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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12월
  • 2013.12.05
  • 3144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가장 선한 자들은 모든 신념을 잃어버리고, 가장 악한 자들은 타오르는 정열로 가득 차 있다.”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1920년에 쓴 예이츠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서구 사회는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는 감언이설만 난무할 뿐 희망을 주지 못하고, 경제는 파탄 상태에 있었다.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 속에 ‘도의’를 찾기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가장 선한 자들이 역사의 전진과 발전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가장 악한 자들이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날뛰는 상황 또한 분명해 보인다. 신념을 잃어버린 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재림, 구세주의 도래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들의 기대마저 배반했다. 가장 혼돈에 빠져있던 나라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구세주는 예수가 아니라 파시즘이라는 괴물이었다. 이 괴물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의 총체가 만들어낸 악마이다. 그리고 이 악마는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한 파괴를 낳았다. 혼돈의 세계는 자멸을 통해 새로운 부활을 이룬 것이다.

 

참여사회 2013-12월 통권205호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가 지나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수의 국민들이 나름대로 희망과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첫해는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기에는 너무 큰 절망과 좌절을 남겼다. 기초연금 20만 원을 비롯해 선거 기간 중에 약속했던 감언이설은 모두 허공 속에 사라져 버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매년 수십조 원의 이윤을 챙기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전셋값과 가계 부채, 지속적인 경기 불황 속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줄 사회적 안전망인 복지 대책과 경제민주화는 집권 1년이 채 안 되어 실종되었다. 계모가 아이들을 살해하고, 20여 년 간 반신불수의 아들을 돌보던 아버지는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등 사회적 도의마저 사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막 꽃피어 오르던 민주주의는 파탄 지경이다. 민주주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는 실종되었다. 언론에서는 여성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최고의 찬사만이 난무하고,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검찰은 정권의 사냥개로 전락했다. 정의를 지키려는 검사들은 쫓겨나고 정권에 의한 청부 수사와 왜곡 수사가 횡행하지만 어느 누구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언론과 검찰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가장 큰 자유를 맛보았던 만큼, 이들이야말로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큰 좌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선 기간 중 조직적으로 자행된 부정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너무나 커져버렸다. 너무나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든 이 사건을 없는 것으로 처리하고 넘어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옥죄기로 나오는 것이리라. 국정원을 동원해 검찰 수사를 막고 언론을 동원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국정원과 검찰, 언론 간의 삼각편대를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성긴 그물망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를 틀어막으려는 정부와 여당의 몸부림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물어야

 

박근혜 정부 첫해 동안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가장 선한 자들은 신념을 잃어버리고, 가장 악한 자들은 열정에 차 날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정의를 부르짖는 자들의 입에는 재갈이 채워지고, 권력의 단맛을 핥기 위해 불의와 타협하는 자들의 손에는 칼이 쥐어졌다. 정통성을 상실한 정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더 파시즘이라는 괴물,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대선 불복’이란 단어의 망령된 주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사회가 스스로 자멸의 길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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