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9월 2013-09-06   1672

[특집1] 통제되지 않는 위험, 원자력

통제되지 않는 위험, 원자력

 

반 히데유키(Hideyuki Ban)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
번역도움 박경희 자원활동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사태는 수습되기 보다는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방사능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참혹한 사고가 일어나면, 사고의 수습뿐만 아니라 사후 처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지금 일본은 제대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15만 명이 피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데 그것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재해를 복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만, 원전으로 인한 재해로부터 복구하는 일은 사람들을 점점 분열시키고 있다고 후쿠시마 사람들은 한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탈원전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원자력산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에 밝혀진 심각한 사태를 전하고, 우리들의 과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참여사회 9월호참여사회 9월호
2011년 5월 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원전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갑상선암의 증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대량의 방사능이 공기 중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요오드나 세슘 등의 방출량은 대략 10의 17제곱(10경) 베크렐?에 달했다. 그중에는 반감기가 수일 이하로 짧은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 수치는 제대로 평가된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피폭방사선량도 과소평가되고 있다. 또 방사선을 피하기 위한 올바른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강제피난대상자 이외는 옥외 생활을 평소대로 계속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18세 이하 36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계속하게 될 이 조사 중에 갑상선 초음파진단이 포함되어 있다. 36만 명을 조사하는 데에 3년 정도 걸리는데, 현재는 19만 명이 진단을 마친 상태이다. 8월 20일에 발표된 진단 결과에 의하면, 18건의 갑상선암 증상이 발견되었다. 또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사례도 25건 이상이다.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후쿠시마현 현민 건강관리조사위원회는 이러한 증상들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의한 피폭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주장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다른 사고의 예를 봐도 이렇게 빨리 발견되지는 않는다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방사선의 영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갑상선암의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들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러한 설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일본 암 연구의 최첨단 기관인 국립 암센터가 발표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의 통계에 의하면, 0세부터 19세까지 갑상선암 증상이 발생한 예는 100만 명 당 2명이다. 반면 지금 후쿠시마의 경우 100만 명으로 환산하면 약 100명이 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피폭 이전에 후쿠시마현의 갑상선암 발생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었다. 방사선 피폭 이외의 이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증상이 발생한 수와 비율도 함께 증가해 왔다. 이후에도 발병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단지 발병 비율이 증가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강하게 피폭 당한 아이들부터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발병은 피폭의 영향을 시사하는 것인데, 이러한 현실에 직면한 후쿠시마현의 아이들과 부모들의 불안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공포, 이제부터 본격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폐쇄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폐쇄는커녕 심각한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오염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계속 냉각시켜야 하는데 격납용기와 원자로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원자로 주변에는 지하수가 많아 건물 안으로 일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에 의하면, 원전 부지 내 흐르는 지하수 양은 하루 1,000톤에 달하고 그중 400톤이 건물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건물 안의 방사선량이 높아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유입 장소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도 없다. 증가한 오염수를 밖으로 방출시킬 수가 없어 탱크에 저장해왔는데,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지진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 건물 내 균열로 인해 오염수가 지하로 누설되고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는 문제와 저장 탱크의 내구성이 약해 오염수가 누설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다.

 

도쿄전력은 7월 참의원 선거 직후에 원자로 건물에서 새어 나온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전부터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공표하지 않았다. 오염수가 지하로 새나가고 있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이다. 원자로 건물 안의 균열 때문에 용융연료를 냉각하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터빈 건물 안까지 새나오기 때문이다. 터빈 건물 안의 균열 때문에 오염수가 케이블과 해수 냉각용 배관 등의 갱도로 흘러나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견된 것은 2011년 4월 2일이었다. 당시 도쿄전력은 갱도의 출구를 막는 것만으로 대응을 끝냈다.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1시버트??로 매우 높았고, 터빈 건물 안부터 갱도의 입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주장이었다. 어쩌면 이 시점부터 갱도의 균열로 인해 고농도의 오염수가 누설되고 지하수가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 후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퍼올리는 대책을 강구했는데, 이것은 근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지하수 오염은 방지할 수 없고, 단지 바다로 유출되는 양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가장 최근에는 탱크로부터 오염수가 누설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오염수의 물웅덩이 바로 위 50센티미터 높이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밀리시버트(mSv)에 달한다. 극도로 오염된 상태다. 300톤의 오염수가 배수구로부터 먼 바다로 흘러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탱크에서 누설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그것은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제조된 탱크가 용접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볼트로 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0톤 용량의 이러한 탱크 350기가 제작되었다. 접합부는 고무패킹을 사용했는데, 설치 당시부터 2년 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우려했던 그대로이다. 이 문제에 대한 유효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에 누설사고는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쿄전력의 허술한 대응에 분노하는 어민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도쿄전력의 예측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개발된 세슘 제거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자 도쿄전력은 “사리”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슘 제거장치를 통해 세슘을 제거하기로 했다.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는 냉각수에서 우선 세슘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그 후에는 다른 방사능을 제거하기 위해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개발했다. 이것이 가동되면 트리튬(방사선수소) 이외 많은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트리튬수를 묽게 해서 해양에 방출할 계획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 대로 되었다면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서서히 감소하고, 누설되기 전에 탱크는 비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ALPS는 설계 실수로 인해 계획 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 현재는 고장으로 정지상태다. 때문에 트리튬수를 대량으로 저장하기 위해 설치한 지하 저수조에 오염수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는데, 여기에서 오염수가 누설되고 만 것이다. 이 때부터 지하 저수조에서 탱크 저장으로 전환했다.

다음에는 하루 400톤의 지하수 유입에 대한 대책으로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퍼 올려 바다로 내보내려 했다. 이것으로 지하수의 건물 안으로의 유입을 100톤 정도 감소시키겠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어민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지하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기준치 이하의 지하수 방출을 인정하면 그 다음에는 기준치 이하의 트리튬수의 방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을 바다로 방출할수록 어업의 재개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도쿄전력은 어민들의 동의 없이는 바다로 방출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해양 방출 계획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염수를 오랫동안 모으기 위해 견고하게 용접된 대용량 탱크를 제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도쿄전력은 이 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국 도쿄전력의 엉거주춤한 대응은 또 다른 사고를 초래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더 늦추게 할 것이다. 이러한 도쿄전력의 태도와 오염수 누설 사고로 어민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참여사회 9월호
2013년 6월 2일 일본 국회 앞에서는 아베 정부의 원전 재가동 방침에 대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6만명의 일본 시민들이 모여 “원전 필요 없다”는 현수막을 걸고 다양한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 일본 레이버넷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도 완전 재가동 나선 아베정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아베정권은 후쿠시마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고, 사고는 매듭짓지 못한 채 수렁에 빠졌다. 그런데도 아베정권은 다른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을 확인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 현지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 가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후쿠시마 폭발사고 이후에 17만 명이 모여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고, 820만 명의 서명을 모아서 탈원전을 호소했다. 민주당 정권하에서 한 때는 탈원전의 방향이 결정되었지만 아베정권은 이것을 파기했다. 지금도 많은 일본 시민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저지하는 싸움에 참여하고 있다. 

 

*베크렐 Bq  원자핵이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되어 가는 비율을 표시한 방사능 단위로, 1Bq는  1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능을 말한다. 즉, 방사성물질이 1초에 1번 나오는 것을 측정하는 단위로 방사선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중요 단위이다.

*시버트 Sv  스웨덴의 물리학자 R.M.시버트에서 유래. 방사선의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양으로, 방사선을 방호할 목적으로 종류와 에너지가 다른 방사선이 생체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하여 최근에 정의되었다. 

 

반 히데유키(Hideyuki Ban)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이자 환경활동가. 원자력정보자료실은 일본에서 가장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민단체로, 오랜 활동 역사를 가지고 있음. 한국 정부는 원자력정보자료실이 2013년 교보환경대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4월 19일 수상을 위해 방한한 반 히데유키씨의 입국을 거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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