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10월 2019-10-01   1942

[읽자] 말을 꺼낸 한 사람에게서 목소리를 내는 모든 사람에게로

말을 꺼낸 한 사람에게서 
목소리를 내는 모든 사람에게로

 

 

1 더하기 1이 2가 된다고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결과가 2보다 작으면 원인을 찾아 모자란 부분을 채우려 하거나, 2보다 큰 결과를 내기 위해 시너지라는 목표를 제안하는 경우가 보통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이렇듯 모두가 아는 이야기는 다시 이야기되지 않고 모두가 알고 있으니 아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다.

 

인권, 평화, 생태 등 미래가치라 불리는 이야기가 대체로 그렇다. 이 가치가 필요하고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데에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이 가치가 실현되도록 고민하고 나서는 현실은 드물다. 그래서 뻔한 이야기라도 마치 처음처럼 그리고 반복해서 말하며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거나 잊고 있던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서로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최근 ‘기후를 위한 등교 시위’로 화제를 모은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까닭도 이와 같겠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힘주어 말한다. 곧 닥쳐올 현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왜 모른 척하고 지내며 그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자신이 찾은 답을 스스로 실천하며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이 반가운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고 끝없는 동심원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에 화답하고 동참하는 새로운 목소리에 힘을 보탤 방법을 책으로 권한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 호)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을 주장하는 1인시위를 벌인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레비는 스웨덴을 비롯해 호주 청소년들의 환경운동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2019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stephane_p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 호)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 책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어떻게 ‘기후를 위한 등교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무엇인지를 그와 가족의 목소리로 담아낸 책이다. 나로부터 시작해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퍼져가는 변화의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조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유명 오페라 가수로 공연을 펼치며 세계 각지를 비행기로 오가던 엄마가 이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결단이 놀랍다.

 

“우리는 이 불편한 사실을 세상에 말해야 하는 나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감히 그러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탄소예산 수치와 과학적 사실들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혐오와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위 우리의 ‘의견’이라 불리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정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탄소예산이 있습니까?”

 –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문 가운데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 호)

우리는 모두 그레타 – 지구의 미래를 위해, 두려움에서 행동으로 /  발렌티나 잔넬라 그림 마누엘라 마라찌 / 생각의힘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가 근거로 삼는 여러 자료를 살펴 정리한 ‘기후변화 과학 지침서’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비롯해 화석 연료와 재생 에너지, 생물 다양성, 도시 생활, 지구를 치유하는 식단 등 생각해볼 만 한 이슈를 골고루 다루어, 각자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저는 어른들이 희망을 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어른들이 두려워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어른들이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지금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문 가운데

 

그레타 툰베리 관련 책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책으로, 그의 프랑스 국민의회 연설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한국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기후변화 이야기를 어떻게 잇고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한 글을 덧붙였다. ‘기후 변화를 위한 등교 시위’가 한국에서도 이어지는 상황을 보면,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시킨 이야기가 이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

 

“당신들은 항상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노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 말처럼 생각도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제발 귀를 기울여 주세요. 우리는 당신들의 과장된 열성을 원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당신들 주위에서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속 

가능성 위기를 당신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일뿐입니다. 당신들이 이제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기를 원합니다.”

 – 그레타 툰베리의 편지 가운데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 호)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긴급 메시지 / 한재각 / 한티재 

 


글. 박태근 알라딘 MD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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