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널 보다가 문득 슬펐어.
하루종일 끓던 태양도 기운을 내리던 때였지.
바알간 쪽빛이 너의 얼굴에 드리워진 모습도 너무나 보기 좋았는데 말이지.
괜히 가슴이 허해지더구나.
네 탓이 아니니 걱정은 마렴
널 보다가 문득,
나를 봤거든.
난 이제 너처럼 진흙탕에 뛰어들지를 않아.
난 이제 너처럼 미꾸라지 잡는 재미도 잃었구.
난 이제 너처럼 늦은 오후를 즐길 여유도 기억하지 않아.
난 이제 너처럼,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거지.
가슴에 아직 지니고 있는 줄로 알았던 탓일까.
그래서 너를 보다가 문득 슬퍼졌나봐.
웃통 벗어 제끼고 그 안에 뛰어들 생각이 전혀 안나니 말이야.
그렇다고 너보다 세상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있을까.
뭐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구나.
그러나 혹시 모르겠다.
이 아쉬움이 너를,
내가 잃어버린 소년의 가슴을 다시 불러올지도 모르니 말이구나.
그래.
더 이상 잃지 않으마.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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