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9월 2012-09-05   1194

[경제] 대서 단상① 민주당은 왜 이럴까

대선 단상 ①
민주당은 왜 이럴까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1.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김기원 교수가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를 냈다. 참여정부는 왜 실패했을까, 한진중공업 사태나 쌍용자동차에 대해 진보는 올바로 개입했는가를 ‘복기’한 책이다.

좋은 의미의 전형적인 ‘백면서생’이 정치와 운동의 한 장면, 장면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아니 경제사를 전공한 백면서생이 사료를 다루듯 세상을 읽었으니 예사롭지 않은 것들을 찾아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진보진영의 문제는 각종 실력 부족인데, 특히 대선을 염두에 둘 때 가장 부족한 것은 정치력이다.

‘진보의 시대’에 오히려 진보세력이 왜 자멸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가 대선 을 앞두고 이 책을 낸 이유는 명확하다. 민주당, 특히 친노 진영이 읽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다. 이 책이 겨냥한 사람들 중 하나에 틀림없는 나는, 김 교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재인-2

“그래서 무슨 반응이 있나요?”, “아니, 비판을 하든지 수긍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게 더 문제지…….” <독자와의 만남>에서 내가 묻자 김교수는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뭐……, 선거 중이니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겠죠”,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문득 든 생각. 친노 직계랄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의 참모 중 몇 명은 분명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이 쓰디 쓴 충고에서 교훈을 얻었을까?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있다면 총선에서 어이없이 패배하고, 그리고 또 대선이 이렇게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김기원 교수에 이어 나도 정치 평론이라는 ‘외도’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민주당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내 보기에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점에서 과거와 완전히 판이 다르다. 첫 번째, 2008년 전면에 드러난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라는 점, 따라서 과거의 ‘글로벌 스탠다드’였던 시장만능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어마어마한 역사적 변화는 일상을 사는 사람이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두 번째로 다행히 국민의 생각도 변했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똑같이 내건 공약은 ‘뉴타운’과 ‘특목고’였다. 한마디로 우리가 한국 사회의 양대 투기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과 2년 후인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들의 의식은 무상급식이라는 작은 화두로부터 시작해 보편복지라는 본령으로 급격하게 진화했다.

박근혜

과연 이런 변화에 각 당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극적으로 변화한 곳은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이다. 당 이름부터 ‘새누리당’으로,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꿨고 ‘맞춤형’을 붙였을 망정 복지에의 열망을 받아 안았고, 김종인을 내세워 ‘경제민주화’, 나아가서 증세 이슈까지도 선점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충실히 따라서 무상급식과 보편복지와 맞서 싸우다 서울시장 자리를 날린 데 대한 반성이다. 물론 그 내용은 별 것이 없고 실천할지는 전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실망해서 떨어져 나가려는 중도우파 유권자를 붙잡는 힘으로는 충분하다. 더구나 ‘신뢰’의 이미지로 무장한 박근혜가 후보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가?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촛불로 광장을 뒤덮으며 시민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 냈을 때, 민주당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한미 FTA와 무상급식 때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와 보편 복지 이슈에도 또한 그렇다. 민주당 내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과 486 참모들, 그리고 참여정부 마지막까지 정권을 ‘지킨’ 지식인 출신들 모두 마찬가지다. 중도우파를 끌어들인다는 구실로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거짓말쟁이요, 가짜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기 정체성을 숨기면서까지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변화 자체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에 잘했으니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2

나아가서 청와대 비서실 출신 참모들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라면 어떻게 이리도 ‘부자 몸 조심’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은 천양지차로 다른 사람이다. 7~8년 전 참모들은 노대통령의 불쑥거리는 대담한 구상을 견제해야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차분해 보이는 문재인 후보가 과감한 구상을 내놓도록 부추겨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역사를 거스르는 반대를 할 것이 아닌가?

그럴 이슈가 없다고? 그렇다면 김기원 교수의 진단은 정확하다. 한미 FTA는 시대의 한계로 인한 오류였다고 인정하고 박근혜 후보의 복지가 한미 FTA와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네 개의 경제민주화 법안(기업인 처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강화)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보편적 증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역사의 변화에 걸맞고 국민이 원하는 바인데 왜 못 받아들이는가? 십중팔구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을 일으킬 것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짜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가짜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 대망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도 없고 정치 경험이 없는 안철수 교수 또한 불안하다. 민주당의 미적거림, 안철수의 불안함을 단번에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있다. 시민이 선거 구도를 만들고 시민이 정책과 내각을 선정하고 그리하여 시민의 대통령을 만드는 길이다. 다음 호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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