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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12월
  • 2012.12.12
  • 914

취업과 구남친 사이에서


DPP_0026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Q

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나 떨어지고 말았네요. 처음엔 다시 도전하면 되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없습니다. 부모님께 더 손 벌리기도 죄송하네요. 여유가 있는 상태는 아니거든요. 제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도 있고요.
  이 와중에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아직 그를 사랑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서  결혼까지 할 경우를 생각하면 또 자신이 없어요.
  제 삶은 그저 복잡하고 짜증납니다. 시험에 몰두할까요. 아니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매달릴까요. 그 어느 쪽도 자신이 없다는 것이 저를 더 힘들게 하네요. (이미영(가명), 20대 중반 여성)


A

구남친 타임에 카톡을 보내진 맙시다
이별의 아픔은 하루의 리듬을 탑니다. 천천히, 지긋하게요. 햇볕이 드는 낮에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일하고 움직이느라 그 오밀조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이별의 편린이 끼어들 새가 없지요. 하지만 밤이 되면 달라집니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느끼하게 느껴지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의 깊이가 한 뼘 두 뼘 더 들어간 새벽 2시. 이 때가 되면 전화기를 계속 만지작거리게 되지요. 흔히 말하는 구여친, 구남친 타임입니다. 외로움의 밀도가 깊어지는 시간이지요. 심야의 적막과 고립감은 그 외로움의 풍미를 더욱 가득하게 담아내고요. 그래서 많은 헤어진 연인들이 이 시간대에 전화를 걸었다가 이내 후회하곤 합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 처한 상황은 참 힘들고 암담합니다. 그 답답함을 제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그저 정규직’만을 바라보는 그 황망함이라니요. 게다가 그 사람은 아마 나름의 계산을 마치고 마음의 정리가 끝났을 거예요. 여기서 다가가면 사랑도 뭐도 아닌 이상한 관계로 뒤죽박죽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에는 엄연한 권력 관계가 있어요. 얄궂게도 더 외롭고 더 힘든 사람이 더 끌려 다닐 수밖에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은 뭐라 할 것이 아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인생 일대의 승부에 나선 상황에선 지금의 게임에 집중하세요. 어정쩡하고 희미하게 끝나는 프랑스 영화 같은 삶이 아니잖아요. 제대로 끝을 봐야죠.


이 세상에 감정 없이 마냥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없어요.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상황을 인식하고 헤쳐나가는 것은 조금 다르지요. 다시 낮으로 가세요. 지금은 심야입니다. 어둡고 적막한 밤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 쳐다보는 것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갈 것 같은 그런 시간이요. 이럴 때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세요. 바로 당신이라고요. 지금 바로 당신이 느끼는 그 외로움이. 정말 미안하지만, 거기에 해답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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