-01   1228

김재명의 평화 이야기-원자력발전소 공사에 군 병력 딸려 보내는 ‘이상한 파병’

원자력발전소 공사에
군 병력 함께 딸려 보내는 ‘이상한 파병’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

흔히 국가가 군 병력을 해외로 파병한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사례에 해당된다. △분쟁지역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파견해 유엔을 상징하는 푸른 헬멧을 쓰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펴거나(레바논 UNIFIL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동명부대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으로 “침략국에 맞서 국제사회를 지킨다”는 집단안보 정신에 따른 파병(6·25 한국전쟁의 경우)이거나, △유엔안보리 결의안과는 상관없이 동맹국의 요청에 따라 동맹군 또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보내는 경우다(이를테면 이라크 자이툰 부대).

  그런데 이즈음 이명박 정부가 위의 세 가지 경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다름 아닌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nited Arab Emirates, 약칭 UAE)으로의 특수부대원 파병이다. 파병규모는 130명이며, 4-6개월 주기로 교대할 예정이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파병은 분쟁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PKO)나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란다. 앞서 살펴본 대로 해외파병의 전형적인 세 가지 모습과는 다른 것이니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 맞긴 맞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이상한 파병이 아닐 수 없다. 요점은 이번 파병이 ‘끼워 팔기’라는 비판을 비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례 없는 새로운 파병

속사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9년 12월 한전컨소시엄이 400억 달러의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UAE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는 것과 거의 같은 시점에서 한국 국방부는 UAE와 포괄적 군사교류협력협정(이른바 MOU)을 맺었다. 그러면서 한국군 파병 얘기가 불거져 나왔다.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온 김태영 국방장관은 의원들의 추궁이 잇달자 얼떨결에 진실의 일부를 털어놓았다. “지난해 원전수주 협상 과정에서 UAE가 파병을 요청해 이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더니, 대통령께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계약을 따내면서 대가성 ‘끼어 팔기 파병’임을 인정한 셈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종전의 분쟁지역에 병력을 보내던 것과는 달리,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으로의 파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http://www.0404.go.kr)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UAE에서의 외국인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 항상 테러의 목표로 지적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은 UAE를 높은 수준의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도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종교시설, 쇼핑몰 등을 방문 시에는 신변 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젊은 병사들이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닌 점은 분명해진다.

  UAE는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7개 에미리트(부족국가 또는 토후국)가 모여 만든 연방국가이다. 무엇보다 UAE는 민주국가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중동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UAE의 두바이를 둘러봤는데, 현지 시민들은 정치적 민주화의 갈증에 목말라 하는 모습이었다. 정원 40명의 ‘연방평의회’(국회)가 있긴 있는데, 지난날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의 유정회를 떠올리면 딱 맞다. 입법기능이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은 전혀 없고 단순한 자문에 그친다. 중동 지역 아랍국들 사이에서 UAE는 친미 친서방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과는 1996년 군사동맹(방위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에 따라 UAE 안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군사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9·11테러 뒤 아프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뒤 UAE는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중동 후방기지 몫을 해왔다. 현재 UAE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 병력 3천 명쯤이 주둔 중이다.

UAE, 5년 동안 무기수입 세계 3위

아랍족장들의 독재국인 UAE는 엄청난 돈을 군비확장에 써왔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내는 『군비 ·군축·국제안보 연감』 2010년판에 따르면, UAE는 2005~2009년 5년 동안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중국 1위, 인도 2위, UAE와 한국이 공동 3위). 한국이 수입무기의 3분의 2(66%)를 미국에서 들여왔듯이 UAE는 수입무기의 60%를 미국에서 들여와 높은 미국 의존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현재 UAE 군 병력이 5만 1천 명(육군 4만 4,000명, 해군 2,500명, 공군 4,500명)에 지나지 않는 점을 떠올리면, 군비확장 씀씀이가 엄청나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천 명 규모인 UAE 특수부대를 1만 명으로 늘리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데서 비롯된 훈련협력 요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군사전력 강화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군 병력 5만 명의 작은 나라 UAE가 무슨 까닭에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릴까. 사정을 알고 보면 이웃나라 이란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줄곧 두 나라 사이의 섬들(턴브, 아부무사)을 놓고 이란과 영유권을 다투어 왔다. 이란보다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작은 나라인 UAE는 문제의 섬들을 수복하는 것이 꿈이다. 이란-UAE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언제라도 열려있는 셈이다.

  우리 국방부 설명대로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의 파병’이란 설명은 정확하지 못하다.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집권 여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표결 과정을 거치면 파병이 확정될 참이다. 그 동안에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면 “이런 파병도 있을 수 있는가”하며 놀라게 된다. 이른바 ‘국가이익’이란 이름 아래 한국 젊은이들의 목숨을 끼워 팔아도 되는 것인가. 그렇게 파병으로 국가이익을 챙기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외교’인가. 따져 볼수록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고 파병될 병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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