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0월 2013-10-07   4392

[특집] 우리나라 세입·세출 구조의 특징

특집

우리나라 세입·세출 구조의 특징

 

 

정부의 재정 활동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획득하고, 관리하며, 지출하는 일련의 행위로써 경제적이면서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재정활동이 경제적인 이유는 그 행위가 생산과 소비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정치적인 이유는 대의민주제 하에서 세법 개정과 예산안의 확정은 국회의 심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유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과하고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를 지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이고, 그 결과는 경제주체들의 선택 행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분배 구조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저부담 저복지 재정 구조

 

우리나라의 재정 구조는 ‘저부담 저복지’로 표현되는 앵글로색슨형(자유주의) 복지국가의 특징을 보인다. 2012년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각각 20.2%와 26.8%로 2010년 OECD 회원국 평균의 24.6%와 33.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재정지출과 공공사회복지지출은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30.1%와 9.6%로 OECD 회원국 평균의 44.0%와 22.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다소 건전한 상태지만 가파른 증가율과 공기업 채무, 그리고 최근의 세수 감소를 고려할 때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일반 정부와 공기업 채무를 합산한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2012년에 국내총생산 대비 75.2%에 달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은 GDP 대비 60%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46조 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여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재정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세와 이전지출의 재분배 효과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조세 및 이전지출을 통한 빈곤율 감소 및 소득불평등 완화 효과는 각각 13.9%와 9.1%로 OECD 회원국 평균은 물론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2010년에 빈곤율 감소효과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소득불평등 완화 효과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과세공평성 취약한 조세체계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14개의 국세와 11개의 지방세로 구성되어 있다. 국세 중 세수입 비중이 가장 큰 3대 세목은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로서 2011년 국세수입 180조원의 28.8%, 24.9%, 23.5%를 차지하였다. 50조 8천억 원 규모의 지방세수입은 취득세(25.2%), 재산세(16.2%), 지방소득세(18.0%)의 순서로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은 낮고 법인세와 재산세의 비중은 높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201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의 42.9%와 62.6%에 불과하지만 법인세와 재산세의 비중은 120.0%와 161.6%에 달하고 있다. 재산세의 비중이 높은 것은 금융자본거래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며, 부동산세의 비중은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소비세의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낮지만 개별소비세의 비중은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근로자의 사회보장기여금은 OECD 회원국 평균의 75% 수준이지만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총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세목별 비중도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법인세 수입이 평균을 상회하는 이유는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낮은 노동소득 분배율,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차이로 인한 법인의 선호 등으로 법인세 과세 기반이 크기 때문이지 개별 기업의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은 아니다.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각각 24.2%와 41.8%로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이다. 개인소득세 수입 비중이 작은 이유는 다양한 비과세감면제도로 인해 과세 기반이 축소되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소득 수준 또한 너무 높아 적용 대상자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특히 비과세감면의 세제 혜택이 고소득 계층에게 집중되고,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성장체제 하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이용하여 근로자의 필요 경비를 보전하였기 때문에 소득세 과세 기반은 더욱 위축되었다.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는 고용주에게 적용하는 사회보험료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크고,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등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총조세부담률)은 2011년 현재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구조적 특징은 과세공평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식의 탈세 행위는 조세체계의 수평적 공평성을 훼손하며, 고소득층과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세제 혜택과 낮은 최고세율은 수직적 공평성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재분배 효율성 취약한 재정지출 구조

 

토건과 국방 분야에 재정지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사회분야에는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재정의 배분효율성이 낮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지역개발사업 등으로 구성되는 사회간접자본은 대다수 지역에서 과도하여 이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의 효율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분단체제로 인한 국방비의 과도한 지출이 타부문의 재정지출 여력을 잠식하여 복지국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2011년에 국방, 경제사업, 주택사업의 재정지출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서고 있지만, 사회보호 관련 재정지출은 약 3분의 1수준이다. 

 

공공사회복지지출의 구성은 복지국가의 유형별 차이를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는 사회서비스를 기반으로 고용친화적 사회 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는 낮은 수준의 복지지출을 빈곤 완화에 집중하여 잔여적residual 복지국가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의 특성에 가깝지만, 사회 서비스와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성장과 고용, 분배와 재정건전성의 지표에서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는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 비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재정활동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공평한 분배,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재정활동이 이러한 목적에 합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건설에 공감하고 표를 던졌다. 이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구체적인 재정정책으로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2014년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 삽입된 표와 그래프는 참여사회 10월호 본지 참조바랍니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자. 현재 인하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도 느끼며, 들꽃처럼 살고자 한다. 요즘은 공평과세를 통한 복지재정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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